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는 함무라비 대왕(재위 기원전 1792-1750) 대에 이르러 강력한 왕국으로 발전한다. 일개 도시국가에서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석권하며 지중해 세계에까지 영향력을 떨치는 제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후 이른바 ‘고대 바빌로니아’라고 불리는 300년간의 치세가 이어지고, 바빌론은 제국의 심장, 나아가 최초의 세계 수도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바빌론, 최초의 세계 수도」중에서
『성경』의 위세가 계속되는 한, 바빌론이 최초의 세계 수도였으며 고대를 통틀어 손꼽히는 문명과 번영을 누린 도시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소수의 지식으로 남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날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길 바빌로니아인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바빌론과 『성경』의 이야기는 종교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진실을 가린 사례로 기록해둬야 할 것이다.
---「바빌론, 최초의 세계 수도」중에서
고대 지중해 일대에서 페르시아 제국이 발행했던 다릭(daric) 금화의 위상은 오늘날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다를 바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다릭 금화를 갖기 위해 페르시아를 약탈하거나 페르시아 군대에 용병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따라서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은, 페르시아를 정복함으로써 다릭 금화를 완전히 차지하려는 야망의 실천이기도 했다.
---「페르세폴리스, 태양 아래 가장 부유한 도시」중에서
이 도시는 1206년에 건국된 몽골 제국의 수도이지만, 사실 유목민족인 몽골족에게는 일정한 장소에 터를 잡는 정주(定住) 개념이 없었다. 1218년 칭기즈 칸이 호라즘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군대를 소집할 때만 해도, 이곳은 이동식 천막(게르) 진지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최초의 카라코룸은 일종의 텐트촌이었던 셈이다.
---「카라코룸, 몽골 제국의 진앙」중에서
카르타고인에게 이런저런 부정적 딱지가 붙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견줄 데 없이 번영하던 카르타고의 경제력에 대한 질투였다. 페니키아인의 후손답게 카르타고는 지중해 곳곳을 누비는 중계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상아와 표범 가죽, 스페인의 은, 이집트의 향수, 그리고 페니키아의 도시국가 티레(Tyre)에서 생산되는 염료인 티리언 퍼플 같은 진귀한 상품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카르타고 상인을 거쳐야 했다.
---「카르타고, 그리스와 로마가 질투한 도시」중에서
고대 팔미라가 동서 중계무역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고대 인도를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 대왕(재위 기원전 269-232)이 아프가니스탄 래그먼 지역에 세운 아람어 비문에 타드무르(팔미라)의 약자인 ‘Tdmr’이라는 명칭이 언급되는데, 타드무르에서 인도까지의 거리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팔미라에서 아득하게 떨어진 인도의 군주가 그 이름을 알고 양측 간 거리를따로 기록하게 했을 만큼, 팔미라는 무역의 거점으로 유명했던 것이다.
---「팔미라, 식민 도시에서 제국의 중앙으로」중에서
아틀란티스는 허구로 취급받지 않고 오랜 세월 진지한 연구와 발굴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건 이 도시의 존재를 최초로 발설한 인물과 출처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는 기원전 360년,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이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문헌인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서 처음 등장한다.
---「아틀란티스, 인류를 사로잡은 철학자의 위대한 상상」중에서
시간이 흘러 중동의 지역 신이었던 야훼는 전 지구를 관장하는 신으로 거듭났고,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성경』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역사적 맥락을 소거한 채 『성경을』 접한 사람들에게 소돔 이야기가 엉뚱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동성애는 그 자체가 신의 뜻에 어긋나는 죄악이라는 혐오(Homophobia)가 퍼진 것이다.
---「소돔, 기독교가 동성애를 죄악시한 까닭은?」중에서
중세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성궤 행진과 나팔 소리가 예리코 성을 허물어뜨렸다는 신화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맹신 때문에 11세기 예루살렘 공방전에서 십자군들은 무기 대신 나팔을 들고 성 주변을 도는 코미디를 연출하기도 했다.
---「예리코, 『성경』이 감춘 인류 최초의 도시」중에서
트로이 전쟁의 진짜 목적은 『일리아스』에서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내세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가 납치한 것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이를 핑계로 그리스보다 부유했던동방 지역에 대한 약탈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트로이, 신과 인간이 만든 불멸의 드라마」중에서
오랜 세월 모헨조다로는 브라만교나 힌두교의 신화에서나 등장하는 상상 속의 도시였다. 그러나 1920-1930년대에 걸친 대대적 발굴은 이곳이 실재를 넘어서 인류 문명의 한 정점에 다다른 도시였음을 알리게 된다.
---「모헨조다로, 인더스 문명의 우듬지」중에서
북위-대하가 통만성을 두고 벌인 두 차례의 전투는 곧 중원의 패권을 판가름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선비족이 승리함으로써, 한때 한나라를 위협하며 대륙을 휩쓸었던 흉노의 시대는 완전히 저물고 만다. 반면 선비족의 나라 북위는 양쯔강 이북을 평정하며 남쪽의 송나라와 더불어 남북조 시대를 열게 된다.
---「통만성, 천하를 꿈꾼 흉노의 마지막 요새」중에서
문제는 스페인 정복자들의 약탈을 무사히 넘기고, 500년이라는 시간의 풍화작용까지 버텨낸 이 도시가, 정작 복원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밀려드는 여행자와 관광객의 발길에 속절없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수천에 이르는 인파를 감당하기 위해 신설된 도로와 터널·철도는 물론 유적지 코앞까지 호텔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계속되면서 마추픽추의 풍경은 빙엄이 묘사했던 ‘잉카의 왕관, 깎아지른 벼랑 위에 우뚝한 화강암 도시의 낭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마추픽추, 태양을 꿈꾼 구름 위의 도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