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우 초등학생인데 다른 학습 일정에 치여 독서 시간 확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학년 때 독서에 중점을 두던 가정에서도 영어, 수학에 서서히 시간을 내어 줍니다. 영어, 수학은 하지 않으면 당장 내 아이가 뒤처지는 것이 눈에 보여요. 앞집 아이는 지금 6학년 수학 진도를 나가네, 옆집 아이는 중학교 과정에 들어갔네 하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내 아이의 진도와 바로 비교가 됩니다. 옆 동에 사는 누구는 이번 테스트에서 무슨 레벨을 받았네 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금세 마음이 급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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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생이 재수를 해서 의대에 갔는데요. 첫 해 수능에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수를 시작하기 전 겨울 방학에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고 해요. 그 이후로 점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서 만족할 만한 재수 결과를 얻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독서는 마법일까요? 독서와 수능 성적이 대체 어떤 관련이 있길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수능 성적이 이렇게 기적처럼 높게 나오는 걸까요? 실제 사례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 p.27
‘아이들이 이런 어휘도 모르고 있었나?’ 이렇게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를 외울 게 아니라 국어 단어를 외워야겠어요.” 요즘은 영어 조기 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만큼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요. 영어 단어는 영어 유치원부터 외우지만 국어 어휘는 그렇지 않지요. 영어로는 알지만 국어로는 모르는 단어가 있을 정도예요. 영어는 학원에서 꾸준히 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보지만 국어 어휘를 시험까지 보지는 않지요.
--- p.34
‘다른 집 아이는 벌써 『해리 포터』를 읽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삼국지』 읽어요.’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마음, 우리 아이는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책을 읽는다는 부모의 만족감, 어떤 경우에서는 우월감으로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더 어려운 책을 내밀게 됩니다. 그 덕분에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독서 선행’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혹시 우리 집도 여기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 선행은 독서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려요.
--- p.52~53
고학년의 독서는 의식적으로 챙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를 너무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고학년 자녀를 대할 때는 세련됨이 필요해요. 독서에 대한 관심은 유지하되 너무 넘치지는 않도록 아이와의 관계를 반드시 먼저 생각하면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사실 이건 저도 참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2주에 1권 읽기는 아이들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해 볼 만한 좋은 방법입니다.
--- p.62
아이가 편독하는 책의 주제를 보고, 주제를 확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좋습니다. ‘전쟁’에 빠진 아이라면, 전쟁에 관한 문학, 비문학, 영화, 인터넷 동영상, 뉴스, 강의, 뮤지컬 등 같은 주제를 가진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접근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가 더 넓은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습니다. 스포츠라면 스포츠의 역사, 역대 선수와 그들의 성장기, 그들의 연습량뿐만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 우리나라의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종류 등 폭넓은 확장이 가능합니다.
--- p.82
학급 아이들의 독서 습관과 수준을 마주하며 깨달은 점은 ‘고학년이 되었지만 아직 독서의 경험은 저학년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많구나. 독서의 재미도, 독서 습관도 잃어버린 친구들이 많구나! 이대로 가다간 아이들이 독서에 손을 놓을 수도 있겠다. 독서의 재미를 끌어올려 줘야겠다’였어요. 집 나간 독서의 재미를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읽으라고 말만 하지 않고 직접 매일 아침 20분씩 책 읽어 주기. 그게 전부였답니다.
--- p.115
아이가 커 갈수록 공유할 수 있는 대화 주제도 줄어들고 대화의 시간과 횟수도 잦아들지요. 그런데 독서 동아리 덕분에 우리 아이,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를 꾸준히 가질 수 있게 되어 사춘기 부모 자녀 간에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자신합니다. 나 혼자서 하기 막막한 책 나눔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일단 용기를 내 독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면 분명 책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게 될 거예요.
--- p.135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과 느낌,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앞에서 제시한 형식의 틀에서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읽었던 비슷한 주제의 책과 비교한 내용을 쓸 수도 있고요.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글을 엮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에 오면 아이들이 10분 글쓰기로는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시간이 부족하니 시간을 더 달라고 해요. 평소에 아이들이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 p.186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 문맥을 통해 어휘의 의미를 유추하여 푸는 문제인데 아이들이 이런 문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이 ‘유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라면 딱히 어려움 없이, 미리 공부할 필요도 없이 맞힐 수 있는 문제인데 등급을 가르는 킬러 문제로 둔갑하는 현실이 참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미리 공부하라고 하지 않은 단어예요’, ‘학원에서 안 가르쳐 주셨어요’라는 원성이 자자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수동적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암기’보다 ‘유추’가 훨씬 고등 사고 능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요. 수능 문제들이 대부분 이 유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초등 고학년 시절부터 이런 유추 능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19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