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외롭게 바로 잠들면서, 슬프고 쓰라린 그의 가을에 떨어지는 노란 잎사귀의 바스락거림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었는데, 그의 쓰라린 가을은 바로 그날 밤 학살의 붉은 달이 웅덩이를 이루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체들 속에서 영원히 시작되었다.
--- p.50
네 정권이 쓰고 남은 돈을 안전한 장소에 묻어 두도록 해, 라고 충고했으며, 그곳은 그 말고는 누구도 찾아낼 수 없는 곳이어야 하는데, 벼랑 위의 집에서 망각을 뜯어 먹고 배들의 작별 인사를 구걸하는 시시하기 이를 데 없는 불쌍한 대통령들처럼 뺑소니를 쳐서 나와야 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으며, 저 거울을 쳐다봐, 라고 그에게 말했지만, 그는 자기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걱정 마세요, 어머니, 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요, 라는 마술적인 공식으로 그녀의 번민을 허물어뜨렸다.
--- p.87
집권 첫날부터 그는 모든 시민이 동시에 쳐다보는 존재가 얼마나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혀는 돌처럼 굳어 말이 나오지 않았으며, 죽기 직전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오자 자기 몸 전체를 드러내 아래에 있는 군중을 바라볼 용기를 결코 내지 못하리란 것을 깨달았으며,
--- p.141
멍청한 짓은 하지 말게, 청년, 조국은 살아 있어야 조국인 거야, 라고 말하고서, 책상에 놓았던 주먹을 펼쳤고, 손바닥에서 무언가를 보여 주었는데, 이 작은 색 구슬은 이것을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누구에게나 색 구슬이지, 하지만 이것을 가진 사람만이 이걸 갖는 거야, 청년, 이게 바로 조국이네,
--- p.145
그는 마지막 사랑을 끝낸 후에는 그 방을 떠났고, 사랑했던 방에서 급히 빠져나와 늙은 독신자의 침실 문간에 등불을 걸고는, 빗장 세 개를 걸었고 자물쇠 세 개를 잠갔으며 가로장 세 개를 지르고서, 당신이 오기 전까지 그는 또한 외롭게 물에 빠져 죽은 남자를 꿈꾸었듯이, 당신이 오기 이전에 매일 밤 그랬듯이 옷을 입은 채 혼자 바닥에 엎드려 누웠고, 소젖을 짠 다음 어둠의 야수 냄새를 풍기는 당신 방으로 돌아왔고,
--- p.256
모든 걸 가져가도 좋지만, 내 창 문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는 안 돼요, 생각해 봐요, 이 시간이 면 불타는 늪지처럼 보이는 바다를 이제 평소처럼 볼 수 없다면, 이 커다란 집에서 나 혼자 어떻게 살겠소, 깨진 창문으로 짖는 소리를 내면서 몰래 들어오는 12월의 바람이 없다면 내가 무슨 재미로 살겠소, 등대의 초록색 섬광 같은 불빛을 보지 못한다면 내가 어떻게 살겠소, 나는 안개 자욱한 내 고지의 불모지를 떠났고, 군에 입대해 연방주의 전쟁 통 속에서 열병에 걸려 죽음으로 신음했소, 사전에 적힌 것처럼 내가 애국심에 불타서 그랬다고는 믿지 마시오, 그건 모험 정신 때문도 아니었고 연방주의자들의 원칙에 쥐뿔만큼이라도 관심이 있어서는 더욱 아니었소. 그런 건 하느님이 자기의 성스러운 왕국에서나 갖고 있을 것이오, 절대 그런 게 아니오, 친애하는 윌슨 대사, 나는 바다를 보고 싶어서 그 모든 일을 했던 것이오,
--- p.270
나초, 차라리 왜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설명해 보게, 라고 말했고, 그러자 호세 이그나시오 사엔스 델라 바라는 땀에 젖어 물렁물렁해진 셀룰로이드 옷깃을 단번에 떼어 버렸고, 바리톤 가수 같은 그의 얼굴은 얼이 나가 있었는데, 당연한 일입니다, 라고 그는 대답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행복이 타다 남은 깜부기불입니다, 그래서 장군님은 그걸 느끼지 못하시는 겁니다
--- p.320
나는 이 어둠의 집을 배회하면서 생각하기를, 어머니, 좋았던 시절의 나의 어머니 벤디시온 알바라도여, 나를 도와주소서, 당신 망토 아래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내 신세가 어떤지 쳐다보소서, 그러면서 화려한 영광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없고, 그 시절을 즐길 수도 없으며, 그 시절에서 힘을 얻을 수도 없고, 계속해서 노년의 수렁에서 그 시절을 떠올리며 살아남을 수도 없다면, 그런 시절을 경험할 가치도 없어, 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는데, 둘둘 만 작은 종이쪽지로 마개를 만들어 그것으로 기억의 구멍을 막아 보려는 순진한 시도를 감행했지만, 위대했던 시절에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그 기억의 구멍으로 어김없이 빠져나갔으며,
--- p.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