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자유(1882~1922년)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언젠가 정말 훌륭한 책을 쓸 수 있을까요당신에게 보낸 글들은 단지 실험일 뿐이었어요살림과 글쓰기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살아 있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흔들림을 끌어내고 싶어요스물아홉인데 결혼도 안 했고, 아직 작가도 아니지나를 열정적으로 만들어 줄 누군가와 결혼할 거야결혼을 직업으로 여기지는 않을 거야그는 내 글쓰기가 나의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우리는 아기를 갖지 않으려고 하지만 한 명 갖고 싶어요제럴드가 내 책 《출항》을 받아 줬어요삶의 광대한 격동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인쇄에 비하면 쓰는 건 아무것도 아냐서평이 미국인들을 끌어당긴 것 같아요가능한 한 교정하고 싶어요남성과의 비교는 나를 전혀 자살로 이끌지 않아요여성들은 향상돼 왔고 여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어째서 내가 글을 쓰는 법을 아는 유일한 여성이 될 수 없는 거야프루스트는 표현에 대한 나의 욕망을 너무 자극해요《제이콥의 방》 표지 디자인 수정해 줄 수 있어?글쓰기의 기술에 관해 당신과 토론하고 싶어요사실주의 없이 인물을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요나를 격려해 주는 당신의 편지를 간직할 거예요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완전히 틀렸어요이 책은 업적이라기보다는 실험입니다나는 소설 쓰기를 지금도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2부 상상력(1923~1931년)믿을 수 없이 소중한 런던의 모든 영광을 바라봅니다사랑은 질병이자 일시적 착란이에요두 책을 모두 봄에 출간하려고 합니다그녀는 순결하고 야만적이며 귀족적이에요같은 성별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동정심의 결여에 관해서는 당신이 옳을 거예요지금은 다양한 의견들이 쌓이도록 놔두고 있어요자주 만나는 사람들에 관해서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스스로가 느끼는 즐거움만이 유일한 길잡이예요형식은 무엇일까? 소설은 무엇일까?글을 빠르게 순식간에 쓰고 있어요당신과 함께 헤브리디스 제도에 있으면 좋겠어요내가 어떻게 자라 왔는지 생각해 보세요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친절한 것 같아요사물이 스스로 보이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기위험을 감수하는 게 옳았을 거예요로마가 내가 죽으러 올 도시라고 확신해언니는 내 안의 문학적 감각을 자극하는 것 같아저녁 식사 장면은 지금까지 내가 쓴 것 중에 최고예요그들 정신의 완전한 오만함과 비현실성이 좋아어떤 게 무엇을 의미한다는 말을 직접 들으면 나는 몹시 싫어져요이걸 쓰자마자 내 몸은 황홀함으로 넘쳐흘렀죠사진 몇 장을 고르려면 당신을 만나야 해요내가 당신을 만들어 냈나요?언어로는 건널 수 없는 만의 머나먼 저편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책을 쓸 거야표지를 위해 신선한 디자인을 만들어야만 해이건 단지 젊은 여성들에게 했던 강연이에요말해질 수도 있는 것, 말해지지 않은 것이 아주 많습니다젊은 여성들을 위해 읽기 쉽게 쓰고 온건하게 절제하고 싶었어요당신이 그 안에서 진실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니 기쁩니다우리는 1만에서 1만 1,000부 정도 판매됐어요사람들은 내가 글을 아름답게 쓴다고 말하죠우리 출판사 판매량이 꾸준히 줄었어요젊은이들이 두뇌를 작동시키길 원했어요나는 정말 다양하다니까요오직 여성들만 내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요내 어려움은 플롯이 아니라 리듬에 따라 글을 쓴다는 점이에요당신의 방을 독서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니 기뻐요레너드가 《파도》를 마음에 들어 해요캐릭터들이 여러 명이면서 오직 한 명이어야만 해요나 자신을 모아 한 명의 버지니아로 만드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요우리 이걸 토론해야겠어요그래서 나는 내 다음번 낙타의 등에 오릅니다3부 평화(1932~1941년)그때 문득 이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나는 정말 속물이야! 심하게 질투가 나요정치가 여전히 빠르고 맹렬하게 휘몰아치고 있어사회 전체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성별의 차이가 다른 견해를 만드는 것 같아요멍청한 분노와 절망 외에 느낄 수 있는 게 없어요이 책을 혐오하며 각 페이지에서 깊은 상처를 보게 돼요그 아웃사이더 아이디어로 뭘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평화주의가 커지고 있는 걸 목격해요아마 그건 단지 단어들의 모닥불이 되진 않을 거예요전혀 언급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됩니다아웃사이더가 우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내 피가 끓어서 평소와 같은 잉크 방울들이 되게 만들었어요모두 전쟁이 확실하다고 말했고, 또한 전쟁은 없을 거라고도 말했대다소 냉소적이 됐고 불명예스러운 평화를 확신했어나는 그 간소함을, 불순물이 없는 발가벗음을 숭배해내 작가적 허영심이 으쓱해졌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어요전투기들이 머리 위로 찾아왔어내 인생의 열정인 도시 런던이 완전히 파괴된 걸 보았어요비가 오고 또 오고, 나는 걷고 또 걸었어요왜 그때 내가 수치심을 느껴야 했을까요?당신이 결정권을 행사해 주길 바라요다시 돌아오기엔 내가 너무 멀리 가 버렸다고 느껴너무 어리석고 하찮아서요내가 당신의 삶을 낭비하고 있죠부록: 에세이몽테뉴: 영혼의 자유여성의 직업평화에 관한 생각들옮긴이의 말 - 자유, 우리 존재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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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버지니아 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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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박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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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나로 살고 있는가?’