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어떻게 우리를 일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들까? 내가 보기에 그 해답은 우리 뇌의 배선(연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적시는 화학물질에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뉴런들 사이의 연결은 변화할 수 있고 실제로 변화하는 데다, 그 과정이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밀리초 단위의 변화, 즉 찰나의 결정, 감정 변화, 직면한 유혹을 관장하는 것이 배선이 아님을 의미한다. 대신, 이 변화들은 모두 뇌화학에 지배된다.
--- p.26, 「뇌, 화학물질의 경연장」중에서
피상적 수준에서 생각해봐도 당연히 중대한 사건은 다르게 저장되므로, 다른 평범한 날보다 훨씬 더 쉽게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우리 뇌에 어떻게 코딩되는 것일까? 끈적끈적한 바닥과 낙서로 뒤덮인 벽이 그토록 쉽게 떠오르는 그날 저녁을 회상할 때, 내 뉴런과 시냅스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p.32, 「기억, 용량 큰 저장 창고 짓기」중에서
중독은 재미있는 단어다. 우리 모두가 중독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독을 정의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 비근한 예로, 우리는 새로운 TV 프로그램이나 음식에 ‘중독’되었다고 말하면서 중독의 임상적 정의에 어긋난 발언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음식에 중독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모름지기 중독으로 정의하려면, 열망이 지나쳐 나머지 삶의 다른 것을 포기하고 일, 관계, 심지어 자신의 안전까지 해치면서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을 이러한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 p.80, 「중독, 보상과 동기부여의 함정」중에서
만약 감정이 전적으로 신체 반응으로 만들어진다면, 각각의 다른 감정에 대해 뚜렷한 신체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단지 심박 수, 피부 온도, 또는 땀과 같은 것을 측정하여 누군가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사실 많은 느낌이 동일한(또는 매우 유사한)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아드레날린을 투여함으로써 누군가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곧 알게 되겠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 p.128, 「우울증, 뇌의 조심스러운 균형」중에서
나는 우리의 장기적 건강에 매우 중요한 수면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끝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항상 매료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들이 쉽게 잠드는 동안, 그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싶다. 나는 책에 나오는 온갖 트릭을 곁들여 제발 의식을 놓아달라고 뇌에게 통사정하곤 한다. 나의 첫 번째 과제는 우리가 (대부분) 밤에 잠드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인데, 이것은 체내에 내장된 생체시계를 탐구한다는 의미다.
--- p.171, 「수면, 뇌를 둘러싼 최대의 미스터리」중에서
배고픔이나 견물생심과 같이 섭식에 영향을 미치는 명백한 요인뿐 아니라 식욕에 영향을 미치는 더 놀라운 것이 있다. 바로 기억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억은 음식 선택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전날 저녁에 피자를 먹었다면, 그 포식에 대한 기억이 다음 날 점심때 샐러드를 선택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은 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수 없는 일종의 중증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첫 번째 점심을 먹은 지 겨우 10분 만에 두 번째 점심을 먹는다. 그들은 또한 식사한 후에 시장기를 덜 느낀다고 보고하지 않는다.
--- p.244, 「식욕, 생존의 단순하지 않은 원동력」중에서
때는 이른 아침. 당신이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아 아침을 먹기도 전에 집을 뛰쳐나간다고 가정해보자. 지하철을 탈 시간이 5분 남았지만, 사람들이 커피 카트에 줄지어 서 있다. 당신은 커피와 머핀을 기다리기 위해 지하철을 놓칠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아니면 커피를 포기하고 몇 분의 여유를 가지고 지하철을 타겠는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놓쳐 지각할 경우의 잠재적 비용과 커피를 마실 경우의 이점을 비교해야 한다.
--- p.277, 「결정, 논리인가 화학물질인가」중에서
사람들이 신경화학물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종 무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 화학물질이 너무 적으면 나쁜 소식일 수 있지만, 너무 많아도 해가 될 수 있다. 낮은 세로토닌 수치는 경우에 따라 우울증과 관련이 있지만, 높은 수치는 불안과 관련이 있다. 골디락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는 화학물질과 관련하여 ‘스위트 스폿’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어느 방향으로든 여기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 p.407,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