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0을 그저 자릿수표시자가 아니라 하나의 ‘수’로 다루는 규칙을 제시했다. 이 규칙에는 ‘양수와 0을 더한 값은 양수이다’, ‘0과 0을 더한 값은 0이다’ 등이 들어 있다. 0을 단순히 자릿수표시자가 아니라 하나의 수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그는 상당히 진보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0을 포함하는 힌두-아라비아 숫자 체계는 1202년에 피사의 레오나르도(후에 피보나치Fibonacci로 알려짐)가 펴낸 『산술 교본Liber Abaci』을 통해 서구세계에 전파되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자라나 힌두-아라비아 산수를 교육받은 그는 힌두 기호 1, 2, 3, 4, 5, 6, 7, 8, 9에 덧붙인 기호 0의 힘을 잘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3
수학자들은 파이에 매혹되었다. 람베르트는 파이가 분수가 될 수 없음을 증명했고 1882년에 독일의 수학자 페르디난트 폰 린데만은 파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미해결 문제를 풀어냈다. 파이가 초월수임을, 즉 대수방정식(x의 거듭제곱만을 포함하는 방정식)의 해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시대의 수수께끼’를 풀어냄으로써 린데만은 ‘주어진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만드는 문제Squaring the circle’에도 방점을 찍었다. 한 원을 주고 자와 컴퍼스만을 이용해서 그것과 같은 넓이를 가진 정사각형을 작도하는 것이 도전과제였다. 린데만은 결론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함을 증명했다. 이를 뜻하는 영어 표현인 ‘squaring the circle’은 ‘불가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 p.39
피보나치수열은 해바라기 속에 들어있는 씨앗의 개수로부터 만들어지는 나선의 수(예를 들어 한 방향으로 나선이 34개이면, 다른 방향으로는 55개가 된다)처럼 자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건축가들이 설계하는 방과 건물의 비율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은 벨라 바르토크Bela Bartok의 무용모음곡이 이 수열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해왔으며, 더불어 이것을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해왔다. 현대음악을 살펴보면, 브라이언 트랜소우Brian Transeau(BT라고 알려짐)는 자신의 앨범 「This Binary Universe」에 피보나치수열에서 나오는 궁극의 비율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1.618’이라는 곡을 실었다. --- pp.72-73
폭 210밀리미터, 길이 297밀리미터인 A4 용지를 한 장 꺼내서 보면, 폭에 대한 길이의 비율은 297/210이고, 이 값은 대략 1.4142 정도이다. 국제표준의 A 규격 용지들은 짧은 쪽 길이가 b라면 긴 쪽의 길이는 언제나 1.4142*b로 잡는다. A4 용지에서 b=210밀리미터인 반면, A5에서는 b=148밀리미터이다. 용지 크기에 사용되는 A 규격에는 임의로 설정한 규격에서는 볼 수 없는 대단히 바람직한 특성이 있다. 만약 A 규격 용지를 가운데서 접으면, 그렇게 반으로 접혀 나오는 작은 두 직사각형은 원래의 큰 직사각형과 정비례 관계가 된다.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작은 직사각형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A4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A5 용지 두 장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A5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A6 용지가 두 장이 나온다. 반대로 A3 용지는 A4 용지 두 장으로 만들어진다. A 규격에서는 번호가 작을수록 종이는 더 커진다. --- pp.78-79
‘만약 도로 위에 차가 많이 없으면, 공해를 견딜 만할 것이다. 도로 위의 차를 줄이든지 통행료를 징수하든지, 아니면 둘 다 해야 한다. 만약 통행료를 징수하면, 여름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질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번 여름은 상당히 시원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이런 결론이 나온다. 공해가 견딜 만한 수준이다.’ 한 일간지 사설에 나온 이 논증은 타당한가, 아니면 비논리적인가? --- p.102
동적 체계는 자신의 상평형그림에서 위상그림을 끌어당기는 ‘끌개Attractor’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단진자의 경우에는 추가 최종적으로 향하고 있는 한 점이 끌개이고, 그 한 점은 바로 원점 위에 놓여있다. 이중진자의 경우에는 좀더 복잡하지만, 심지어 여기에서도 위상그림은 어느 정도 규칙성을 보여주고 상평형그림 속 점의 집합을 향해 끌리게 될 것이다. 이런 체계의 경우에는 이 점들의 집합이 프랙탈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것을 ‘이상한’ 끌개라고 부르며, 명확한 수학적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카오스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꼭 뒤죽박죽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카오스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그다지 혼돈스럽지 않은, ‘규칙적인’ 혼돈이다. --- p.167
확률의 수학적 이론은 17세기에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페르마, 그리고 전문도박사 앙트완 공보(슈발리에 드 메르라고도 불렸다), 이 세 사람이 도박에 관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전면에 등장했다. 그들은 간단한 게임 속에서 대단히 헷갈리는 부분을 마주하게 되었다. 슈?리에 드 메르의 질문은 이랬다. 주사위 하나를 4번 던져서 ‘6’이 나올 가능성과, 주사위 두 개를 24번 던져서 두 개 모두 ‘6’이 나올 가능성 중 어느 것이 더 큰가?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판돈을 걸겠는가? 그 당시 사람들은 24번 던지는 쪽이 던지는 횟수가 많아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률을 분석해내자 이런 생각은 깨지고 말았다. --- pp.193-194
스토쿠에서는 숫자가 일부 채워진 9*9 정사각형이 주어진다. 문제는 주어진 숫자를 단서로 이용해서 나머지 칸을 채우는 것이다. 각각의 가로줄과 세로줄에는 숫자 1, 2, 3, …, 9가 하나씩 모두 정확하게 포함되어야 하고, 이 원칙은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3*3의 정사각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스도쿠(‘외로운 숫자’라는 뜻)는 1970년대 말에 발명된 것으로 생각된다. 1980년대에 일본에서 인기를 끌다가 200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퍼즐의 매력은 단어퍼즐과는 달리 단어를 많이 몰라도 시도해볼 수 있고, 재미도 그 못지않다는 점이다.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이 두 가지 퍼즐에 중독된 사람들은 비슷한 점이 많다. --- p.265
72의 법칙은 주어진 퍼센트 비율을 바탕으로 돈을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단위시간의 숫자를 어림잡는 법칙이다. 72의 법칙은 하루 단위, 월 단위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두 배로 불어나는 시기를 구하려면 그저 72를 이율로 나누면 된다. 이것을 계산하면 72/7=10.3으로 김복리 씨의 원금은 약 11년 정도면 두 배로 불어날 것이고, 이것은 김단리 씨의 15년보다 훨씬 빠르다. 이 법칙은 근사치만을 말해주지만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는 꽤 쓸모 있는 방법이다. --- p.279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디오판토스 방정식에 관한 것으로, 난제 중의 난제였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이란 정수해만을 허용하는 방정식을 말한다. 이 방정식의 이름은 정수론에서 이정표로 자리 잡은 책 『산술Arithematica』을 남긴 디오판토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17세기 인물인 피에르 페르마Pierre de Fermat는 변호사이자 프랑스 툴루즈의 정부 공무원이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수학자였던 그는 정수론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누렸으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통해 수학에 마지막 기여를 하였고, 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페르마는 이 정리를 증명해내고는, (아니면 증명했다고 생각해서) 가지고 있던 디오판토스의 『산술』 여백에 “정말 놀라운 증명 방법을 발견하였으나, 여백이 좁아 적지 못한다”라고 적어놓았다.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