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안에서는 르완다인도 콩고인도 없고 부룬디인이나 케냐인도 없으며 나이제리아인이나 남아프리카인도 없다고 나는 말해왔다. 떼제 공동체도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선포한다. 또 우리가 이 메시지를 남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에, 그리고 ‘낯선 이에 대한 공포’를 우정과 신뢰로 바꿔야 하는 다른 나라들에 전할 때, 떼제는 함께한다.
_추천의 글 “떼제, 우정과 화해의 봄소식” 중에서
사람들로 꽉 찬 교회 전경에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젊은 여자들이 왈칵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에 질문이 넘쳐났다. ‘그 젊은 여자가 죽었나? 누가 다쳤나?’
가슴속에서 점점 심해지던 끔찍한 불안은 수사가 마침내 프랑스어를 끝맺고 영어로 말하자 비로소 사실로 확인됐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그의 말은 “로제 수사님이 돌아가셨습니다”뿐이었다. 머릿속에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슨 일이지?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그 여자가 로제 수사를 해쳤나? 아니면 심장마비?’
꿈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이었다.
_1부 떼제를 가다 “chapter 1 순례의 시작” 중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 들고 문득 저녁식사 때가 가까워진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저녁식사는 7시경이다. 대부분 숙소에서 배식 구역까지는 도보로 5분가량이다. 식사 줄에 가까이 가면 젊은이 수백 명이 배식 구역 옆까지 무질서하게 줄지어 선 모습이 보인다. 벌집에 들어가려는 벌들처럼 5천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우글거리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여러분의 귀를 때리는 것은 다양한 언어의 바다이며, 보편적인 언어는 웃음뿐이다. 줄 앞쪽에서는 장기체류자들이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외친다.
“설거지 할 사람 다섯 명이 필요해요. 식사는 먼저 하시고요!”
배고픈 몇몇 영혼이 줄 앞으로 움직이고, 대규모 젊은이들은 갑자기 떼제의 노래를 부르며 감사를 드린다. 노래를 두세 번 되풀이한 군중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_ 1부 떼제를 가다 “chapter 2 떼제에서 보내는 일주일” 중에서
로제는 클뤼니에 도착하여 매매 중인 땅이 있는지 조사했다. 지역 변호사가 떼제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꽤 큰 집이 한 채 있다고 알려줬다. 1940년 8월 20일 오후, 로제는 자전거를 타고 그 작은 마을로 갔다. 포장도로도 없고 집들은 비어 있어 황량한 마을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집을 내놓은 집주인 가족은 리옹에 살았지만 마을에 사는 할머니가 로제에게 집을 보여줬다. 집 주변의 땅 대부분은 이미 팔렸지만, 집과 인접 건물들은 아직 살 수가 있었다. 로제는 차 두 대 가격보다 높지 않으면 살 수도 있다고 말한 듯하다.
땅을 모두 살펴봤을 때는 이미 꽤 늦은 시각이어서 할머니는 로제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식사 중에 로제는 미래의 꿈을 이야기했고, 할머니는 로제에게 마을에 남아달라고 애원했다.
“이 집을 사서 여기 머물러요…… 우리 모두 외롭다우.”
가난한 여인의 절박한 호소가 로제의 마음을 움직였다.
_ 2부 떼제를 알다 “chpater 3 로제수사와 떼제 공동체의 탄생” 중에서
42개국에서 젊은 방문자들이 찾아왔으며, 이들은 수사들에게 “이곳에서 경험한 것을 어떻게 고향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수사들은 명확한 대답을 해줄 수 없었으나 젊은이들의 진지한 간청에 귀를 기울였다. 장차 ‘젊은이들의 공의회’가 될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그 후 몇 달 동안, 화해와 희망을 중심으로 한 대화가 떼제에 가득 퍼졌다. 부활절에 30여 개국에서 온 2,500명이 넘는 젊은이 앞에서, 한 젊은이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해 교회의 봄날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권력을 수단으로 삼지 않는 교회, 모든 이와 나눌 수 있는 곳, 모든 인류를 위한 가시적인 친교의 장을 말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화해의 길을 열도록 상상력과 용기를 넉넉히 주실 것입니다.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자 로제 수사가 마이크를 받아 공표했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공의회를 열 것입니다.”
