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생활’이란
그렇다면 무엇을 소유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무소유 생활’이라고 해서 출가한 승려와 같은 금욕적인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무소유 생활’에서 소유하지 않아야 하는 물건은 다음의 4가지이다.
1. 자신의 관리 능력을 넘어서는 물건은 소유하지 않는다.
2.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건 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3.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수 없는 물건은 소유하지 않는다.
4. 자신과 자신의 생활에 어울리는 물건 외에는 소유하지 않는다.
현재 좀처럼 버릴 수 없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 소유할 물건을 앞에서 제시한 4가지를 기준으로 한정시킨다면, 비록 그 속도가 느릴지라도 물건은 점점 줄어갈 것이다.
이 책은 하루, 혹은 며칠 동안에 생활의 흔적을 싹 버리고자 하는, 마치 외과 수술과도 같은 방법을 제시하는 책과는 조금 다르다. 느긋한 투약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치료하는 내과적인 방법이다. 외과 치료처럼 수술 날짜를 정하지도 않고, 입원 준비도 필요 없으며, 정신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부담이 적기 때문에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상쾌해지기 위해서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필요없는 물건을 버려야만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물건을 되도록 버리지 않기 위해 ‘소유하지 않도록’ 하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로 조금씩 변해감으로써, 당신의 생활은 차츰차츰 심플해질 것이고, 하루하루가 더욱 쾌적해질 것이다. ---p.12
‘절약 생활’과는 이런 점이 다르다
무소유 생활이라 하면 검소함을 강조하는 듯해 절약 생활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절약 생활이 생활비의 감소를 목표로 한다면, 무소유 생활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절약 생활에서는 절약을 하면 할수록 돈이 들지 않지만, 무소유 생활에서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비용이 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일 사용하는 밥그릇이나 컵이 깨졌다고 가정해보자. 절약 생활이라면 백엔 숍과 같은 저예산 가게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릇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무소유 생활에서는 백엔 숍에는 가지 않는다. 이때다 하고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근사한 그릇 가게에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릇을 고른다. 조금 비싸더라도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절약 생활은 유익한 정보를 통해 무료나 특가로 얻을 수 있는 변변치 못한 물건이나 잡화, 시험 제품을 생활 구석구석에 사용하도록 권장하지만, 무소유 생활에서는 그러한 상품을 되도록 피하라고 권한다. 티슈도 미니 타올도 머그잔도 자신이 직접 고른 것을 구입하던지, 사지 않고 지내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러하니 어쩌면 무소유 생활이 절약 생활보다 물건이 적을지도 모르겠다. ---p.24
무소유 생활은 기분 좋은 생활
무소유 생활을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편리해진다. 먼저 정리정돈이나 청소, 세탁 등 집안일이 편리해진다. 물건이 적으면 정리정돈이 그리 큰 일이 아니며, 방이 넓든지 좁든지 정리가 금세 끝난다.
예를 들어, 의류 부분에 특히 중점을 둔 무소유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집의 경우, 어른 옷은 ‘계절에 따른 옷 정리’를 하지 않는다. 옷 정리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옷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개어놓는 옷은 4계절을 통틀어 플라스틱 의류 케이스 2개 분량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걸어서 수납하는 옷도 붙박이장에 수납할 수 있을 정도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옷장이 따로 필요 없다.
흔히 TV나 잡지를 통해 수납 기술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수납 걱정이 필요없을 정도의 물건만 가지고 있다면 수납에 관한 아이디어도 필요가 없다. ---p.29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깐깐하게 고른다
적은 물건으로 생활하고자 할 때 특히 중요한 것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반드시 비싼 물건이나 고급품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로 마음에 드는 물건, 혹은 사용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만을 고르도록 하자.
가장 먼저 ‘수건을 마음에 드는 것으로 통일하기’, ‘비누를 스스로 고르기’ 등을 추천한다. 수건과 비누는 매일매일 사용하는 소모품이다. 이것들은 선물이나 증정품으로 받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집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사용하지 않고 굳이 자신이 고른 물건들을 사용해서, 시시한 물건들이 집 안에서 차츰차츰 줄어들도록 만들어보자. 받은 것들을 사용하면 돈이 안 드니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로부터 받은 수건은 소재도 무늬도 가지각색이어서 욕실 수납장 안이 항상 어수선하게 보인다. 비누는 사용하면 없어지는 물건이기는 하지만, 받은 비누의 향이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라거나 거품의 정도가 자신에게 알맞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왠지 답답해지고 마음속이 허전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그 답답함의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그 답답함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함께 축적되다 보면, 결국엔 한계점에 달해서 ‘세일 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되거나’,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으로 계속해서 물건을 사게 되는’ 행동으로 발산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소홀히 여기는 마음이 ‘쓸모없는 물건 구입’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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