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숨결이며, 모든 지식의 보다 훌륭한 정수이다. 그것은 모든 과학의 표정 속에 있는 감동된 표현이다". 자연을 사랑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는 생명력을 지니고 율동하는 감동을 전해 준다. "시인 정신의 성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서곡」에서는 현실 세계의 비애와 실의 끝에 찾아낸 생명의 빛으로서의 자연이 영원화 되고 있는데, 호반시인(湖畔詩人)이라는 명칭을 안겨준 잉글랜드의 북서쪽 호수지방의 자연이 워즈워드에게 끼친 영향은 결정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자연의 발견은 자아의 발견이며 동시에 고립된 자아를 인간애로 향하게 하는 윤리적인 것이었다.

'내셔널트러스트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나무 냄새 물씬한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와 알프레드 테니슨으로 시작해서, 그에 뒤지지 않게 이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여 어린이들의 친구인 토끼 피터를 탄생시킨 베아트릭스 포터, 진정한 예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역설한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을 거쳐, 도쿄 근처의 사야마 구릉의 작은 숲에 다다르는 100여 년 간의 여행의 기록을 담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1895년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환경 운동으로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헌금이나 기부를 바탕으로 보전의 가치가 있는 토지, 환경, 문화재, 동식물 등을 매입한 후 이를 영구히 관리해 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포괄하는 말이다. 정식 명칭은 이다. 내셔널이란 '국가의'가 아니라 '국민의', 트러스트는 '신뢰'라는 의미로 '국민이 서로 신뢰하고 힘을 합쳐 국가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문화유산을 지키는' 민간 비영리 조직이다.

저자는 처음 영국을 방문한 이래 내셔널리스트의 매력에 끌려 그 탄생과 시대적 배경, 발자취나 세계적인 확장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각각의 보고서가 『마이니치 중학생 신문』에 「내셔널트러스트의 여행」시리즈로서 1994년부터 게재되었고, 그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내셔널트러스트를 쉽게 소개한 책이 이 앙증맞은 표지의 한 권이다.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로부터 출발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계보는 1895년 본격적인 단체의 출범을 계기로 당시 영국의 사회개혁운동과 맞물려 발전을 거듭한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삶의 질을 확보하려는 운동은 급격한 산업화의 속도와 맞물려 전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게 된다. 그 과정이 기행문의 형식을 빌어 잔잔하게 소개된 곳이 2부 '여행'편이다.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부터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유럽 여러 나라들의 내셔널트러스트 활동과 자산, 인물들이 소개된다.

'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3부에 이르러 이 책의 제목에 대한 다분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애니메이션 속의 '토토로'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쌈짓돈으로 살려 낸 숲이 어떻게 '토토로의 숲'이라 불려지며, 어떻게 일본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꿈과 미래를 밝혀 주는가를 자분자분 설명한다. 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을 '토토로의 숲'으로 보존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하고, 더불어 다음 세상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의식적인 희망을 물려주는 효과를 거듭 강조한다. <원령공주>에서 다시 한번 일본의 1000만 관객들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가르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적극적인 주동자이자 지자자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궤적을 쫓다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근원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대립해서는 안 돼요. 언제나 나란히 걷자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애들레이드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만난 책임자 필립 멘데스 씨의 말. 정부와 민간이, 어른과 어린이가, 남자와 여자가, 관리자와 노동자가 대립해서 얻는 것은 별로 없을 뿐, 나란히 걸을 때만이, 그곳에 사랑이 움트고, 꿈도 미래도 발전도 있음을 이 책은 가르친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부터 '내서널트러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개시한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 nationaltrust.or.kr>과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 www.greentrust.net> 등이 대표적인 곳들이다.

