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첫째가 내 곁에 오기 전까지 나는 이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다. 특수교육이 무엇인지, 통합수업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딸아이는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지역에 있는 특수학교에서 훌륭한 선생님과 멋진 친구들과 함께한다. 거기에도 권용덕 샘이 있고, 수길이와 민권이, 대우와 민서가 있을 것이다. 샘과 친구들이 있는 그곳에 아침마다 아이를 보낸다. 내 곁에 온 아이를 비로소 세상에 보내는 기분이다. 거기에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이 있다는 걸 이 책은 알려준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다이어트를 하거나 첫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그리고 이 친구들 곁에 특수교육 선생님이 있다.
다시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다운증후군 소녀의 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의 현장을 잘 몰랐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 행복과 노력을, 고단함과 보람을. 권용덕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장과 단단한 태도가 이 빛나는 알아감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알아야 한다. 실제 이름은 아니라지만, 권용덕 선생님의 제자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았다. 친구들을 좀 더 알게 된 것만 같아 뿌듯하다. 그리고 딸의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우리는 같이 있다. 친한 친구들과 또한 친한 선생님과 함께.
- 서효인 (시인)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에서 발달장애(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남매를 키운다는 건 매일 도전의 날을 산다는 뜻이다. 그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들이 장애 판정을 받았던 날부터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사실 지난날 동안 아이들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꿈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려 나갈 나의 꿈을 조심스럽게 상상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시와 자전거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보며 달달한 로맨스 영화가 떠올랐다. 아이들을 씻기고 똥을 치우는 에피소드에서는 액션 영화가, 스승의 날 편지 내용을 읽을 때는 해피엔딩의 드라마가 그려졌다. 특수교사라는 직업의 비애와 학교 폭력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가 범죄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나쁜 사람들을 다 물리쳐 주고 싶었고, 아이들의 취업과 독립을 위해 계속해서 관심을 쏟으며 지원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는 대하역사 드라마가 보였다. 또 앞으로 권용덕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할 시간은 어떤 영화로 그려질까? 모든 주인공이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 장애인의 삶에 동행하고 계시는 모든 지원사분들,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특수교사와 통합학급 교사, 그리고 장애와는 직접적인 연결점이 없더라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미소 한번 짓고 싶은 모든 분들과 이 책을 나누고 싶다.
-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