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나는 서울의 어느 상가에서 매니큐어가 잔뜩 쌓인 가판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이 가판대를 찍으려고 했을까? 그건 아마도 매니큐어의 매혹적인 색깔 때문일 수도 있고, 하얀 뚜껑이 제멋대로 다양한 각도로 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일 수도 있고, 한창 유행하고 있는 싸구려 매니큐어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모습이 꽤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매니큐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패턴과 각도, 색감으로 나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나는 여행을 하거나 거리를 돌아다닐 때 항상 사진 찍는 일에 빠져 있다. (…)
얼마 전에는 파나마시티에 있는 어느 생선가게에서 잘게 썬 해산물이 잔뜩 섞여 있는 상자와 마주쳤다. 완벽한 모습이었다. 세상 어디든 물건들은 정리되어 있고,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미학에 관련된 관심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정리된 물건들은 시각적으로 닮아 있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왜 이처럼 어떤 것들을 연결시키고 싶은 걸가? 나는 다양한 사물과 풍경의 모습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서로 연관짓곤 한다. 그렇지만 위의 경우에는 작은 물건들이 무작위로 쌓여 있는 것, 딱딱한 모서리와 부드러운 모서리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 그리고 각기 쌓여 있는 물건들 안에 인상적인 시각적 기운이 깃들어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라고 추측해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일상생활의 모습이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에 그냥 의도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수천 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다양한 문화에서 이런 비슷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시각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나는 진지하게 생각에 빠지게 된다.
붉은색으로 강조된 것이 이미지들을 시각적으로 연결하지만, 각각의 이미지들은 특별한 장소에서 그 시간이 강조하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각각은 그 이면에 문화적인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우리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관찰할수록, 더 비슷한 점과 패턴과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다. 가까이 관찰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더 많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이 알 수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아름다움에는 곡선을 이용하고 힘을 표현하려면 각도를 이용하라.-22p
붉은색은 아이들에게는 마법의 색으로 통한다. 맥도널드와 모든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마치 신체 감각을 흥분시키는 데(혹은 교묘히 조정하는 데) 설탕을 이용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색, 특히 붉은색을 시각적인 감각을 흥분시키는 데 이용한다.-33p
첼로나 바이올린, 튜바 같은 악기의 곡선을 이루는 형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나무에서,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 인간의 신체에서 혹은 어떤 다른 자연의 창조물에서 비슷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곡선의 형태를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다.-46p
구성은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술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습관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물건들을 질서정연하게 놓는 행위는 우리의 DNA 속에 각인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행하는 단순한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책상을 어떻게 정돈하는지, 저녁 식탁을 어떤 모습으로 차려내는지, 옷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56p
언어 그대로의 정의에 따르면, 장식은 주로 표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놀고, 즐기며 감탄한다. 장식은 엉뚱하기도, 진지하기도, 상징적이기도 하며, 참조가 되면서도 우스꽝스럽거나, 추상적이거나,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60p
음악은 건물처럼 형태를 지닐 수 있으며, 문학, 움직임, 냄새도 마찬가지이다.-70p
빛은 종종 뒷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배경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간판, 전화, 그리고 휴대용 노트북 그리고 LCD는 인테리어 불빛 속에서 물결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빛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빛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빛의 가장 순수한 형태 속에서 빛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도록 영감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86p
도시는 수많은 거리와 보도가 있고, 모든 것이 엄청나게 집중되어야 할 명백한 이유를 가진 최고의 장소이다. 도시에는 사람, 건물, 역사, 상품, 상점, 간판 그리고 조화를 이루는 다른 모든 디테일들이 존재한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94p
이탈리아 대부분의 도시들은 자동차들이 지역을 뚫고 지나가도록 길을 넓히지도 않았고, 거리에 주차장을 만드느라 시내 외관을 망치지도 않았다. 이런 정책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탈리아는 광장, 산책할 수 있는 거리, 보도에 늘어선 카페, 공원, 그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우아한 공공장소가 더 많은 국가가 되었다.-102p
패턴은 일상적인 물건을 바꾼다. 야구 모자, 립스틱, 공사장 자재들 등 무엇이건 그렇다. 나는 재미없고 일상적인 물건들을 찾아다닌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우아한 패턴을 발견하기 때문이다.-117p
아름다움은 과정과 관점에 놓여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보고 싶어하는 대로 세계를 바라볼 힘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아름다움은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
-1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