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가?’버지니아 울프가 나에게 물었다‘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만 한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오늘날까지도 20~30대 여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자기만의 방》의 저자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진취적인 사상과 달리 우리에게 곱고 가지런한 머리를 한 옆얼굴로 더 많이 기억되는 듯하다.결혼하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외쳤고, 레너드 울프와 결혼한 후에도 자유로운 연애 감정을 즐겼으며, 자신의 다양한 성 정체성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애쓰는 등 사회적 억압에 맞서 자신을 찾고, 글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고요히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가감 없이 교류하고 활동하는 사람이었다.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들삶, 사랑, 우정, 일 그리고 ‘나’에 관한 모든 것언니와 남편,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뿐 아니라 문학계, 예술계 인사, 정치인, 책을 읽고 의견을 보내 온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들과 편지로 소통하며 의견 교류하기를 즐겼던 버지니아 울프는 전 생애에 걸쳐 4,000여 통의 편지를 남겼다. 이 책에는 그녀가 죽기 직전에 남긴 유서를 포함해 총 96통의 편지를 담았는데 오랫동안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연구해 온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직접 고르고 번역해 의미가 깊다. 박신현 평론가는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는 울프의 기본 정서에 기반해 그녀의 사상과 심리, 일상과 관계 등 인간 버지니아 울프의 면면을 골고루 엿볼 수 있는 편지들로 엄선했다고 전했다.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울프의 편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되 크게 세 개 파트로 나눈 것은 시기별로 변화하는 울프의 생각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1부는 아직 작가가 되기 전, 결혼하기 직전과 직후의 울프가 소개된다. 청혼에 대해 안 할 이유가 없으니 하긴 하겠지만 당신에게 성적인 느낌을 받지 못 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오늘날의 우리가 봐도 꽤 도전적이다. 2부는 결혼 후 다양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출간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데 ‘비난은 불쾌하고 찬사는 유쾌하지만’ 같은 솔직한 표현부터 책을 내고 나면 거기에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어 해서 피곤하다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는 울프와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언니, 연인 할 것 없이 공동 작업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울프가 얼마나 관계를 중시하고 또 일을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3부는 2차 세계 대전 상황의 런던이 배경이다. 1차 세계 대전에 이어 두 번째 거대한 전쟁을 맞이하게 된 울프를 비롯한 당대 사람들이 겪었을 불안감은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 시기 편지에서 울프는 전쟁으로 조카를 잃은 슬픔, 자신이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꽤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프가 선택한 죽음은 어쩌면 영원한 평화를 향한 간절함은 아니었을까.시대상과 울프의 작품, 그리고 수신인에 대한 친절한 설명주제와 관련 있는 세 편의 에세이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또는 에세이를 읽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울프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각 파트가 시작될 때 해당 시기의 울프와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수신인과 편지를 보낼 당시의 상황을 각주로 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부록의 에세이까지 읽어 보길 추천한다. 각 파트의 주제인 자유, 상상력, 평화와 관련 있는 울프의 에세이 세 편이 부록으로 실렸다.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한 울프가나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이 책을 먼저 만난 김금희 소설가는 “이 글들에서 울프는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하다.”라고 추천사를 적었다. 100여 년 전 영국의 한 여류 소설가의 편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적 억압도 얼핏 완화한 듯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식의 사회적 억압이, 일부는 그때와 다름없는 형태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당장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고, 다 읽고 나서는 나에 대해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내겐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나를 찾는 일도 쉽지 않지만 말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자유롭게 나를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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