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연구진이 밝힌,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관계’입니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르게 소통하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부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순간적인 격한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감정의 온도를 못 느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표정이나 몸짓 같은 부모의 비언어적 표현조차 고스란히 느끼면서 자랍니다. 어쩌면 감정의 온도는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빠르게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의 온도는 숨 쉬는 공기만으로도 전해집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입니다.
--- p.8-9
감정은 늘 우리의 의지와 달리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해야지’라는 이성적인 다짐은 ‘도대체 왜 저렇게 말을 안 들어?’라는 울컥한 감정을 이기기 어렵지요. 아이에게 화를 낸 뒤에 찾아오는 우울함의 감정 스위치는 좀처럼 꺼지지 않고, 순간적인 ‘버럭’을 참지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사실상 내 머릿속을 멋대로 휘두르는 주인 역할을 하는 건 생각이 아니라 바로 나의 감정입니다. 이렇게 제멋대로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감정을 다루기 위해서는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감정을 보듬고 들여다보아야 감정이 내 의지를 벗어나 제멋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습니다.
--- p.22-23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감정에 상처가 나기 시작합니다. 부모에게, 친구에게, 교사에게 받은 상처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 상처들이 불안, 두려움,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되어 점점 마음의 영토를 지배합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벽돌을 쌓듯, 그러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감정 온도 상승입니다. 처음에는 아이 마음에 상처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마치 99℃까지는 물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나면서 행동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이 옵니다. 바로 감정의 임계점에 다다른 것입니다. 아이들이 감정 온도 임계점을 지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의 생김새와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임계점을 넘어선 후 행동의 양상도 모두 다릅니다.
사실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의 마음에도 수용하고 지도할 수 있는 감정 온도 임계점이 존재합니다. 그 임계점에서 벗어나버리면 몸이 아프거나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 p.68-69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접하는 게 부모의 말과 행동입니다. 아이의 뇌 속에 있는 거울 세포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합니다. 아이의 뇌가 부모의 뇌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면 아이는 이 말을 할 때 부모가 느끼는 행복을 그대로 느낍니다. “넌 누구를 닮아서 그 모양이니?”라고 말하는 부모의 감정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합니다. 이 말을 듣는 아이도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거칠면 아이의 뇌도 거칠어집니다. 반대로 부모의 말과 행동이 부드러우면 아이의 뇌도 어느 순간 부드러워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 성장, 행복을 결정하는 열쇠를 부모가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거울 세포 때문입니다.
--- p.84-85
감정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마음속 감정 호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호수가 간장 종지만큼 작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욕심 때문입니다. 감정의 가장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부모의 감정 호수에는 두려움이 욕심이라는 감정으로 얼굴을 바꾸어 나타납니다. - 부모의 욕심이 줄어들어야 아이가 원하고 잘하는 것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 대한 배려, 감사, 기쁨이라는 감정이 부모의 감정 호수를 넓히고 감정 온도를 낮춰줍니다.
--- p.94-95
부정적 감정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서치라이트 불빛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서치라이트는 어떤 것을 밝히거나 찾아내기 위하여 빛을 멀리 비추는 조명기구입니다. 그 서치라이트가 우리의 무의식 속을 매 순간 탐색하다가 위협적인 요소를 발견하면 우리 몸에 경보를 울리는데, 이것이 바로 부정적 감정입니다. 옛 조상들에게는 포식자, 독, 혹시 모를 전염병 등이 위험 요소였다면, 오늘날에는 건강과 노후에 대한 염려, 마감 시한이 임박한 업무, 자식의 성적과 진로, 편찮으신 부모님, 공과금 청구서, 미세먼지 등이 불안이나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즉, 부정적 감정은 삶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미리 예방하여 행복한 삶을 만들라는 신호입니다.
--- p.149-150
열등감이 건강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소되는 경우를 아들러는 두 가지 패턴으로 설명합니다. 그중 하나는 ‘열등 콤플렉스’로,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학대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을 괴롭힘으로써 마음속의 열등감에게 일종의 보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낍니다.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들이며, 모든 것이 잘 되어가는 상황을 참지 못합니다.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낫다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으로는 자해, 자살, 약물 남용, 섭식 장애 등이 있습니다.
두 번째 패턴은 ‘우월 콤플렉스’입니다. 열등감이 지나친 보상으로 이어지면 우월 콤플렉스가 만들어집니다. 열등 콤플렉스가 자신을 지나치게 학대하여 열등감에 대한 보상을 얻는다면, 우월 콤플렉스는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학대하여 보상을 얻습니다. 약한 친구를 때리고, 다른 아이를 비난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열등감에 보상을 하는 행위입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 행동, 불평, 분노, 왕따, 폭력 등의 요인입니다.
--- p.167-168
모든 물체는 고유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파수’라고도 하지요. 공명이란 비슷한 진동수의 파동을 만났을 때 그 진동이 강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공명 현상의 가장 쉬운 예로는 학교에서 했던 소리굽쇠 실험을 들 수 있습니다. 진동수가 같은 소리굽쇠 두 개를 가까이 놓습니다. 한쪽 소리굽쇠를 나무망치로 치면, 다른 쪽 소리굽쇠에서도 소리가 납니다. 한쪽 소리굽쇠의 진동이 공기를 통해서 전파되면서 다른 쪽 소리굽쇠를 진동시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진동수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소리굽쇠를 진동시키지 못합니다. 우리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이러한 공명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도 마음이 불편하지만,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났는데도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사람도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 나와 비슷한 주파수를 지닌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 p.199-200
아이들의 분노는 과거의 경험이 바탕이 된 반복적인 행동입니다. 감정도 결국 습관이라는 얘기지요. 우리의 뇌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만 반복적인 행동은 생존에 유리하고, 새로운 행동은 불리하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우리의 유전자 기록이 습관 회로를 통해 새로운 행동은 생존에 위협을 줄 수 있고, 반복적인 행동을 해야 살아남는다고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 p.22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