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로 시작해서 수학으로 방점을 찍는 것이 바로 초등 공부이다. 비단 초등 공부뿐이겠는가? 중고등학교 공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중요한 책읽기와 수학을 처음으로 배우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책읽기는 습관을 들이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책을 자주 접하다 보면 어느새 독서인이 된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 역시 십중팔구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수학은 다르다. 수학 공부 습관을 잘 들이고 실천하게 되기란 황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것처럼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니 수학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앞가림을 해줘야 한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다.
-p18-19, [초등 공부, 책읽기로 시작해 수학으로 방점을 찍어라] 중에서
1학년 1학기 수학 시간에 배우는 ‘7+5’와 같은 ‘한 자리 수+한 자리 수’를 생각해보자. 너무나 쉬워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이 과정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면 추후 자연수의 덧셈에서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수가 점점 커진다 하더라도 자릿수만 늘어날 뿐이지 덧셈의 원리가 바뀌진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넘어간다면 이후에 아무리 두 자리 수 덧셈을 배우고 세 자리 수 덧셈을 배운다 한들 모래 위에 건물을 짓는 격일 것이다.
이처럼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수학은 이후의 수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1학년 때 배우는 1부터 100까지의 수와 이를 활용한 덧셈과 뺄셈은 이후에 배우는 덧셈과 뺄셈의 기초가 된다. 게다가 덧셈은 2학년 때 배우는 곱셈의 기본 개념이 되며, 뺄셈은 3학년 때 배우는 나눗셈의 기본 개념이 되기 때문에 1학년 수학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할 수가 없다.
-p24, [1학년 때 수학 실력이 4학년까지 간다]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내가 수학을 못했으니 너도 별 수 없다’라는 생각이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며 그다지 논리적이지도 않다. 외국의 한 연구 기관에서 언어, 사회 과학, 수학, 과학 네 가지 분야를 대상으로 부모의 선천적인 능력이 자녀에게 후천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해 발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사회 과학이 부모의 선천적인 능력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으며, 그다음으로 언어, 과학, 수학 순이었다. 우리의 상식을 깨는 결과이지 않은가?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수학은 그 어떤 과목보다 논리적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아이는 거의 없다. 논리적 사고는 후천적으로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부모의 수학 실력은 결코 자녀에게 대물림되지 않는다. 부모의 ‘수학관’만이 대물림될 뿐이다. 이쯤에서 분명히 자문자답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자녀에게 어떤 수학관을 대물림해주고 있는 것일까?”
-p35-36, [내가 수학을 못했으니 당연히 아이도 못할 것이다] 중에서
‘공부는 머릿속을 채우는 게 아니라 머리를 회전시키는 것이다’라는 프랑스 격언이 있다. 선행 학습은 머리를 회전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머릿속을 채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혹은 1학년 때부터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며 선행 학습을 한답시고 열을 올릴 필요가 전혀 없다. 초등 1학년 수학은 집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장 어리석은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한답시고 비료만 계속 주는 농부이다. 기다리지 못하고 발묘조장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노련한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위해 비료를 주고 기다릴 줄 안다.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선행 학습을 시키는 부모들이여, 어리석은 농부로 남을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노련한 농부로 변할 것인가. 그 결과는 부모 자신에게 달려 있다.
-p44-45, [선행 학습, 아이의 수학을 망치는 지름길] 중에서
영어는 ‘절대 공부 시간’이 채워져야 하는 과목이지만 수학은 ‘절대 공부 양’이 채워져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영어는 어디까지나 언어이기 때문에 잘하기 위해서는 노출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영어는 노출 현장에 오랜 시간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하지만 수학은 공부 현장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수학은 철저하게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 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적당히 하루 공부 시간을 채운다고 해서 수학 실력이 느는 건 아니다. ‘매일 1시간씩 수학 공부하기’와 같은 계획으로는 결코 수학을 잘할 수 없다. 차라리 ‘매일 수학 문제집 2장 풀기’와 같이 목표량을 세우는 편이 효율적이다.