전국에서 기금에 응모해온 건수는 1년 반 동안 1만 건 가까이 이르렀다. 게다가 약 40퍼센트가 초등학생, 중학생, 고교생으로부터이다. 용돈을 편지에 첨부하여 보내온 어린이가 많이 있었다. 『이웃의 토토로』가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1991년 8월, '토토로의 숲 제1호'가 탄생한다. 사이타마현 토코로자와시 카미야마쿠찌에 있는 3백60평의 잡목림을 모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아름다운 신록의 5월, 토토로의 숲을 걸었다. 상수리나무나 작은 졸참나무의 잎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이 새들의 노랫소리를 가만히 실어와 발소리를 죽이며 걷고 있는 내 귀에 닿게 해주었다. 소곤소곤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벌레들일까?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생물들의 작은 호흡이 들려오는 것 같다. 잡목림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이곳 사람들은 '토토로 고향 기금'으로 손에 넣은 숲만이 아니라 사야마 구릉 전체를 토토로의 숲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야마호의 서쪽 숲 안에는 벌레들의 광장이 있고 호수에는 물새들의 낙원이다. 천천히 천천히 걸었다. 활짝 핀 아카시아 꽃 향기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깊이 숲을 들이키니, 꽃의 정령이 날아들어 오는 것만 같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꼭 소개하고 싶은 주민운동이 있다. 도쿄 도와 사이타마현에 걸친 사야마 구릉의 숲을 지키기 위해 생긴 <토토로의 고향기금>의 활동이다. 토토로란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작ㆍ각본ㆍ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의 토토로』에 등장하는 불가사의한 생물을 말한다. 이 이야기의 무대가 된 것이 사야마 구릉의 숲이다. 도쿄도의 수원 저수호인 사야마 호수를 품에 안은 이 구릉에는 수도원에는 보기 힘든 무성한 자연이 남겨져 있다. 그러나 신쥬쿠가 도심으로 편입되면서 주택 개발, 대학 교사의 건설, 레저 시설 개발이 연이어 이 귀중한 숲도 점차 개간되어 갔다. 자연이 위협받고 있다. 지금 우리들이 숲을 지키지 않으면 영구히 토토로의 고향은 사라져 버린다는 의견이 많은 시민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리하여 이미 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사야마 구릉의 숲을 지키는 세 모임의 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위원회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1990년 4월에 <토토로의 고향 기금위원회>로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개시했다. 취지서에는 분명하게 사야마 구릉을 대상으로 한 '내셔널트러스트 토토로 고향 기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청과 사이타마 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도기관을 통해 전국에 호소하였다.

