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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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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840쪽 | 1322g | 152*225*40mm
ISBN13 9791188990566
ISBN10 11889905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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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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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주목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창의적 융합(creative synthesis)’이다. 이는 외래문화를 수용해 고유한 토착문화 또는 현지화한 문화와 결합해서 독특한 형태의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내는 방식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회의 변천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적 동학이다. 동시에 이 책은 외적 동학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였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역사란 동전의 다른 한 면을 구성하는 외부의 영향을 폄하하거나 백안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 9~10, 「책을 펴내며」 중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유명한 지역이나 국가의 크기나 규모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이나 국가의 규모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곤 실제로 그 규모가 비교적 큰 국가들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국토 면적은 190만 4569제곱킬로미터(세계 15위)에 달해 내해를 포함하면 그 규모가 미국과 비슷하다. 라오스는 종종 ‘작은 라오스(tiny Laos)’라고 표현되지만 사실 영국(24만 3610제곱킬로미터)보다 약간 작은 정도(23만 6800제곱킬로미터)이고, 미얀마(67만 6578제곱킬로미터)는 프랑스(64만 3801제곱킬로미터)보다 크다.
인구 면에서도 인도네시아는 3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대국이며, 이 인구수는 전 세계에서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또한 필리핀(약 1억 600만 명)·베트남(약 9700만 명)·미얀마(5500만여 명)는 각각 이집트(약 1억 명)·스페인(약 5000만 명)·캐나다(약 3600만 명)보다 인구가 많다. 오늘날 동남아시아 인구는 대략 7억 명을 웃돈다(2018년 기준). 이는 유럽 전체 인구가 5억여 명임을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 p. 20~21, 「1부 1장 어디에 있는 어떤 곳인가」 중에서

물은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탁월한 유동성(fluidity)’(매우 활발한 이동과 교류)을, 반면에 산악 지형과 밀림의 발달은 ‘깊은 고립성(isolation)’(매우 제한적인 이동과 교류)을 부여한다. 이러한 양 극단의 성격을 지닌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희박하고 분산된 인구 밀도는 전통 동남아시아 국가와 사회에서 인력 동원과 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지역 전통 국가체제는 만달라 형태 구조를 띠게 되었다.
일련의 동심원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만달라’는 힌두-불교에서 우주 질서를 표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만달라 체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동심원의 중심 세력과 주변 세력들이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인력 통제가 수월하지 않은 전통 동남아시아 사회에서는 지배-피지배 관계를 바탕으로 계급과 질서 즉 계서(階序)가 강한 피라미드 체제가 뿌리를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는 일방적이기보다는 쌍무적인 성격을 띠었다. 고로 피후견인은 후견인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대결보다는 회피하는 방식을 취해, 자신에게 유리한 새 후견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만달라 체제 국가에서 후견인의 영향력은 경제적 재분배, 무역의 흐름, 종교의식, 결혼동맹 등 다양한 경제·문화적 방법을 통해 피후견인과 동맹을 맺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만달라 체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국경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국가 중심 세력과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맺고 있는 범위까지를 영향권(power web)으로 간주했을 뿐이다. (…) 이 영향권에서 일반적으로 왕실 직할령은 동심원의 가장 안 에 있는 작은 중심부로 한정되었다. 이 지역에서만 왕실 관료들이 직접 세금을 거두고 인력을 동원하고 통제했다. 그 밖의 동심원 지역들은 왕실과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맺은 세습 귀족들의 독립적인 관할 지역이었으며, 멀리 떨어진 동심원 외곽 지역들은 중심부와 단지 의식儀式적·외교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따라서 전통 동남아시아 국가의 영향권은 경계가 분명한 영토에 기반을 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피라미드 체제의 통치권(sovereignty)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때로는 상징적인 종주권(overlordship)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18세기 캄보디아가 동시에 베트남과 싸얌(지금의 태국) 두 나라의 피후견국이었던 경우에서 보듯, 한 국가가 둘 이상의 다른 국가와 후견-피후견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 p. 27~29, 「1부 1장 어디에 있는 어떤 곳인가」 중에서

