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기억과 토론의 장이 되었고, 세 종교의 중심이 되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 세 종교를 가리켜 서적 종교라고도 부르는데, 그 까닭은 책이 그 중심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상 최초의 서적은 다름 아닌 고대 이집트인이 만든 《사자의 서》였다.---p.15
기원을 전후해 공식적인 공자 숭배가 도입되었고, 그가 제시한 체계는 바른 행동과 권력 행사에 대한 요람이자 인간 상호 교류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이 되었다. “공자 가라사대”라는 서두는 모두를 침묵하게 하는 정신적인 권력을 의미한다. ---p.33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신학적 구상을 역사에 적용시켜 역사철학적 사고의 토대를 마련했다. (…) 그의 사상이 없었더라면 중세 유럽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이르는 유럽의 역사철학 역시 아우구스티누스가 제시한 구상안에 대한 세속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p.62
《유토피아》를 통해 모어는 하나의 새로운 장르, 미래를 향한 자유로운 시선을 탄생시켰다. 새로운 인간상을 만들려고 했던 모든 세계 개혁자들이 그에게서 자양분을 공급받았다. 그런 동시에 그 장르는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 전체주의 국가를 경고하는 부정적 유토피아를 보면,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 그런 세계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월한 소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pp.107-108
그는 인간이 병에 걸리는 것이 체액의 혼란 때문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외부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파라셀수스는 “환경이 인간을 병들게 한다”라는 현대적인 생각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인물이다. ---p.124
유럽 정신사가 간직하는 커다란 수수께끼 두 가지가 데카르트라는 이름과 결부되어 있다. 그 두 가지란 바로 장미십자회라는 비밀단체가 17세기에 실제로 존재했는지의 여부와 그 세계를 내용으로 하는 데카르트의 사라진 책이다. (…) 합리주의의 토대를 확립한 가장 냉철하고 가장 비밀이 없어 보이는 유럽 철학자는 커다란 비밀을 간직한 채로 남게 되었다.---p.147
책은 자유가 머무는 장소,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 뭔가를 전복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 장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장소다. 상상 없이는 생각도 있을 수 없고, 생각 없이는 자유도 있을 수 없다. (…) 세계를 움직이는 생각들은 앞으로도 계속 책을 통해 전파될 것이다. ---p.227
이 시기에 활동했던 젊은 유럽 시인들과 작가, 철학자 들에게서 비롯된 낭만주의는 철저히 문명비판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로 과학에 대한 회의를 표현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조의 죄를 범하는 순간, 과학자는 마귀로 변한다. E.T.A. 호프만의 ‘스팔란차니’,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 등이 이런 과학자의 전형이다.---p.244
우리에게도 어딘가 해리 포터 같은 구석이 있지 않던가? 세상에서 홀대당하고, 과소평가당하고,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조금씩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 《해리 포터》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꿈, 자아실현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고 있다.
---pp.33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