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그 많은 기관 가운데 유독 뇌에 그토록 매력을 느낄까? 그 이유는 뇌가 정신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신 과학은 뇌를 연구할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신경영상과 유전학의 발전으로 많은 법의 기초가 되는 책임과 고의성이라는 단순한 개념마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법의 연구와 실행에서도 인간 정신에 주목할 필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정신 연구와 예술 사이에도 다리가 놓여, 음악이 청각을, 미술이 시각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밝혀질 수도 있다. (…) 이외에도 과학은 일상에서 체험하는 평범하고 특별한 일들 밑에 숨은 경이로운 세계, 즉 보고, 움직이고, 추론하고, 이해하는 능력에 숨은 복잡성을 밝혀내며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가를 깨닫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p.14
우리는 지구가 애초에 우리에게 물려준 물리적 제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살아왔다. 기후와 날씨, 우리 공동체를 갈라놓기도 하고 그 사이를 왕래하게도 하는 거대한 물줄기, 우리가 새로 가꿀 수도, 다 써버릴 수도 있는 초목과 숲, (…) 나아가 친구로 삼기도 하는 동물 또는 무관심 속에 멸종되는 동물도 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인간을 파괴하는 미생물도 있어, 인간은 그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
이처럼 시간이 흐르며 변화를 거듭한, 지구에 사는 종 전체가 만들어낸 지구의 역사가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아득한 행성에 사는 인간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여러 공동체에 따로 떨어져 살면서, 저마다의 예술과 기술, 종교와 정치체계, 재산 개념과 노동과 교환 체계, 여러 세대를 부양하고 문화에 적응토록 하는 제도를 키워왔다. 공동체는 저마다 역사가 있고, 이 역사는 종종 외부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도 내부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이처럼 다면적이고 집단적인 경험을 통합된 세계사의 일부로 이해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 경험을 하나로 파악하려는 사학자들이 풀어야 할 근본 과제다.--- p.86
종교 문맹의 공통 증상 하나는 종교라고 하면 흔히 제례, 의례, 종교, 축제 같은 종교 행위만을 떠올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 공동체, 국가의 행위를 전적으로 종교 탓을 돌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무슬림의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종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조리 종교 탓으로 돌린다. (…) 많은 무슬림이 보기에, 이런 해석은 기독교가 주요 종교인 미국의 범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기독교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다. 종교 문맹, 문화 문맹은 정치·경제·사회 여건을 기반으로 복합적이고 좀 더 그럴듯한 해석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로막는다. 더불어 이런 문맹 상태에서 망각하기 쉬운 점은 종교가 인간의 특정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행동을 촉발하는 진짜 동기는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종교를 이해한 학생이라면 종교 해석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한 일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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