서기전 150년에서 서기 150년 사이에 동남아시아는 인도와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의 수용이 고대 동남아시아에 일대 변화를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학자들은 그 각각의 과정을 ‘인도화(Indianization)’와 ‘중국화(Sinicization)’라고 부른다.
(…) 인도화와 중국화, 두 과정을 논할 때 공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창의적 융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들은 인도문화와 중국문화를 단순히 받아들여 자신들의 국가와 사회를 급진적으로 재구성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수용하고(adopt) 변용해서(adapt) 자신들의 토착문화에 접목했다.
무엇보다도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은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수용하지 않았고, 발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수용했다 할지라도 그 변용된 형태가 오늘날 미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또한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예술의 상징과 미(美)가 동남아시아 세계관으로 해석되어 재탄생했다. 중부 자바 사이렌드라의 보로부두르 불교사원과 마따람의 쁘람바난 힌두교사원, 미얀마 버강의 불교사원,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등이 인도문명의 현지화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고대 동남아시아 유적이다. 그리고 베트남의 경우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여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 촌락의 강한 자치권, 그리고 중국어로부터 많은 어휘를 차용해 쓰면서도 엄연히 비중국적인 베트남어 등이 그 증거다.
--- p. 52~54, 「2부 3장 고대 문명과 동서 교류」 중에서

태국의 근대사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관심사 한 가지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이 나라는 서구의 식민지배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태국이 두 유럽 세력, 즉 프랑스와 영국의 이해가 상충하는 지역에 놓여 있는 일종의 ‘완충지대’였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태국의 독립 유지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내적 역량, 특히 밀려드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위협에 직면해 타이 왕들이 발휘한 대처 능력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라마 5세 쭐라롱꼰(재위 1868~1910)은 개혁 군주로 유명하다. 그는 노예 제도와 자유민의 강제 노역을 폐지하고, 군대·세제·법 체제 등을 현대식으로 개편했다. 또한 그는 보통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방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철도를 부설하고, 증기선을 도입했다. 당시 근대화의 일반적인 징후라고 볼 수 있는 개혁 정책이 군주의 자발적 노력으로 적극 추진된 것은 적어도 당시 아시아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 라마 5세 시기에 싸얌의 영향권은 대폭 축소되었다. 란쌍에 대한 종주권이 프랑스로 넘어갔고, 1909년엔 북부 말레이반도의 네 지역을 영국에게 할양했다. 이 시기에 태국은 판도가 가장 넓었던 라마 3세 시기 영토의 반을 서구 세력에 양도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영토 할양이 아니라 단지 만달라 체제의 영향권에 대한 종주권의 포기였다. 즉 군주들의 개혁 노력에 더해 태국은 ‘살을 내주고 뼈를 지키는’ 전략으로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 p. 290~293, 「3부 8장 근대 초기의 위기와 대응」 중에서

1986년 전반적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마르코스는 대통령 조기 선거로 승부수를 던졌다. 온건한 정치인들, 가톨릭교회, 좌파 단체들, 시민들로 이뤄진 반마르코스 세력은 고(故) 베니그노 아키노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일명 코리)를 열렬히 지지했다. 1986년 2월 11일, 부정 선거가 자행되는 가운데 자금 부족과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코라손 아키노가 승리했다. 마르코스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공표하도록 의회에 요구했지만, 그의 주장은 선거 감시원들이 각종 부정 투표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개표소에서 공개적으로 퇴장하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선거 10일 뒤, 마르코스 행정부의 두 실권자인 국방장관 후안 폰세 엔릴레와 육군 참모차장인 피델 라모스 중장이 뒤에 필리핀 ‘민중의 힘(people power)’을 상징하는 유명한 거리가 된 에삐파니오 데 로스 산토스 애비뉴(일명 ‘에드사EDSA’)를 바리케이드로 막고, 마르코스에 반대하는 군사 시위를 주도했다. 이에 가톨릭교회, 공군을 포함한 군부, 그리고 마닐라 경찰대가 합세했다. 시민 100만여 명이 에드사 거리로 운집했다. 이 무렵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마르코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그에게 마닐라를 떠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설득했다. 마르코스가 말라카냥궁을 탈출한 뒤 1986년 2월 25일, 코리 아키노와 그 지지자들은 마르코스의 독재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피플 파워가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 p. 753~754,「4부 14장 신질서, 발전과 도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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