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저녁, 은은한 노을빛에 끌려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공터에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고 있었다. 아이는 대충 고무줄을 끼워 만든 새총으로 어딘가를 겨누고 서 있었는데, 한 7, 8미터쯤 떨어진 곳에 세워진 유리병이 그 표적인 것 같았다.
나는 호기심에 아이를 지켜보았다. 아이는 새총을 높이 들었다 낮게 들었다 하며 신중하게 쏘는 듯했으나 돌멩이는 계속 유리병을 빗나갔다. 나는 아이의 새총 쏘는 실력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미소를 띤 채 아이 손에 돌멩이를 쥐어 주었다. 아이는 쉬지 않고 유리병을 향해 새총을 쏘아 댔다.
아이는 꽤 열심이었다. 고무줄을 있는 힘껏 당기더니 숨을 한참 참은 후에야 새총을 쐈다. 나는 저런 식으로 했다가는 한 발도 못 맞힐 거라고 생각하며 물끄러미 바라봤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아이에게 새총 쏘는 법을 가르쳐도 될까요?”
“말씀은 고맙지만, 괜찮아요.”
엄마는 잠시 미소 짓더니 아이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제 아들은 앞을 보지 못해요.”
나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런데 왜 새총을……?”
“아이들은 원래 새총을 좋아하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아드님이 저 유리병을 어떻게…….”
“뭐, 언젠가는 맞힐 수 있겠죠. 중요한 건 얼마만큼 노력을 했느냐 하는 거 아닐까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으나 나는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는 지쳤는지 새총 쏘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졌다. 아이의 손에 묵묵히 돌멩이를 쥐어 주는 그녀의 동작 역시 점점 느려졌다. 나는 문득 아이가 한 자리에 서서 새총을 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총을 한번 쏠 때마다 아이는 조금씩 발을 옮겨 유리병을 맞힐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돌멩이는 여전히 유리병을 빗겨나갔다.
날이 저물자 어디선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어느덧 하늘엔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공원에는 ‘휙’ 하고 고무줄 당기는 소리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돌멩이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 반복해서 들려왔다.
주위는 점점 어두워져 이제는 유리병이 어디 있는지조차 잘 보이지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오늘 안으로 맞히기는 글렀군.’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아이 엄마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몇 걸음을 갔을까. 내 등 뒤로 ‘쨍그랑’ 하고 유리병이 깨지는 맑은 소리가 들려왔다.

<B>그리움에도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B> <br/><br/>당신은<br/>가끔씩 아련한 첫사랑을 회상하시나요?<br/>배우자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레임을 기억하시나요?<br/>부모님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을 한 것은 언제였나요?<br/><br/>이 책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에 아쉬운, 그래서 더욱 그리운<br/>‘내가 사랑한 사람들’과‘나를 사랑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br/>첫사랑에 너무 아파했음에도 가끔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는…<br/>배우자에게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노라 약속해놓고<br/>때때로 화려한 솔로를 부러워하는 …<br/>건강하기만 바라던 처음의 마음은 잊고<br/>아이가 가져온 성적표에 일희일비하는…<br/>부모님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색함 때문에 또 미루게 되는…<br/>이 책은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br/>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은 살아오면서 잊고 지낸, 지난날을 기억하고<br/>‘나’를 위해 희생한, ‘나’때문에 아파한 모든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