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니를 주세요.” --- p.29
성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시금 어느 문지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당신은 그림자를 어디다 두고 오셨소?”
마찬가지로 몇 명의 아낙네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느님 맙소사! 저 불쌍한 인간에겐 그림자가 없네!” --- p.32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는 이에게 날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마도 그는 더욱 끔직스럽게 자포자기할 것이리라. 보물을 지키는 파프너처럼 나는 그 어떤 인간적 위로 없이, 금화에 묻혀서도 초라하게 지냈다. --- p.43
그런데 친구여, 그녀가 태양 빛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다시금 내 앞으로 두어 걸음 정도 옮기고 무릎을 꿇었고, 그림자 없는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 천사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어떤 종류의 그림자도 나는 가질 수 없었으니 말이네. --- p.55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주인님께서는 그림자를 지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주인님께서 제게 그림자를 보여주시거나 아니면 저를 해고해 주십시오.” --- p.72
황량한 들판에 홀로 남은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내 초라한 마음은 알 수 없는 불안한 압박감으로부터 가벼워졌다. 이 북받치는 초라한 상태가 어떤 한계에 부딪힐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그리고 어떤 목표에 다가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미지의 남자가 내 상처에 부어 놓은 새로운 독을 나는 격렬한 갈증으로 다시 마셨다. --- p.85
그는 같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고, 나는 도망갔지만 헛수고였고 그는 줄기차게 계속 따라 왔다. 그는 조소하듯 금과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어떤 생각도 해낼 수 없었다. --- p.101
“당신을 그림자에 붙잡아 두어야만 저에게서 도망가지 않겠지요. 당신처럼 부유한 사람은 그림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그 점을 일찍 깨닫지 못했다는 점, 그것이 다만 비난 받을 일입니다.” --- p.109
나는 나무를 향해 한 걸음을 옮겼는데 다시금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마치 잘 훈련받은 군대의 신병처럼 걸어갔고 천천히 확실하게 걸음을 옮겨 봤다. 놀랍게도 숲, 평야, 풀밭, 산맥, 황야, 모래사막 등이 마구 변하면서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 걸음으로 7마일을 날 수 있는 신기한 장화를 신고 있었다.--- p.123
“예, 그렇습니다, 부인. 정말 신에게 감사드릴 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지요. 우리는 편안함과 혹독한 고통이 가득한 술잔을 신중치 못하게 많이 마셨습니다. 이제 그 잔은 텅 비었지요. 그 모든 것이 단지 시련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는 현명한 시각으로 실질적인 시작을 기다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실질적인 시작이며, 그 첫 번째 속임수 놀이를 더 이상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에 살았던 모든 것은 즐거웠습니다. 또한 저는 우리의 친구(페터 슐레밀: 역주)도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