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를 붙이는 지명 변화의 사례는 국가명에서 발견된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이 분리되면서 탄생한 독립국가 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Macedonia)은 마케도니아 이름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그리스의 반발에 의해 유엔의 중재로 ‘구 유고슬라브(The former Yugoslav)’라는 긴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엉뚱한 약어 국가명 ‘FYROM(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을 탄생시켰다. 이 이름은 2019년 양국의 합의로 다시 북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변경되었다(제8장 참조).
---「03 지명에도 생애가 있다」중에서
현지어로 사용되는 토착 지명을 존중하는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Wien)은 우리나라에 영어 이름 비엔나(Vienna)로 많이 알려졌고, 비엔나커피, 비엔나소시지와 같은 파생 용어에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는 공식 문서와 언론에서 독일어 지명 ‘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상에서도 그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다(빈 소년 합창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독일의 뮌헨(Munchen)과 쾰른(Koln), 러시아의 모스크바(Москва, 로마자 Moskva), 폴란드의 바르샤바(Warszawa)는 처음부터 각 언어의 토착 지명을 음역했다. 코트디부아르(Cote d’Ivoire)는 국가의 요청에 의해 영어 외래 지명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를 대체하여 공식 언어 프랑스어의 토착 지명으로 변경해 표기하는 사례다.
---「07 나도 모르는 나의 이름이 있다」중에서
서울 안암동의 도로명 사례를 들어보자. 현재의 안암역 위치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그 끝에 있는 사찰의 이름을 따서 개운사길로 부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문제는 도로명주소 체계가 채택된 후 이 길은 지선도로의 위상을, 반면에 이와 연결된 도로, 즉 보문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인 ‘인촌로’는 간선도로의 위상을 부여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지선도로는 간선도로의 이름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도로명 지정방법에 따라 개운사길은 ‘인촌로23길’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개운사와 신도, 그리고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논쟁은 일제에 맞선 한국 불교의 정체성, ‘인촌로’ 이름의 근원인 인근 대학 설립자의 친일 논란 등으로 발전하면서 커져갔다. 결국 인촌로23길은 다시 개운사길로 환원되었고, 연결 도로도 함께 개운사1길, 개운사2길로 지정되었다. 2019년 인촌로는 다시 ‘고려대로’로 바뀌어 그 흔적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08 지명은 정치적 행위의 대상이다」중에서
서울은 2002년부터 브랜드를 도입했다. 처음 도입한 브랜드는 친근한 인사말과 높은(high) 대도시를 지향하는 비전을 표현했다. 이후 유사한 발음으로 아시아의 정신(soul)임을 표현하는 문구를 추가했다(2006)(우연히도 Soul은 핀란드어에서 서울을 일컫는 지명으로 사용된다). 아시아 언급에 중화권의 거부감이 있다고 본 서울시는 이후 세 차례 변경(2009, 2010, 2012)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을 추구한다고 했으나(무한한 가능성, 문화유산, 다양한 의미),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브랜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울이 있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브랜딩을 나타낸다고 한다. 2015년 도입 당시 문법을 무시했다는 비판(고유명사 SEOUL이 동사로 사용됨)이 있었다.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11 지명을 이용한 브랜드, 지명이 된 브랜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