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참겠다. 다시는 웃지 못하게 하리라.”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 지옥신은 커다른 입을 벌리고 만 길 땅속에 있는 용암을 후욱 빨아들였어. 그러곤 있는 힘껏 백두산 꼭대기로 파아 내뿜었지. 그러자 백두산 꼭대기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집채만 한 불덩이가 날아오르고, 풀과 나무들은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어. 초록의 백두산이 순식간에 시뻘건 불길과 시꺼먼 연기에 휩싸인 거야.
--- p.10, 「신들의 어머니, 백두여신」 중에서
이 괴물들은 어찌된 노릇인지 머리 하나가 잘리면 죽는 게 아니라 되레 두 개가 솟아나는 거야. 머리 열네 개를 베면 스물여덟 개가 생겨나고, 스물여덟 개를 베어 내면 쉰여섯 개가 생겨나는 거지.
--- p.28, 「신들의 어머니, 백두여신」 중에서
흑룡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검은 입을 썩 벌려 불을 뿜었어. 잦아들었던 불길이 다시 활활 타올랐지. 백두공주는 제꺽 물을 끌어 와 성난 불길을 사그라뜨렸지. 흑룡이 불을 되살리면 백두공주가 불길을 잡고, 흑룡이 또 불을 살리면 백두공주가 또 불길을 잡았어.
--- p.47, 「흑룡을 물리친 백두공주와 백 장수」 중에서
그런데 말이야, 놀랍게도 그 고통 끝에 날개가 돋친 거야. 등어리에서 크고 흰 날개가 돋아난 거야. 날개는 당장이라도 날고 싶은지 퍼덕댔어. 더 이상 고통은 없었어. 두 날개는 퍼덕대고, 무거웠던 두 발은 땅에서 떠오르려 했어.
--- p.61, 「흑룡을 물리친 백두공주와 백 장수」 중에서
너른 들을 지나고 거친 숲을 가로지르고 긴 강을 따라 달리고 걷고 또 달렸어. 목이 마르면 흐르는 강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면서, 쉬지 않고 동해 숲을 향해 간 거야.
--- p.88, 「괴물새를 쏜 활의 여신, 더룽」 중에서
“백두산은 높고 높아. 아홉 마루, 깊은 골짜기 여덟, 강물은 열여덟 갈래로 흘러가지. 모두 신들이 사는 곳이야. 백두산 신은 제일 높은 곳에 계셔. 그러니 이제 나를 따라와.”
더룽은 흰 까치가 이끄는 대로 날아서 날아서 백두산 꼭대기, 백두산 신이 사는 곳에 닿았어.
백두산 신은 더룽을 보자 반가이 맞아 주었어.
--- p.106, 「괴물새를 쏜 활의 여신, 더룽」 중에서
힘장수 신은 맷돌 같은 두 손으로 쌍칼어머니의 두 팔을 잡았어. 그러곤 힘껏 잡아당겼지.
잉?
천하제일 힘장수 신은 당황하고 말았어.
읍!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쌍칼 어머니의 두 팔을 당기고,
으으으!
똥 누는 힘까지 쏟아부었지만 쌍칼어머니의 두 손은 꿈쩍도 안 해.
--- p.129, 「다툼을 다스린 쌍칼어머니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