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구순을 훌쩍 넘기신 분이 자서전을 쓴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고를 읽어가면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힘든, 심지어는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시기를 보내면서 겪은 과정을 꾸밈없이 진솔하게 쓴 글은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일제 강점기를 보내고, 해방 후 북한에서 월남하여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하기까지의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고난, 6·25 전쟁 중 사관생도 신분으로 실습함을 타고 우리 해군 최초의 대공전 상황을 접하고 미그기를 격추시켰던 신미도 해전의 주역(당시 본인의 부친도 저자와 해사 동기생으로 같은 실습함을 타고 신미도 해전에서 미그기를 격추시키고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으셨다), 임관 후 초창기 해군 발전을 위해 헌신하면서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였던 일화들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다.
- 이기식 (병무청장)
누군가의 삶을 마주하는 것은 장편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저자에게 우선 무언의 경이와 존경을 품게 된다. 강병희 장로님은 해방과 6·25 전쟁과 베트남 파병을 거쳐 21세기를 살고 있으니 누구보다 많은 희로애락의 무게를 견뎠을 것이라 생각한다. 매장마다 “이제껏 살아온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 그분의 담백함과 감사함은 절대자에 순응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족들을 떠나 남쪽으로 향하며 느꼈을 두려움과 외로움,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기억하는 깊은 회한과 미래에 대한 희망,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며 느꼈을 가장으로서의 무게감과 그리움…. 그러나 과거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은 시가 되고 고백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으리라. 나는 장로님의 눈빛에서 예수님의 겸손함을 느낀다. 그리고 바란다. 우리도 늘 기도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 전지연 (서양화가)
『바우머리에서 온 소년』, 제목이 던져 주는 의미 심장함을 느끼면서 책의 첫 장을 펼쳤다. “나는 강병희입니다.”로 시작하는 문장은 당당함과 확신에 찬 누군가의 서사(敍事)의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현대사를 특정 사건의 전개 없이 한 개인의 인생사를 통해서 엮어간 작은 역사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떤 유명 인사의 자서전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부풀림도 없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대사의 흐름과 군인으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걸어온 길에 대한 잔잔한 울림과 감동의 여울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하고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우리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고 했다. 여기 작은 역사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한 가정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온 아버지의 생생한 역사를 우리 모두가 함께했으면 한다.
- 이광연 (시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