반향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전국에서 기금에 응모해온 건수는 1년 반 동안 1만 건 가까이 이르렀다. 게다가 약 40퍼센트가 초등학생, 중학생, 고교생으로부터이다. 용돈을 편지에 첨부하여 보내온 어린이가 많이 있었다. 『이웃의 토토로』가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1991년 8월, '토토로의 숲 제1호'가 탄생한다. 사이타마현 토코로자와시 카미야마쿠찌에 있는 3백60평의 잡목림을 모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아주 작은 숲이지만 전국의 토토로 팬의 커다란 꿈이 가득 쌓인 숲이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모두의 꿈을 더 넓히기 위해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잉글랜드와 북서쪽 호수지방, 이곳은 내셔널트러스트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다. 생애를 통해 줄곧 호반을 사랑해 왔던 호반의 시인들, 윌리엄 워즈워스와 알프레드 테니슨. 그리고 그에 뒤지지 않게 이 자연과 동물들을 사랑하여 토끼 피터를 탄생시킨 베아트릭스 포터를 모르고서는 이 호수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곳은 미래에 대한 꿈의 탄생지인 것이다. <br/><br/>워즈워스는 1770년 이 마을에서 태어나 1850년 그가 죽을 때까지 자연을 예찬하는 시를 썼고 또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실천을 몸소 보여왔다. 그의 이런 정신을 제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세 사람의 내셔널트러스트 창설자인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 하드윅 론슬리 신부, 사회운동가 옥타비아 힐에 의해 완성되었다.<br/><br/>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으며 1844년 철도노선 연장은 이곳 아름다운 호수지방까지 계획되었다 이때 계관시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던 74세의 워즈워스는 철도가 이 땅을 파괴할 것이라며 맹렬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특히 일간지 <모닝포스트>에 보낸 장문의 투서는 큰 영향을 끼쳐 철도는 윈더미어 호수 조금 앞에서 멈춰야만 했다.<br/><br/>그러부터 30년 후, 다시 철도부설 계획이 세워졌지만 이때는 존 러스킨과 하드윅 론슬리에 의해 철도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호수지방은 지켜졌다. 그리고 10여 년 후, 노동자들의 1실링도 부유한 후원자들의 토지 기부도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한데 모아지기 시작해, 그리고 이렇게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아끼고 예술을 찬양한 사람들에 힘입어 내셔널트러스트가 탄생하게 된다.<br/><br/>이 책은 1895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탄생과 경과를 따라 영국, 스코틀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공화국, 미국, 일본 등을 취재한 기행문 형식을 띠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운동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세계 각지의 자산과 더불어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미술비평가 존 러스킨, 세계적 동화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와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이들의 높은 안목과 장녀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이 운동과 이어졌는지를 잔잔히 전하고 있어 이 즈음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와 운동의 양태가 무엇인지를 곱씹어 보게 할 수 있는 알맞은 입문서이다.<br/><br/>왜 토토로의 숲인가?<br/><br/>'토토로'는 일본의 신화 속에 나오는 숲의 정령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이웃의 토토로>를 통해 유명해진 캐릭터이다. 지은이는 신화 속의 '토토로'와 어린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토로'를 일치시킬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성숙도를 환경운동, 즉 지구의 꿈을 길러나가는 주요한 동력으로 보고 있다. 사야마 구릉 일대의 숲을 '토토로의 숲'으로 보존하는 운동의 과정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좋은 모범이 되는 것이며, 그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게다가 다음 세상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물려주는 성격까지 갖춤으로써 인간과 자연과 문화가 하나 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령공주」등으로 유명한 미야자기 하야오 감독 자신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적극적인 주동자이자 지지자로 그의 작품들의 원형이 어디에 있는지를, 그리고 그의 만화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 일본 문화 개방이 본격화된 이 즈음, 우리가 성숙한 사회로부터 무엇을 먼저 받아들여야 할 지가 분명해진다.

Ⅰ부. 탄생
자연에 대한 진정한 귀의, 인간에 대한 진솔한 사랑,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예찬이 서로 어우러져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탄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장. 호수지방과 창설자들
1895년 내셔널트러스트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과 과정을 아름다운 영국 북부의 호수지방을 무대로 해서 여러 인물과 사건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과의 조화를 설파하여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평가될 정도인 시인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와 실질적인 세 창설자 ― 하드윅 론슬리 Hardwicke Rawnsley 신부, 로버트 헌터 Robert Hunter, 옥타비아 힐 Octavia Hill ―의 삶과 역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

2장. 두 개의 사랑
인간의 사랑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운동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두 쌍의 연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토끼 피터 이야기>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와 하드윅 론슬리 신부의 사랑, 그리고 저명한 미술비평가인 존 러스킨 John Ruskin과 옥타비아 힐의 사랑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인간미와의 관련 속에서 잔잔하면서도 진솔하게 펼쳐지고 있다.

Ⅱ부. 여행
영국의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부터 시작하여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유럽 여러 나라들의 내셔널트러스트 활동과 자산, 인물들을 소개한다.

Ⅲ부. 꿈
일본의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미야자키 하야오가 참여한 모범적인 사례인 '토토로의 숲'을 이야기하면서, 미래의 꿈을 지키는 운동이 어린이들에게 닿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895년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환경 운동으로, 토지, 환경, 문화재, 동식물, 시설 등을 매입한 후 이를 영구히 관리해 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일컫는다. 지금은 '내셔널트러스트'라는 말이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는데,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이 운동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내셔널트러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표방한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nationaltrust.or.kr 과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www.greentrust.net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