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614만 8,000가구로 전체가구의 30.2퍼센트를 차지했는데 1990년 9퍼센트, 2000년 15.5퍼센트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일어난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사회 전반의 비혼과 만혼 현상, 청년층의 늦어진 노동시장 진입, 교육을 위한 기러기 가족 현상, 중장년층의 이혼율 증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가구 증가, 도시화와 개인주의, 산업화와 직업생태 변화, 통신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화려한 싱글’과 ‘노년의 고독사’ 사이에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가 가로놓여 있다.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위해 1인 가구가 되었지만 때로 ‘외롭고 우울한’ 감정이 따라오기도 한다. 1인 가구 스스로는 ‘자유로운/외로운’, ‘편안한/우울한’, ‘여유로운/초라한’과 같은 수많은 긍정과 부정의 감정 사이에서
어떤 자아상을 선택할까? 혼자 사는 삶은 자유롭지만 그에 따르는 장애물도 만만찮다.
--- pp.21~22
1인 가구의 집은 대부분 2년 계약의 전월세 형태다. 임시로 거처하는 공간이기에 예쁘게 꾸밀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기 취향대로 주거 공간을 꾸미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예쁘게 셀프인테리어를 한 방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한다. ‘방스타그램’, ‘집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SNS에 올리거나 1인 방송 채널에 소개한다. 방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방을 보는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한다. 방을 꾸미고 꾸민 방을 소개하는 일련의 행위는 집 꾸미기를 통해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려는 ‘욜로 라이프’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전문 업체를 통해 거금을 들여야 하는 일로 여겨지던 인테리어는 이제 혼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고, 관련 분야의 비즈니스도 급성장하고 있다. 가구나 조명, 인테리어 소품, 벽지 등으로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Home+Furnishing) 시장은 2015년 12조 5000억 원에서 2023년 18조 원까지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셀프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 pp.132~133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인 N잡러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주52시간 근무제의 확산과 다양한 일을 시도하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단기 노동과 재능 거래 그리고 콘텐츠 유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각종 플랫폼 중심의 ‘긱 경제Gig Economy’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임시직, 독립형 계약 근로자로 일하는 ‘긱 워커Gig Worker’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긱 경제의 발달은 더 많은 N잡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긱’은 일시적인 일이라는 의미인데,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에서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한 데서 유래했다. 노동연구원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220만 9,000명(2018년 말 기준) 가운데 55만 명 정도를 긱 워커로 추정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직업을 갖던 세대에게는 직업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였다. 그러나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N잡러 시대인 오늘날에는 ‘다중인격’이 일상화되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이미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현재’를 지배하는 SNS에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 pp.140~142
1인 가구를 위한 비즈니스의 대응은 ‘솔로 이코노미’ 혹은 ‘1코노미’(1인+ economy)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수고한 자신에게 작지만 고급스러운 사치품을 즐겨 선물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나 홀로 즐기는 일상에 익숙한 1인 가구. 혼밥에서 시작해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놀(혼자 놀기), 혼행(혼자 여행 가기) 등 계속해서 생기는 ‘혼○’ 시리즈는 관계의 단절이나 청승이 아니라 자신만의 즐거움이 담긴 활동을 표현하는 신조어들이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다인 가족과 그룹을 중심으로 삼았던 비즈니스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일과 휴식, 취미와 인간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변혁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 pp.156~157
호모 헌드레드가 단순히 오래 사는 living longer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사는 living well 것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2002년 과학저널 《네이처》는 젊은 세포보다 늙은 세포가 면역력이 더 강하다는 색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외부 스트레스에 더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늙음’은 소멸의 과정이 아니라 끊임없는 적응 과정이다.
2015년 유엔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고려해 인간의 생애주기를 새롭게 나누었다. 0~17세는 미성년,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 노인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65세까지가 청년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 노인을 더 이상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생산 가능 인구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일하는 고령자는 31.3퍼센트로 계속 증가 추세다. 이들 중 75퍼센트 이상은 자녀와 같이 살지 않으며, 75세 이상의 일하는 고령자 중에는 무려 82퍼센트가 자녀와 따로 산다. 자녀로부터 독립해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노후 세대는 계속 증가하며, 은퇴 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액티브 시니어 Active Senior 역시 늘고 있다. 바야흐로 인류는 전례 없이 긴 청춘 시대를 맞이했다.
--- p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