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두서가 없어. 배경도 없이 어떤 스토리로 결재를 받으려고 하는가?”
“섬세한 기초 데이터도 없이, 무슨 근거로 당신은 이런 결론을 내리는가?”
대리님의 말씀은 모두 맞다. 그런데 가슴속에 불같은 화가 치미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기획을 해서 최적안 A, B를 도출하고, 그중 내가 결정할 것을 주어야 하잖아!!”
오늘도 열중쉬어 자세로 마음속에 참을 인(忍) 자를 하나씩 쓰기 시작한다.
--- p. 7
어제 밤을 꼬박 샜다. 부장님이 내 리포트를 검토하고 있다.
“리포트가 총 10장인데, 허~ (한숨) 내가 사장님께 이걸 다 보고드려야 하나?”
“네, 그중 중요한 것은 3페이지 개요와 7페이지 비용이고, 8페이지 일정도 중요합니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보나?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줘야 간략히 보고드리지.”
“10장도 최대한 요약한 것입니다. 한 장에 정리하면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어서…”
“그럼 10장 앞에 한 장짜리 요약을 해서 올려놔. 뒤에는 참조하면 되니까. 참 답답하네.”
누가 답답한지 모르겠다. 친절하게 10장을 작성했으면 그것으로 얘기하면 되지.
--- p. 9
“네… 저희가 자주 사용하는 설비제조사로 했고, 뒤에 팸플릿이 첨부되어 있으며…”
“그걸 누가 모르나? 숫자로 정량적인 표현을 하라는 말일세. 그리고 내가 사장님께 의사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A, B 안건을 도출하라는 얘기이고. 또한 안건별 금액과 함께 얼마나 유용한지 효과금액과 그로 인해 설비투자비를 몇 년 내 회수할 수 있는지를 적어주어야 사라 마라 할 것 아닌가? 구입하기 싫어? 그리고 일정은 왜 없나? 언제 기안하고 발주 내서 입고시킬 거야?”
이렇게 하려거든 치킨집을 차리라는 팀장의 일갈에 고개를 숙인다.
--- p. 14
현황파악 및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는 수준은 수동적인 보고이며, 문제-원인-대안-해결까지 원
스톱으로 정리하는 것이 능동적인 보고이다. 여러분이 상사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능동 보고가 일상화되면 업무의 질도 향상된다.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 점점 다차원, 다방면, 심층적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성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보고를 통해 무장하게 된다. 그 업무가 내 관할이면서 책임의식이 강화되고,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hurdle)에 대한 전략도 사전에 수립하게 된다. 보고 속에 일련의 해결 과정까지 말과 글 속에 녹아 상사의 뇌리에 전달되고, 그런 모습으로 인해 남들보다 우월한 평가를 받게 된다. 대면하지 않고 상사가 원하는 정보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촌철살인 보고서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 p. 24
요약보고를 작성하다 보면 하루에 상당한 양의 글을 작문하게 된다. 그 글들은 내 업무보고(일일, 주간, 월간)에 근간이 되고 집약적으로 기재할 수 있는 밀알이 되곤 한다. 매일 쓰는 보고서 작문은 나에게 공적인 일기가 된다. 텍스트화된 일기를 매일같이 남김으로써 업무 진행의 일정 체크와 미흡했던 행동을 자각하고 자연스럽게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내 미래역량은 다양한 보고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증진된다. 즉, 향후 동일한 문제점을 사전에 제어하면서 진일보한 예측력을 기르는 것이 보고서이다. 결국 억지로 작성하게 되는 보고서이지만 상대의 원츠와 시간을 배려하며 긴장감 있게 작성하다 보면 내 지식을 더욱 증진하게 되는 것이다.
--- p. 29
내 것 하나가 소중하지 타인의 열 가지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보고서도 나만의 독특함이 중요하다. 나만의 목차, 전개, 그림, 폰트, 도표, 결과, 방향 등 누구든지 한눈에 ‘내’가 작성한 것임을 알아봐야 한다. 상사는 내가 만든 표지만으로도 안정감을 찾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 p. 30
상사에게 보고할 때 어떤 경우에 내 말에 힘이 솟던가? 내가 사안의 본질을 꿰뚫고 정량적인 결론을 내렸을 경우이다. 모든 보고서의 핵심은 결론(Head-line)이 우선해야 한다. 결과를 미리 얘기하여 꾸지람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론을 맨 앞장, 맨 위에, 키워드로 작성하여 상사의 눈에 꽂히게 해야 한다.
--- p. 32
대부분의 일은 플러스 요소와 함께 마이너스가 존재한다. 세상에 거저먹는 사업이란 없다. 어떤 업무도 수익과 함께 반대급부적인 요소가 있다. 그것은 현상, 문제점, 리스크, 허들, 체크사항, 사전 검토사항 등이다. 문제는 반드시 팩트를 가감 없이 발췌해야 하며, 문제가 부재한 일은 보고의 가치가 없다.
--- p. 37
보고서의 데이터는 분석, 정리, 정보, 통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의사결정의 측면에서 가시화한 데이터는 결국 질문을 필요 없게 만든다.
1. [데이터] 의사결정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은다.
2. [분석] 데이터의 유형을 정비하고, 그 기준에 따라서 표현한다.
3. [정리] 데이터 유형별 유사, 상이한 것을 구분하고 정리한다.
4. [정보] 그중에 정보가 될 만한 것을 추린다. 상호 네트워크 연계성도 파악한다.
5. [통찰] 프로세스별 최적화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고 예견한다.
6. [결정] 1안, 2안을 도출하고, 그 중 결정한다.
--- p. 48
나는 온 힘을 다해 데이터를 가공, 취합하여 자료를 만들었는데 대체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바로 누락, 중복, 착오가 있어서 논리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력을 시스템적으로 사고하기 위하여 매킨지가 고안해낸 방법이 MECE이다.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는 상호 배제와 전체 포괄을 의미한다. 즉, 어떤 사항을 중복 없이, 그럼에도 누락 없는 부분 집합체로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배제로 인해 중복이 없어지고, 전체 포괄은 누락과 착오를 방지한다. 내가 보고서에서 주장하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관철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논리를 세워야 하는데 MECE만 한 것이 없다.
--- p. 69
완성된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이며, 한눈에 식별이 용이하고 지시자의 의도가 간파된 심플한 보고서를 의미한다. 숫자나 그래프로 시각적으로 만족스럽고 간소함에 중점을 두어 핵심에 집중하게 한다. 좋은 보고서는 지시자가 보는 순간 미소와 함께 1~2분 정도 정독하도록 유도하는 보고서다.
--- p.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