정신과 또는 신경정신과.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단어다.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알고 싶기에 호기심이 생기고, 내가 비정상인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도 든다. 마음이란 답이 딱 정해져 있지 않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이러한 궁금증에 차분하게 답을 하고 있다. 정신 분석학을 전공한 필자답게 위트가 있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간결하고 단정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고 짚어 준다. 마음 같아선 상습적인 멘탈붕괴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 먼저 읽혀 주고 싶다.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MBC FM 〈여성시대〉 ‘우리 아이 문제 없어요’ 상담 진행자)
건강한 상태는 정상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고, 잘 자는 것만으로는 건강할 수 없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때, 건강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을 때 건강해질 수 있다. 나쁜 요소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에 필요한 요소들을 잘 갖출 수 있도록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왔을 때 무너지지 않고, 상처를 입더라도 남보다 빨리 정상인 상태로 복귀할 수 있다.---「정상이라고 다 건강할까?」 중에서
심리학자 블룸(Benjamin Bloom)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수학자들을 분석했더니, 20명 중에 취학 전에 글을 읽을 줄 알았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발명가 에디슨은 1,093종의 특허권을 취득할 정도로 천재였지만, 언어 학습에 문제가 있었고 말솜씨는 별로였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를 상대적으로 뇌의 한 부분이 과도하게 발달하고 다른 부분은 위축된 결과로 해석한다. 에디슨의 경우,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좌반구의 결함이 시공간 능력을 관장하는 우반구의 이례적인 강화로 보상받았던 것이다.
좋은 머리야 축복받은 일이지만, 지나치게 똑똑한 것도 그리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어릴 때 천재라고 언론에 소개되었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그들을 잘 돌봐 줄 만한 환경이 없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학습 능력을 보장하는 지능 지수,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감 능력, 스트레스에 대한 참을성,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IQ가 높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야」 중에서
우울증이 아닌 우울한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기분이다. 왜 우울한 것일까? 인간에게 쓸데없는 감정이란 없고, 우울한 감정도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울함은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안 좋은 일이 벌어질 테니 조심하고 대비하며 긴장하도록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우울하면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일이 잘되었을 때보다는 잘되지 않았을 때의 결과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 과정을 거치며 더욱 신중해지고, 만에 하나 있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무기력한 것도 병이 될까? : 우울증」 중에서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과도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는 1차적으로 다른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까지는 주의력 결핍과 산만함이 게임에 몰입하는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만하면 게임도 못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뇌의 메커니즘을 곰곰이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주의력이 결핍되어 부주의하고 산만한 경우, 적극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문제를 푸는 일에 능동적으로 집중하기가 어려워서 금방 지치거나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린다. 그런데 TV나 게임은 그 주어지는 자극을 받아치는 정도의 수동적인 주의력만 필요하므로 훨씬 수월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인터넷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 인터넷 중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