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우주를 떠돌다가 세상에 태어났고/ 같이 살았고/ 아팠고 지금은 없다.
뒤늦게 본 문자에/ “아빠,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돼?/ 장례식 다 하고 말이야.”/
가자 강아지 데리고/ 지수 손잡고/ 저녁 햇살 가득한/ 섬으로
이제는 응급실에서/ 오라지도 않고
--- p.7

“어릴 때는 하루 종일 회사 간 엄마, 아빠만 기다렸는데 엄마가 오고 나면 금세 잠잘 시간이 되어서 슬펐었어.”
--- p.15

“나무는 사람이 불 때는 아예 안 죽어. 왜냐하면 사람이 죽어도 나무는 자라니까.”
--- p.23

‘어머니 재발 내가 하기 시른 걸 억지로 시키지 마세요. 아버지 내가 너무 어머니한테만 장난을 걸어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둘 다 좋아해요.’
--- p.24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혼났다. 짜증이 났다. 난 아주 애기가 아니다. 나는 지킬과 하이드가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이드의 마음을 알 것 같다.’
--- p.57

네 몸에 박혔던 수많은 주사기, 철심, 나사못들. 무너진 뼈를 지지하고 너를 살리기 위해 쓰인 도구지만 어찌나 무섭고 흉측하든지…. 그것을 보고 정작 너는 조용히 웃기만 하더구나. 섬망이 들어 네가 너 같지 않았던 몇 달은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이해 못 하는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지.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알게 되자 조용히 신 앞에 무릎 꿇고 깊은 내면으로 가라앉았어. 심해 바다처럼.
--- p.88

강해지자. 똑똑해지자. 강해지고 똑똑해져서 사람 사는 세상 좀 만들어보자.
--- p.122

그 정도 하면 됐잖아 이제 다시 돌아와/내가 도와줄게 나를 믿고 따라와/
너를 부정하는 게 아냐/ 그냥 예전의 너가 그리울 뿐이야/
그만하면 됐어 이제 집에 돌아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훨훨 넌 날아 갈 거야/날아올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