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글우글한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두목, 당신은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당신은 자유롭지 않아요. 당신이 묶인 줄은 다른 사람들이 묶인 줄과 다른지 모릅니다. 그것뿐이오. 두목, 당신은 긴 줄 끝에 있어요. 당신은 오고 가고, 그리고 그걸 자유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당신은 그 줄을 잘라 버리지 못해요. 그런 줄은 자르지 않으면...
--- 본문 중에서
열정과 광기로 싸우는 자가 행복하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자네 말대로, 나는 행복을 내 키에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잘 모르겠네. 나는 나대로 내버려 두게. 그렇다면 나는 위대한 사람일 것일세. 나는 내 행복에 맞추어 키를 늘일 것이네. 그리스에서 가장 먼 변방의 개척자가 되어야지. 그러나 말이 쉽지....., 자네는 크레타 해안에 드러누워 바다의 소리와 산투리 소리를 듣고 있으리라. 자네에게는 시간이 있는데, 내게는 없군. 행동이 나를 삼켰지만, 나는 그게 좋아. 친구여, 움직이기 싫어하는 내 스승이여. 행동, 행동, 구제의 길은 그것 뿐이야.
--- p. 168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저런 이기주의!' 내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어요,두목,사실이 그러니까. 내가 콩을 먹으면 콩을 말해요. 내가 조르바니까 조르바같이 말하는 거요.'
--- pp. 94~95
두목,당신도 아시겠지만 나는 맨날 죽음을 생각해요.
죽음을 응시하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그러나 좋아한다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좋아하다니 어림도 없지.
나는 좋아한다고 말했다는데 동의할 수 없습니다.
--- p.462
"손가락은 어떻게 된 겁니까, 조르바."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돌고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기계 만지다 잘렸어요?"
그의 기분을 모르 체하며 내가 물었다.
"뭘 안다고 기계 어쩌고 하시오? 내 손으로 잘랐소."
"당신 손으로, 왜요?"
"당신은 모를 거외다, 두목."
그가 어깨를 들었다 놓으며 말했다.
"안 해본 짓이 없다고 했지요? 한때 도자기를 만들었지요. 그 놀음에 미쳤더랬어요. 흙덩이를 가지고 만들고 싶은 건 아무거나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시오? 프르르! 녹로를 돌리면 진흙덩이가 동그랗게 되는 겁니다. 흡사 당신의 이런 말을 알아들은 듯이 말입니다. '항아리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지, 아니 램프를 만들까, 귀신도 모를 물건을 만들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모름지기 이런 게 아닐까요, 자유 말이오."
그는 바다를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더 이상 레몬을 깨물고 있지 않았다. 눈빛이 다시 빛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손가락이 어떻게 되었느냐니까?"
"참, 그게 녹로 돌리는 데 자꾸 걸리적거리더란 말입니다. 이게 끼여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어 놓지 뭡니까. 그래서 어느 날 손도끼를 들어..."
"아프지 않던가요?"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는 아니오. 나도 사람입니다. 물론 아팠지요. 하지만 이게 자꾸 걸리적거리며 신경을 돋구었어요. 그래서 잘라 버렸지요."
해가 빠지면서 바다는 조용해졌다. 구름도 사라졌다. 밤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다를 보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후회했다.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려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내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 p.31-32
"손가락은 어떻게 된 겁니까, 조르바."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돌고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기계 만지다 잘렸어요?"
그의 기분을 모르 체하며 내가 물었다.
"뭘 안다고 기계 어쩌고 하시오? 내 손으로 잘랐소."
"당신 손으로, 왜요?"
"당신은 모를 거외다, 두목."
그가 어깨를 들었다 놓으며 말했다.
"안 해본 짓이 없다고 했지요? 한때 도자기를 만들었지요. 그 놀음에 미쳤더랬어요. 흙덩이를 가지고 만들고 싶은 건 아무거나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시오? 프르르! 녹로를 돌리면 진흙덩이가 동그랗게 되는 겁니다. 흡사 당신의 이런 말을 알아들은 듯이 말입니다. '항아리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지, 아니 램프를 만들까, 귀신도 모를 물건을 만들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모름지기 이런 게 아닐까요, 자유 말이오."
그는 바다를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더 이상 레몬을 깨물고 있지 않았다. 눈빛이 다시 빛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손가락이 어떻게 되었느냐니까?"
"참, 그게 녹로 돌리는 데 자꾸 걸리적거리더란 말입니다. 이게 끼여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어 놓지 뭡니까. 그래서 어느 날 손도끼를 들어..."
"아프지 않던가요?"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는 아니오. 나도 사람입니다. 물론 아팠지요. 하지만 이게 자꾸 걸리적거리며 신경을 돋구었어요. 그래서 잘라 버렸지요."
해가 빠지면서 바다는 조용해졌다. 구름도 사라졌다. 밤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다를 보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후회했다.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려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내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 p.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