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순간 안에서 나는 결코 편안하지 않다. 나를 앞서는 것, 나를 이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게 하는 것,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태어나지 않은 자였던 수많은 순간들만이 나를 매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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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신처럼 헐벗고, 비통한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것.
--- p.16
내가 예순 살에 알았던 것, 나는 그것을 이미 스무 살에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확인을 위한 40년에 걸친 길고 불필요한 작업…….
--- p.17
해가 지나갈수록,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든다.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름을 가진 존재 안으로 추락하기 전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 p.25
나는 이상적인 고해 신부를 꿈꾼다. 모든 것을 말하고,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는 사제. 나는 무덤덤해진 성인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 p.25
객관적이라는 것, 그것은 타인을 사물처럼, 시체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해 장의사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 p.67
이 순간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것은 불가역성의 이름 없는 덩어리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고통스럽지 않다. 모든 것은 유일한 것이다. - 그리고 무의미하다.
--- p.67
인간을 허락해줌으로써, 자연은 계산 착오 이상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은 자연이 자신에 대해 저지른 테러였다.
--- p.133
자연 상태의 오랑우탄으로서 인간은 오래된 동물이다. 역사적 오랑우탄으로서의 인간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동물이다. 삶 안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미처 배울 겨를이 없었던 벼락부자.
--- p.133
내가 인간을 싫어한다고 해도, 인간 존재를 싫어한다고 똑같이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존재라는 단어 안에는, 인간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먼 충만하고 수수께끼 같고, 매력적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 p.153
애벌레의 상태로 그쳐야 했다. 진화를 면제받고, 미완성으로 남고, 원소들의 낮잠을 즐기고, 태아의 엑스터시 안에서 고요히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p.181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먼저 우리의 장점을 의심한다. 이것은 보편적인 법칙이다. 부처 자신도 이 법칙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를 가장 악착같이 반대했던 사람은 그의 사촌 중 한 사람이었다. 악마 마라는 그다음이었다.
--- p.193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없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그의 반응은 같다. 그 두 가지는 똑같이 그를 괴롭힌다.
--- p.194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죽는 시간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은 죽어야 하는 시간에 죽는 것이 아니라, 아무 때나 죽는 것이다!
--- p.201
아파트 관리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프랑스인들은 이제 일을 안 하려고 해요. 전부 글을 쓰려고 해요.” 그녀는 그날 자기가 오랜 역사를 지닌 문명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p.220
어떤 하나의 언어만 붙잡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언어에 대한 지식을 심화시켜야 한다. 작가에게는, 아파트 관리인 아주머니와 수다를 떠는 것이 외국어로 학자와 면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한 일이다.
--- p.279
본질적인 것에 대해 사유할 때마다, 나는 침묵 또는 폭발, 경악 또는 비명 안에서 그것을 얼핏 보았다고 생각한다. 언어 안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p.282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장 많은 반대에 부딪히는 생각이다. 자신을 자기 안에서 바라볼 줄 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존재, 더 나아가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기 자신을 하나의 절대적인 현실, 하나의 전체, 전체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고유한 존재와 온전히 동일시되는 순간, 사람들은 신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신이다.
자기 안에서, 그리고 동시에 자기를 벗어나 살 때에만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다는 우연한 사건이 결코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평온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 p.290
태어남이 실패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때, 삶은 마침내 견딜 만해지고, 그것은 항복한 다음 날 투항한 자가 느끼는 홀가분함과 휴식처럼 보일 것이다.
--- p.294
나는 언제나 산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며 살았다. 그런데 사는 일을 견디게 만들어준 것은 내가 1분을, 하루를, 한 해, 또 한 해를 어떻게 넘기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다
--- p.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