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용카드가 시간을 절약해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공공요금이나 다른 청구서 결제를 위해 매달 은행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신용카드가 시간을 늘 절약해주진 않는다.
나는 2010년대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경제학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아마도 그래서인지 정부의 변호사들이 내게 두 건의 소송사건에 전문가 증인으로¸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그중 한 소송은 고객의 신용카드에 잘못된 사용금액이 청구될 수 있도록 보안 위반을 허용한 회사에 대한 것이었다. 내 첫 반응은 “왜 저죠? 제가 신용카드에 대해 뭘 알겠어요?”였다. 변호사들은 신용카드 사용자가 잘못된 청구서를 수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송은 한 회사의 거듭된 보안사고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들이 고객의 계정을 폐쇄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새로운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했다. 카드를 분실했거나 도난당했거나 파기한 경험이 있는 고객은 새로운 카드를 발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안다. 신용카드로 전화 요금, 케이블 요금, 기타 고지서 등 직접 청구되는 정기결제를 연동한 경우라면 신용카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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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많은 돈이 있을 때, 소비시간당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드는 시간집약적인 활동에서 소비시간당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이 드는 상품집약적인 활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식료품 구입, 집에서 요리하기 그리고 그 후에 치우기까지 시간이 많이 드는 것에서 상품 집약적인, 시간은 덜 쓰지만 더 많은 돈을 소비하는 음식 사먹기로 전환하여 음식에 대한 우리 욕구를 충족시킨다. 두 가지 접근법 모두 우리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첫 번째 접근법이 두 번째 접근법보다 시간은 더 들고 돈은 덜 든다. 얼마나 자주 이 활동에서 저 활동으로 전환할지는 얼마나 그것을 즐기는지와 얼마나 쉽게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경우에서 우리는 더 윤택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맞춰 소득 증가분을 사용한다.
시간 사용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문제는 금전적 인센티브(동기)가 우리가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즉, 고정된 하루 24시간을 더 많은 구매와 결합할 수 있는지이다. 부자를 ‘부자’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 매년 얻는 소득의 양이다. 65세 미만인 성인에게 소득의 가장 큰 부분은 많은 일을 하여 얻는 소득이다. 다른 부분은 그들이 다른 원천에서 얻는 비근로 소득이다. 예컨대, 일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은 퇴직해 연금소득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일을 하지 않기로 하여 노동시장 밖에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직장을 구하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실직 상태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사람도 다른 원천으로 얻는 소득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유급 근로가 없어도 추가 소득만으로 부유하게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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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들의 선택은 그들이 버는 많은 수입과 유급 근로를 더 하고자 하는 인센티브(동기)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더 큰 기회비용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고소득자의 시간은 유급 근로로 돈을 벌 능력이 적은 사람들보다 더 가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을 하지 않았고, 일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 즉 비직업 배우자, 실업자 및 은퇴자의 시간 또한 가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가정의 지출에 금전적으로 기여하지 않더라도 가계소득이 더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다양한 선택이 나타난다.
부자가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는 모든 방법은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물이다. 어느 누구도 대졸자, 의사, 변호사 혹은 교수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유급 근로를 더 많이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의 일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잠을 덜 자거나 TV를 덜 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시간에 대한 선택은 자신의 것이다. 그들은 다른 것을 더 많이 즐기고, 세속적으로 더 다양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하루 및 주중의 더 쾌적한 시간에 일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삶의 즐거운 특성이다. ‘왕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며, 서구사회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미국에서 부유한 사람들과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거의 왕 혹은 여왕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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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은 365일이고 하루는 24시간밖에 없다. 기대수명보다 소득이 훨씬 더 빠르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수명 연장과 현저하게 늘어난 소득이 합쳐져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비록 우리가 직면한 시간의 상대적 희소성은 증가했지만, 우리의 선택은 확대되었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가진 시간의 한계와 커다란 상대적 소득 증가를 상쇄하면서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늘려주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는 변화의 성격에 따라 추가시간을 가정 활동, 수면, 몸단장 그리고 다른 활동에 어떻게 나눠 사용할지가 달라진다. 우리 각자는 우리가 받은 시간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해야 한다.
업무 배정이 취소되거나 표를 가진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되는 등 계획했던 활동이 실현되지 않을 때 매우 일시적으로 그리고 예기치 않게 추가시간이 생긴다. 해방된 몇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다른 활동에 재배치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그 시간은 사용될 것이다. 소파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며 자유시간을 보내더라도 우리는 암묵적으로 (순수한 여가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는 활동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선택했다.
대개 예상치 못한 것이 해고나 직장 폐쇄 같은 실업 기간이다. 두 경우 모두 사람들은 갑자기 실직해서 비업무 활동에 써야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들은 확실히 더 궁색해진다. 사람들이 실직을 선택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줄어든 소득을 소비할 더 많은 시간이 생긴다. 이 시간 선물이 선택이 아니었으니 추가시간이 단지 일시적이라고 믿거나 최소한 희망하며 적은 돈으로 이 자유시간을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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