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아주 싱싱해요, 정말로요. 아주 빨갛게 활짝 피었던 걸요.”
“옛다, 얘야. 그래도 열 송이는 가져갈 수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싱싱한 걸……. 그런데 제가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내가 너 주려고 끈으로 묶었어.”
“집에 있는 것들도 아직 싱싱한데……. 얀센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여기 사람들 모두 잘 아시죠?”
“그건 눈속임이야. 단지 싱싱해 보일 뿐이란다. 얘야, 실제로는 이미 시든 것들이지. 속 깊은 곳은 이미 썩어 들어간 거야.”
--- p.65
막스의 엉덩이와 등은 성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팔 안쪽이며 넓적다리 뒤쪽이며 사방에 상처가 나 있었고, 붉은 매 자국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퍼런 멍이 어떤 곳은 더 진하게, 어떤 곳은 더 연하게 푸른빛을 띤 채 얼룩덜룩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엉덩이 양쪽에도 붉은 자국이 커다랗게 하나씩 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막스의 양쪽 발에도 똑같이 붉은 자국이 있는 걸 보았다.
--- p.128
“마샤가 무슨 이야길 하더라고. 창문으로 봤다나 어쨌다나. 크리스티안이 막스에게 어떻게 하더래. 그 이상은 나도 몰라.”
“(……) 마샤한테 무슨 증거라도 있어? 증거가 없으면 그 애는 우리들 모두를 궁지에 빠뜨릴 거야. 여기 우리 모두를 말이야, 알겠나? 그렇게 되면 공동체도, 주민 축제도 다 끝장이 나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참하게 꼭꼭 숨어 지내겠지. 우리가 그 일에 관련이 없다고 해도 말이야. 전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도.”
(……)
“우리한테 증거가 있나?”
“아니! 없지.”
“뭐 정확히 아는 건 있고?”
“없……지. 전혀 아는 게 없지. 우린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지.”
“좋아. 그럼 그렇게 밀고 나가세.”
--- pp.159~160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율리아가 길길이 날뛰며 새된 소리를 질러 댔다.
“나 이제 여기서 나가고 싶어. 당장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빌어먹을, 여기서 나가고 싶단 말이야!”
(……)
율리아는 분해서 소리를 질렀고, 표독스러운 웃음기마저 머금고 소리쳤다.
“이제 당장 말해. 이게 다 뭐하는 짓인지.”
나는 생각했다. 율리아는 아홉 살이다. 그리고 나는 열세 살이다. 이 아이는 나보다 더 작고, 심지어 나보다 더 마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나는 바닥에 누워 엄청난 분노를 내뿜으며 나를 내려다보는 아이를 보자, 커다란 공포가 밀려왔다. 눈물이 쉬지 않고 쏟아져 두 볼을 타고 흘렀다. 율리아가 말하는 소리가 마치 어디 먼 데서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 pp.189~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