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인구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가 자녀와 만나는 횟수를 늘리는 유일한 변수는 ‘돈’이었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속성을 소득, 교육수준, 연령, 성별, 결혼 상태(이혼 여부) 등으로 나누고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對面)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해보니 교육수준, 연령, 성별, 결혼 상태는 자녀 대면 접촉 빈도와 어떤 연관 관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로지 소득만이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부모의 소득이 1퍼센트 높아지면 부모가 자녀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 접촉할 가능성이 2.07배 높아졌다. 한국은 가족과 만나는 횟수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 「#1. 한국은 효(孝)의 나라인가?」 중에서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1994~1998년 동안 5개 주요 도시의 극빈층 46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당시 미국 정부는 주거 환경이 더 나은 지역으로 이주할 때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12세 이전에 이사한 아이가 성년이 되어서 얻는 소득은 이사하지 않은 경우보다 31퍼센트 더 많았다. 이는 조사 대상을 넓혀 분석한 연구의 결론과도 다르지 않았다. 1996~2012년 사이 주소를 옮긴 500만 가구를 추적 조사한 하버드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맹모삼천지교’ 효과는 비단 경제적효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좋은 동네로 이사한 경우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10대에 미혼 부모가 될 확률은 낮아졌다. 양질의 공립 학교와 성숙한 공동체 문화 등 좋은 환경이 아이들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웃 효과’는 어릴 때 이사할수록 컸다. 하지만 9세 이후부터는 그 효과가 감소해 23세가 넘으면 제로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2. 12세 이전에 ‘좋은 동네’로 이사한 아이의 소득이 더 높다」 중에서
2013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가 재미있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섹스에 적극적인 사람이 돈도 잘 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성관계를 하는 사람이 평균보다 5퍼센트를 더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혀 섹스를 하지 않는 사람은 성적으로 왕성한 사례보다 급료가 3퍼센트가량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역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또한 있다. 즉,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섹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소득자가 데이트 시장에서 있기 있는 것은 당연하다.
--- 「#3. 섹스와 소득의 상관관계」 중에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임 중 종종 남성 속옷의 판매량을 살폈다고 한다. 속옷 판매량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데, 그런 속옷 구매마저 줄면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비전통적인 경기 불황 지수로는 ‘데이트지수’가 있다. 경기가 나쁠수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서로에게 더 끌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온라인 데이트사이트 매치닷컴match.com엔 불황이 극심할수록 방문객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 밖에 ‘넥타이지수’도 있다. 경기 침체가 심할수록 고용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채용 인터뷰 때 외적 매력을 높이기 위해 남자들이 넥타이를 더 많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 「#4. 불황이 닥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에서
비만도 감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하버드 대학 의대 교수 연구팀은 2007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체중 변화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비만인 친구를 둔 사람은 뚱뚱해질 위험성이 그렇지 않은 친구를 둔 경우에 비해 57퍼센트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인 친구와의 관계가 돈독할수록 뚱뚱해질 가능성은 더 높았다. 한편 형제자매가 뚱뚱하면 자신도 비만이 될 위험성은 40퍼센트, 뚱뚱한 배우자를 만나면 자신도 비만이 될 가능성은 37퍼센트 가량 높았다.
--- 「#5. 비만도 전염된다」 중에서
얼마나 돈이 많아야 행복할까? 돈을 많이 벌수록 더 행복해질까? 이 질문은 경제학이나 심리학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행복학 연구에서 핵심적인 질문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와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교수는 갤럽이 2008~2009년 실시한 미국인 45만 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분석해 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하는데, 미국인의 경우 연간 소득 7만 5000달러까지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매일의 행복감이 커지지만 그 이상은 행복감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즉, 행복감은 연봉 7만 5000달러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 「#6. 행복의 포화점은 존재하는가」 중에서
뉴욕시 통근 열차는 1분씩 늦게 출발한다. 예를 들어 8시 14분에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을 출발한다고 스케줄표에 나와 있어도, 실제 열차 출발 시각은 8시 15분이다. 대부분의 승객은 모르는 이 늑장 출발의 관행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늑장 출발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막판에 헐떡이며 가까스로 열차에 뛰어오르는 승객을 위한 의도적 배려 때문이다. 뉴욕발 통근 열차는 놓치면 최소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따뜻한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1분이 가를 수도 있다. 역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내려 기차에 오른 뒤 ‘운이 좋았다’며 웃음 짓는 승객 뒤에는, 실은 시계와 달려오는 승객을 번갈아보며 출발을 늦추는 승무원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있는 것이다.
--- 「#7. 뉴욕 통근 열차가 1분 늦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