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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삶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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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삶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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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140*210*30mm
ISBN13 9791187313267
ISBN10 11873132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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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정말 백혈병일까 싶을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아이가 머리가 빠지고, 하얗던 얼굴이 약으로 까맣게 타들어가는 과정을 자꾸 보는 것도 괴로웠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삶과 죽음은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책방을 어슬렁거리다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해냄)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한번 들었다가 그만 다 읽어버렸다. 혼자 낄낄거리기도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하면서 어느 새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상하게 보았을 정도로 감정을 발산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어려움 속에서도 나를 위해 기꺼이 애써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62

엄마도, 우리 가족도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많은 생각과 감정을 경험한 시간이었어요. 엄마 옆에서 혼자 책도 꽤 읽었어요. 두 번째 수술했을 때 엄청 울면서 읽었던 책 기억나요?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저/창비)라는 책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엄마도 깜짝 놀랐잖아요. 그러잖아도 아픈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겠노라 결심하고 있다가 ‘그래, 엄마도 아빠도 내 곁에 계실 때 더 잘해 드리자. 조금이라도 건강하실 때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고, 하고 싶은 거 많이 하실 수 있게 더 노력해야지.’라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착한 생각은 왜 오래가질 않는지! 요즘 점점 더 하숙생이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엄마 말씀에 전에 느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책을 다시 읽었어요. 또 많이 울었고요. 돌이켜보니 난 지금도 너무 나쁜 딸, 이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 짜증 많고 살갑지 않은 딸이더라구요. 퇴근하면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도 물어봐야지 하는데 그게 왜 생각처럼 잘 안되나 몰라요. --- p.103

20살이 되자 신입생 환영회, 교내 잔디밭, 학교 앞 주점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노래를 불러댄 덕에 노래 좀 한다는 신입생으로 알려져 노래 동아리에서 가입 권유를 받기도 하며 나름 절정의 시간을 보냈으나 계속 유지되지는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보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 덕에 강호의 노래 고수로 알려져 있던 나를 굴욕에 빠뜨린 사건이 생겼던 것이다. 1994년 어느 봄날,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가 관광버스에서 느닷없이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게 됐다(당시에는 곧잘 무반주로도 노래를 불렀다). 첫 음정을 너무 높게 잡는 바람에 클라이맥스에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민망함을 대중에게 끼치며 마무리로 고음 삑사리까지… 그날 저녁 나는 “선배, 노래 잘 한다고 들었는데, 별로던데요?”라는 혹평을 듣게 되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혹평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전달했던 여인과 20년째 함께 살고 있다. --- p.172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정작 아주 적은 몇 명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치열한 경쟁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행복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이기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순간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보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고 그 자리에 탐욕이 채워진다. 행복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이겨야만 한다면, 삶은 금세 전쟁터가 되어 버린다. 경쟁에서 계속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게 삶이다. 모두가 사는 삶 속에 답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삶에 답이 있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p.229

아니나다를까, 남편은 싸움 끝에(사실 사소한 것으로 싸워 요즘 사이가 서먹하다) 휴가 차 입국하는 날 가족이 한 번도 공항으로 마중 나오지 않은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며 하소연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한 번도 아쉬운 점을 말하지 않던 사람이 이런 걸 쌓아놓고 있었다니… 그런 맘을 알아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연애할 때 말없이 무뚝뚝한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안달했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보다 그 사람을 더 궁금해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힘들다는 핑계로 그 사람의 힘듦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중에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타인을 공감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어떻게 가족과 공감하고 지내야 할까?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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