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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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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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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54g | 120*188*16mm
ISBN13 9791196948085
ISBN10 119694808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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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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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문 새벽길은 좀 무서웠다. 하지만 저 멀리 불 밝힌 편의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안심이 되었다. 그 불빛을 등대인 양 의지 삼아 걸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날은 라면 냄새가, 어떤 날은 맥심 커피 향기가 났다. 이 새벽에 나만 혼자 있는 게 아니구나, 나 말고도 깨어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엇나가 버릴까’ 하고 흔들리던 마음을 잡아 주었다.
--- p.18

“실례인데 얘기해도 되나? 그 돈통 닫을 때 말이에요. 항상 배로 밀어서 닫는 게 너무 웃겨요. 방금도 배로 밀어서 닫았어요.” 그리고 못 참겠다는 듯이 껄껄껄 웃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했지만 두 눈과 손이 갈 곳을 잃고 허둥댔다.
--- p.26

그러나 선생님을 사랑하는 일에 꽃길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문학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갑자기 나를 보며 물었다.
“자니윤 쇼, 너희 세 명은 엊저녁 자습 시간에 또 어디로 도망갔었니?”
‘잠깐 나가서 떡볶이를 먹고 왔을 뿐인데…’가 문제가 아니라 ‘자니윤 쇼’라니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너는 조영남, 네 짝꿍은 배철수, 그 옆에는 자니윤을 닮았잖니. 너희들이 ‘자니윤 쇼’인 거 몰랐어?”
--- pp.35~36

오늘 어떤 손님이 담배 맛을 묻기에 흡연자가 아니라 모른다고 했더니 물건 팔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화를 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시비를 걸었다(내가 화를 부르는 얼굴인가). 어이없는 상황에 멘탈이 탈탈 털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데, 용문사 천년 은행나무 기둥을 뽑아다 주리를 틀고 싶은 인간이었다. 이런 날이면 인간은 모두 외롭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라고 했던 내 주둥이를 꿰매고 싶어진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버렸다.
--- pp.100~101

사장님들은 나의 실수와 일탈을 몰랐을까. 아마 ‘저거를 언제 혼낼까’와 ‘얘기한다고 달라지겠어?’ 사이를 갈팡질팡하다가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무사히 어른이 되었다.
--- p.111

사람들은 버티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사고, 버티기 위한 물건들을 팔면서 나도 견딘다. 편의점은 삶을 지탱하는 사람들이 하루의 에너지와 술 한 잔의 위로를 사기 위해 모여드는 삶의 현장이 아닌가 싶다.
--- p.137

“애쓰지 마라. 다 자기 등골 빼먹는 일이야. 욕심부리지 말고, 있는 것 가지고 마음 편히 살아.”
뜻밖의 말이었다. 빈둥거리며 텔레비전만 보던 내게 “돼지로 태어났으면 잡아먹기라도 하지”라며 혀를 끌끌 차던 할머니가 이제는 아등바등 살지 말라니, ‘우리 할머니도 진짜 늙나 보네’ 하고 말았다.
--- pp.163~164

물건의 쓰임과 자리를 알게 되고,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고마워하게 되고, 운을 불러 모은다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직업병이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꽤 괜찮은 일이 아닐까(라고 가끔 생각한다).
--- p.210

경력이란 성공한 경험만을 말하는 것이겠지 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이다.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경력이었다. 경력이 이런 뜻이라면, 내 이력서에 있는 슬픔, 좌절, 실패도 명찰을 달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의 경험은 없지만, 실패의 경력자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애처로운 희망을 품으며 또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 p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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