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집배원 아저씨가 가져온 커다란 상자 하나.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요? 상자를 열어 보니, 펭귄 한 마리! 인형도 아니고 살아 있는 펭귄이 깜짝 놀란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놀라기는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엄마, 아빠는 “거참, 이상하네.” 고개만 갸웃갸웃, 누나와 동생은 생각도 못한 선물 앞에 입이 헤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상자를 살펴봐도 보낸 사람 이름이 없습니다. 그저 뜻 모를 소리가 적힌 쪽지 한 장이 달랑 들어 있을 뿐이에요. “저는 펭귄 1호입니다. 끼니때가 되면 먹이를 주세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그날 뒤로, 날마다 한 마리씩 펭귄이 배달되거든요. 첫 일요일에는 7마리, 1월 마지막 날에는 31마리, 3월 첫날에는 60마리……. 결국 펭귄이 온 집 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렇게 많은 펭귄을 다 어떻게 하죠? 시도 때도 없는 소음에, 냄새에……, 할 일도 산더미처럼 늘어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공간입니다. 이렇게 많은, 게다가 날마다 불어나기까지 하는 펭귄을 어떻게 다 집 안에 수용하느냐고요!
네 식구는 전자계산기까지 꺼내 들고 펭귄 정리하기에 골몰합니다. 60마리를 5층 탑처럼 쌓아도 보고((1+2+3+4+5)×4=60), 144마리를 12마리씩 12무리로 나눠 보기도 하지요(12×12=144).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또 한 마리가 늘어나서 다시 뒤죽박죽이 되어 버릴 뿐이거든요.
이젠 사람이 펭귄을 데리고 사는 건지, 펭귄 우리에 사람이 더부살이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날마다 펭귄 무리와 씨름하는 사이에 네 식구는 “펭귄처럼 살고, 펭귄처럼 생각하고, 펭귄처럼 꿈꾸고,” 그러다 “마침내 펭귄이 되어 버립니다.”
이 기막힌 펭귄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이렇게 엉뚱한 짓을 누가, 왜 꾸민 걸까요? 드디어 12월 31일, 365마리나 되는 펭귄이 꽉꽉거리는 가운데 모든 비밀이 밝혀집니다. 그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