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멜크벨 시민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분! 원주민이거나 새로운 이주민 여러분! 먼저 여러분의 이런 감동적이고 융숭한 환대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제게 보여준 높은 경의에 감사드리지만, 이런 대접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 휴식이 필요해서, 그러니까 즐기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양차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동지 여러분! 하루의 노고도 풀 겸, 저를 개의치 마시고 평소 하시던 대로 편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바로 그때였다. 늙고 꾀죄죄한, 그러나 야무진 턱을 갖고 있는 홀아비 구두 수선공이 적막을 깨뜨리며 연사를 향해 굵은 저음으로 소리쳤다. “조용히 해! 지금 식사 중이잖아!”
(……) “누가 저 미친놈 주둥이 좀 닥치게 할 수 없어?”
사방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저거 웬 놈이야? 누가 데려왔어?”
비서가 놀라서 창백해진, 숨까지 헐떡이는 둘니커를 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유감스럽지만, 어르신.” 비서 또한 헐떡이며 말했다. “받아들이시든, 못 받아들이시든 어르신은 이 마을에선 모르는 사람이네요.” --- p.39~40
“내게도 마차를 주시오.”(……) “내가 이발사보다 나이도 더 먹었고, 게다가 다리도 안 좋다 이 말이야! 내가 며칠 동안만이라도 걸어 다니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내 충분히 당신 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둘니커가 말했다. “그러나 구레비치 씨, 당신이 마을에서 어떤 공직도 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마차를 탈 수 있는 권한은 읍장에게만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발사가 물품 목록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은 이발사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읍장인가 뭔가, 그 빌어먹을 것이 된다면 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단 말입니까?” --- p.85~86
의장 방금 읍장의 권한을 정의했고,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읍장을 선출할지도 정리했으므로 이제 개별적 사항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오퍼 키쉬, 임시 평의회 의원 제가 계속 질문했던 건데요, 뭐 때문에 읍장이 필요한 거죠?
의장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겁니까, 동지?
오퍼 키쉬, 임시 평의회 의원 아니, 그러니까 왜 읍장이 필요하냐구요. 읍장이 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
의장 (의사봉 두드림) 하시도프 의원! 내 생각에 우물 파는 작업은 일자리 창출 사업 차원에서 마을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체마크 구레비치, 임시 평의회 의원 옳소!
의장 마을의 실업자 수가 얼마나 됩니까?
엘리파스 헤르마노비치, 임시 평의회 의원 하나도 없는데요. (장내, 긴 침묵)
비서 반대의 경우를 상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마을에서 실업자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 p.154~155
“왜 하필이면 우리들이란 말입니까?”
“전 정말 모릅니다.” 이런 경우에 경찰 책임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저는 그냥 명령받은 대로 집행하는 ‘철의 주먹’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를 가차 없이 교수형에 처할 겁니다.”
이 열두 명의 억울한 납세자들이 운 좋게도 명단에서 빠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고자 나섰을 때, 이들을 둘러싼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다른 주민들 생각은 이랬다. 만약 평의회가 납세자로 그 사람들을 선정했다면, 아마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평의원들은 모두 진실한 사람들 아닌가? 그러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일, 불평만 할 게 아니라 허리띠를 조금만 더 졸라매고, 세금을 내라! --- p.209~210
“대머리!”
“멍청이!”
둘니커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 발코니로 나왔다. 무슨 일인가 보니, 이발사와 구두장이가 회의실 창문을 부수고 나와 엉겨 붙어 있었다. 두 의원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면서 길거리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있는 중이었다. 입으로는 연신 “무식한 촌놈”이라는 소리를 내뱉으며 죽어라 주먹질을 해댔다. 정치가는 이번에는 싸움을 말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는 뭔가 고소한 기분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둘니커는 ‘저 덜 떨어진 화상들이 차라리 서로를 죽여버리면 마을이 구원을 얻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주막 문을 나섰다.
--- p.345~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