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일본에 찬란한 문화를 전한 문명국인데도 현재 남아 있는 유적은 거의 없답니다. 그만큼 신라와 당나라에게 처절하게 파괴되었기 때문이지요. 굳이 유적을 찾아보면 정림사지 삼층 석탑과 부소산 그리고 백마강에 흩어져 있는 패망의 흔적들뿐입니다.

이 가운데 백제의 슬픔을 가장 잘 간직한 곳이 바로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 있는 '낙화암'입니다. 부소산성까지 쳐들어온 신라와 당나라군에게 의자왕이 잡혔다는 소리가 들리자, 궁녀들은 일제히 낙화암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시퍼런 강물이 보이는 낙화암에서 하나둘 치마를 올려 얼굴을 가리고는 강물로 떨어졌습니다.

궁녀들이 절벽에서 강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흰 꽃 같다고 하여 옛날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사람들은 그곳을 '낙화암'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건을 옛날 사람들은 참으로 처절하도록 아름답게 이름을 붙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