_ 2부 떼제를 알다 “chpater 4 화해의 새 시대가 열리다” 중에서
가족을 데리고 두 수사와 저녁을 먹었을 때 나는 그들의 행동에 놀라고 말았다. 한 수사가 “제가 그릇을 씻을 테니 물기를 닦아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설거지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러면 기도 준비를 하실 수 있잖아요”라고 간청했지만, 그는 “모두 함께하면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날 저녁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은 사실로 드러났다. 수사들은 노동이 몸에 배어 있었다. 더 큰 공동체에 있건 자신의 거처에 있건 수사들은 일손을 거든다. 다른 사람들이 해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로제 수사는 자신이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수사들 역시 그 전통을 따른다.
_ 2부 떼제를 알다 “chpater 5 수사들의 생활” 중에서
공중을 맴돌며 떼제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지켜본다면, 이 공동체가 수사 백여 명으로만 이루어진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떼제의 공식 구성원은 수사들뿐이지만, 공동체에 있는 다른 몇몇 그룹이 떼제를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수사들 스스로도 이 공동체의 다면성을 인정한다. 어느 수사는 떼제를 이렇게 묘사했다.
“양파처럼 다양한 층이 겹겹이 쌓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의 일부입니다.”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지만 모두가 공존하는 공동체의 일상생활에서 이 비유의 의미가 더욱 드러난다. 또다른 수사는 이렇게 말했다.
“핵심은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일주일을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우리가 서로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이것이 미래를 향한 수사들의 희망이다.
_ 2부 떼제를 알다 “chpater 6 떼제의 또다른 구성원” 중에서
그토록 무수한 유럽인들이 떼제로 몰려드는 까닭은, 종파 간 갈등 속에서 자란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향한 깊은 갈망을 현실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해묵은 논쟁은 떼제에서 화해의 대양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떼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기독교 종파와 더불어 자유로이 예배할 수 있는 곳이다. 떼제에서 다른 종파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며 기도한 뒤, 많은 순례자들이 이 철야기도의 절정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지 떼제에 와서 기도에 동참할 수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사람들은 떼제 노래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떼제의 노래는 아름답고 부르기 쉬우며 묵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므로, 수많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쁜 생활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 노래를 찾는다.
_ 3부 떼제를 살다 “chpater 7 노래로 기도하다” 중에서
독일 바이에른 주에서 온 스물여섯 살 청년 토마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떼제를 열일곱 번 방문했다. 그는 스스로 떼제를 다시 찾아온 까닭을 설명하며 “이곳에서는 자유롭습니다”라거나 “저에게 떼제는 일종의 유토피아예요”라는 표현을 썼다. 벨기에에서 온 요헴이라는 다른 젊은이의 말에서도 토마스의 소감이 메아리친다.
“떼제에는 미워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움이 존재하지 않아요. 지구상에 있는 낙원이죠.”
요헴이 보기에 사람들은 떼제에서 서로를 다른 자세로 대했다. 요헴은 “언제나 ‘그리스도인’이긴 했지만 떼제에 와서야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믿고 깨닫게 됐다.” 토마스와 요헴과 다른 많은 젊은이들은 용납과 화해를 경험한 뒤 자유롭다는 느낌을 갖게 됐고,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복감을 낳았다. 떼제는 지상에서 이런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매우 드문 장소다.
_ 3부 떼제를 살다 “chpater 8 화해와 신뢰의 삶” 중에서
수사들은 순례자가 내일부터 오지 않는다 해도 공동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하루 세 번 기도할 것이다. 계속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 것이다. 그리스도의 화해를 세상에 전할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다. 수사들은 계속 믿음에 충실하게 살 것이다. 결국 여기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믿음에 충실하게 사는 삶이란 어떤 모습인지 자문해야 한다. 잠정적 공동체에서 살아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삶의 모든 면에서 충실하려 애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 모두 화해의 사절이 될 수 있다.
_ 에필로그 “떼제의 진정한 가치”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