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집사는 낮잠도 자지 않은 채 4시까지 전화기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설령 전화가 왔더라도 그것을 받을 사람이 없어진 지 한참이 지난 후까지 말이다. 개츠비 본인도 전화가 올 거라 믿지는 않았을 것이고, 혹은 전화 따위는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만약 그가 어떤 진실을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예전의 그 따스한 세상을 잃어버렸다고, 단 하나의 꿈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려 사느라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는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장미가 얼마나 기괴한 존재인지 그리고 막 돋아난 잔디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가혹한지 깨닫고 몸서리를 쳤을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세상,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세계.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 대신 꿈을 들이마시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그런 허구의 세상이 마치 형체도 없이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며, 마치 잿빛 환영처럼, 그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왔을 것이다.
--- p.230
“죽은 뒤가 아닌 살아 있는 동안 상대에게 우리의 우정을 보여주는 법을 배웁시다.”
--- p.245
그렇게 해변에 앉아 그 옛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념에 잠겨 있던 나는, 개츠비가 처음으로 데이지의 집과 이어지는 선착장의 녹색 불빛을 집어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생각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오랜 길을 걸어왔고, 그 꿈이 너무나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그 꿈을 움켜쥐는 것이 불가능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이미 자신의 등 뒤에, 도시 너머 광활한 어둠 뒤편 어딘가에, 밤하늘 아래 펼쳐진 오래된 제국의 어두운 벌판 너머에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개츠비는 녹색 불빛을 믿었고, 한 해 한 해 우리들 앞에서 멀어져 가는 그 극도로 흥분된 격정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교묘히 피해갔지만, 그런 건 이제 문제가 안 된다. 내일이 오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우리의 두 팔을 더 넓게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그렇게 우리는 조류를 거슬러 가는 배처럼 과거의 파도에 밀려가면서도 끊임없이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