-p56, [수학 공부와 영어 공부는 엄연히 다르다] 중에서
수학에 스토리텔링이 도입되면서 교과서는 급격히 두꺼워졌다. 1학년 2학기 수학 교과서는 무려 200쪽이 넘는다. 개념 원리 등을 학생들에게 통보하듯이 알려주던 기존의 교과서와는 달리 이야기나 상황, 그림, 만화 등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교과서가 자연스럽게 두꺼워진 것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수학보다 스토리텔링 수학을 더 어렵게 생각하는 부모나 아이들이 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 수학은 생소할 뿐만 아니라 실생활이나 동화, 심지어 다른 과목들과의 융합이 시도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본적인 연산만 잘해도 수학을 어느 정도는 잘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다방면에 걸친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지만 잘할 수 있게 변한 것이다. 앞으로 스토리텔링 수학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며, 아이들이나 부모들 모두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 틈이 날 때마다 책을 권하고 책을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p69-70, [이야기가 있는 수학, ‘스토리텔링’] 중에서
‘발문 수준이 교사의 수준이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발문 기술은 교사에게 중요한 수업 기술 중 하나이다. 질문과 발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르다. 질문과 발문 모두 물음이지만, 질문은 이미 배운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묻는 것인 반면, 발문은 사고 활동을 활발하게 일으키는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질문은 답이 하나일 확률이 높지만, 발문은 답이 여러 가지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12+27’과 같은 문제를 통해 질문과 발문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정답이 무엇이니?”와 같은 물음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딱 한 가지 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겠니?”와 같은 물음은 굉장히 좋은 발문이다. 답변이 매우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답변이 가능한 물음을 대개 ‘열린 물음’이라고 하는데, 발문은 당연히 열린 물음이다. 이러한 열린 물음은 아이의 수학적 사고도 활짝 열리게 해준다.
-p97-98, [질문하지 말고 발문(發問)하라] 중에서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다면 점수보다는 자녀의 시험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바둑에 ‘복기’라는 것이 있다. 복기란 바둑을 다 둔 후, 그 경과를 검토하기 위해 다시 바둑돌을 놓아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복기를 함으로써 바둑 실력은 일취월장하기 마련이다. 수학 시험도 이와 같다. 이미 다 푼 시험지를 놓고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틀린 문제는 물론 맞힌 문제까지도 하나하나 다시금 풀어보게 해야 한다. 맞힌 문제 중 일부는 제대로 모르면서 맞힌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결과에 지나치게 민감한 부모들은 하나같이 아이의 실패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공부를 안 해서 겪는 실패는 차라리 어릴 때 많이 경험해보는 편이 훨씬 더 낫다.
-p101, [수학 시험, 점수보다는 방법과 전략이 우선이다] 중에서
수학 문제의 흐름은 단순 계산과 서술형을 거쳐 이제는 서술형 평가의 시대가 되었다. 계산만 잘해서는 수학 잘한다는 소리를 절대 들을 수 없다. 이해력 없이는 어떤 문제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논리력과 표현력 없이는 서술형 평가 풀이 과정에 ‘계산해서 구한다’, ‘그냥’과 같은 말만 쓰게 된다. 이해력, 논리력, 표현력 등을 한방에 연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책읽기가 답이다. 책읽기가 아니고서는 이런 것들을 얻을 방법이 묘연하다. ‘수학의 기본은 책읽기’라는 말이 나올 만한 이유이다.
-p202, [수학의 기본은 책읽기다] 중에서
수학 개념은 완벽하게 이해한 하나의 개념을 시작으로 전이된다. 개념과 개념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개념만 꽉 잡으면 다른 개념은 알아서 줄줄이 딸려 온다. 덧셈의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한 아이가 곱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이치 때문이다.
선행 학습을 시킨답시고 학원으로 보낼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개념 원리에 입각해 수학을 공부하게 하면 된다. 개념 원리에 따라 충실하게 공부를 하다 보면 심화 학습이 이뤄져 응용력이 좋아지고, 자연스럽게 선행 학습의 효과까지도 볼 수 있다.
-p210-211, [개념만 제대로 알아도 자동으로 심화 학습이 된다] 중에서
생활 속의 아주 사소한 것에서 수학을 발견하고, 이를 아이와 함께 해보는 활동은 수학적으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어린아이들일수록 무조건 수학을 문제집이나 학습지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자음과 모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한글을 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길거리의 간판을 유심히 보다가 한글을 떼는 아이도 있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는 없다. 생활 속 수학으로 자꾸 접하다 보면 간판을 통해 한글을 떼는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수학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이 진짜이고 힘이 세다는 것을 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수학을 문제집이나 학습지라는 닭장 속에 너무 가둬두면 안 된다. 수학을 풀어줘야 한다. ‘문제집을 나온 수학’은 아이를 흥분시킨다. ‘학습지를 뛰쳐나온 수학’은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닭장 열쇠는 부모의 손 안에 있다.
-p227, [수학은 생활 속에 숨어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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