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시작하고부터 날짜와 요일을 잊고 산다. 월말에 ‘로스터’라고 불리는 1개월 비행 스케줄 표가 나오는데, 승무원에게는 비행이 있는 날인지, 오프(off)인지, 스탠바이(stand by, 대기 근무)인지, 비행이 있다면 어디로 가는지, 턴어라운드(turnaround, 기착지에서 하루 혹은 그 이상 머물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비행)인지, 레이오버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갈수록 사람이 단순해지는 걸 느낀다. 한번은 시니어가 비행기에 뭐 두고 가는 거 없느냐고 물었는데, 그때 모든 승무원들이 “brain(뇌)~”라고 외쳤다.
--- 김은주, 「나는야 캐빈 크루!」중에서
승무원의 화려한 이미지는 수면 위의 백조 모습과 흡사하다.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가 물속에서 쉼 없이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승무원들도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에, 또는 승객들에게 음식을 내가기 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승객들 앞에 설 때에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언제 바빴냐는 듯 단아하게 서비스를 한다. 시차 때문에 30시간이나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승무원들은 승객에게 미소를 짓는다.
--- 이종민, 「승무원을 가르치는 승무원 선생님」중에서
“너에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해서 양쪽으로 흔드는 게 싫다는 뜻이지만 인도 사람들에겐 예스라는 뜻이야.” 기내식 서비스를 끝내고 쉬고 있자니 인도 승객 한 분이 새끼손가락을 보이며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새끼손가락을 보이는 건 화장실을 찾는 거야!” “그럼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보이며 흔드는 건 무슨 뜻이야?” “물을 달라는 거지.”
--- 박나윤, 「작은 지구촌, 빨간 모자 타고 날다」중에서
그날 난 11시간 가까이 물과 빵 하나로 버텼다. 비행기에서는 승객에게 식사 서비스를 하고 나서 승무원들이 돌아가며 밥을 먹는데, 견습생인 나는 선배가 먹으라고 해야 밥을 먹는 줄만 알았다. LA에 거의 도착할 무렵 선배에게 “저, 밥 좀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았다가 “밥은 네가 챙겨 먹어야지, 누가 챙겨 주냐?”며 혼쭐이 났다.
--- 정혜전, 「승무원 경험을 자산으로 서비스와 매너를 전파하다」중에서
최근에는 피부와 치아 상태를 많이 본다. 오전 10시경 커튼을 활짝 열고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자리에 승무원 지망생들을 세워 놓고서 면접을 실시한다. 화장을 해도 자연광에 노출되면 피부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승무원은 기후가 다른 곳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피부가 예민해져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평소에 얼굴에 뾰루지가 잘 난다든지, 피부 트러블이 심한 타입은 곤란하다. 얼굴에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으므로 비행을 할 수 없다.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깊게 팬 사람도 서비스 직종인 승무원 분야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 이지은, 「승무원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조력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