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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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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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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92g | 125*189*20mm
ISBN13 9791188047918
ISBN10 1188047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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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거래하십시다. 내 그림자를 가져가시고 그 주머니를 주세요.” --- p.29

성문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다시금 어느 문지기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당신은 그림자를 어디다 두고 오셨소?”
마찬가지로 몇 명의 아낙네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느님 맙소사! 저 불쌍한 인간에겐 그림자가 없네!” --- p.32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는 이에게 날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마도 그는 더욱 끔직스럽게 자포자기할 것이리라. 보물을 지키는 파프너처럼 나는 그 어떤 인간적 위로 없이, 금화에 묻혀서도 초라하게 지냈다. --- p.43

그런데 친구여, 그녀가 태양 빛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다시금 내 앞으로 두어 걸음 정도 옮기고 무릎을 꿇었고, 그림자 없는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 천사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어떤 종류의 그림자도 나는 가질 수 없었으니 말이네. --- p.55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주인님께서는 그림자를 지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주인님께서 제게 그림자를 보여주시거나 아니면 저를 해고해 주십시오.” --- p.72

황량한 들판에 홀로 남은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으며 내 초라한 마음은 알 수 없는 불안한 압박감으로부터 가벼워졌다. 이 북받치는 초라한 상태가 어떤 한계에 부딪힐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그리고 어떤 목표에 다가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미지의 남자가 내 상처에 부어 놓은 새로운 독을 나는 격렬한 갈증으로 다시 마셨다. --- p.85

그는 같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고, 나는 도망갔지만 헛수고였고 그는 줄기차게 계속 따라 왔다. 그는 조소하듯 금과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어떤 생각도 해낼 수 없었다. --- p.101

“당신을 그림자에 붙잡아 두어야만 저에게서 도망가지 않겠지요. 당신처럼 부유한 사람은 그림자를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그 점을 일찍 깨닫지 못했다는 점, 그것이 다만 비난 받을 일입니다.” --- p.109

나는 나무를 향해 한 걸음을 옮겼는데 다시금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마치 잘 훈련받은 군대의 신병처럼 걸어갔고 천천히 확실하게 걸음을 옮겨 봤다. 놀랍게도 숲, 평야, 풀밭, 산맥, 황야, 모래사막 등이 마구 변하면서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 걸음으로 7마일을 날 수 있는 신기한 장화를 신고 있었다.--- p.123

“예, 그렇습니다, 부인. 정말 신에게 감사드릴 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지요. 우리는 편안함과 혹독한 고통이 가득한 술잔을 신중치 못하게 많이 마셨습니다. 이제 그 잔은 텅 비었지요. 그 모든 것이 단지 시련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는 현명한 시각으로 실질적인 시작을 기다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실질적인 시작이며, 그 첫 번째 속임수 놀이를 더 이상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에 살았던 모든 것은 즐거웠습니다. 또한 저는 우리의 친구(페터 슐레밀: 역주)도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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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환상문학을 새롭게 읽는다
우리가 이미 깨닫고 있다시피, 21세기는 인류 역사상또 하나의 대전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직선적 역사 발전을 신봉해온 근대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과학주의 같은 지배 담론들도 그 권위를 의심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그동안 전근대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폄훼되어 문화의 비주류로 밀려났던 환상과 직관 같은 사유와 감성 체계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디지털 시대의 코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하여 우리 열림원에서는 책읽기의 새로운 마당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의미한 텍스트들은 늘 새롭게 읽을 필요가 있고, 특히 환상문학의 고전과 걸작들 중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인식 아래, ‘이삭줍기’ 시리즈는 세계문학사의 보석 같은 작품들을 발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우리는 고정관념에 얽매이거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풍성한 책의 잔칫상을 차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드레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일수록 알찬 책들과 만나 지혜를 얻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뜻깊고 소중한 일일 것입니다.
- 김석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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