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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일주일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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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일주일 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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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50*210*20mm
ISBN13 9788994793306
ISBN10 89947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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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권혜원
낯선 풍경이나 웃기는 사람으로부터 활기를 찾는 편이다. 타지에서 그럴듯한 농담을 접하며 일석이조의 기쁨도 몇 번인가 누려보았다. 과분하게도.
대구라는 출생지와 서울이라는 거주지 외에도 여기저기 자꾸 정을 준다. 영문학, 국문학, 비교문학 등을 배우던 학교에서도, 책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던 직장에서도 틈틈이 여행책을 뒤적거렸다.
다른 나라로 도피해 있을 때에도 한식은 생각보다 간절하게 떠올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목욕탕과 피아노를 더 자주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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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게 좋다기보다 이제야 외로움을 느낄 만큼 잘 다니고 있다는 안도감도 좋고, 외롭지만 이제는 외로움이 친구 같다는 이상한 친근감도 재미있다. 외로울 때 떠오르는 누군가에 대한 기억을 잠시나마 정돈할 수 있는 여유 같은 것도 의외로 그렇게 씁쓸하지 않다. 말하자면 누군가의 옆얼굴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다닐 때 누릴 수 있는 게 따로 있고, 옆에 누구도 없을 때만이 담을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 - 「외로운데, 싫지가 않다」 중에서

나 또한 내일 따위 없다는 주의로 호방하게 소비하는 스타일은 전혀 못 되지만, 한가롭게 사람 구경할 시간마저 없애거나 아끼고 싶지는 않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앉아서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이방인으로 누릴 수 있는 유의미한 호사다. 적어도 드라마틱한 풍광을 감상하는 일이나 유명한 유적지를 방문하는 일에 늘 우선순위를 뺏겨도 되는 헛짓은 절대 아니다. 그러니 잠시 앉았다 가도 된다. - 「앉았다 가도 된다」 중에서

다시 걷는 아이들은 어딘가에 멈춰서고 잠시 후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달려가는 곳은 절벽이다. 그리고 절벽 끝에서 아이들은 바다를 향해 뛰어들어 바다 위를 난다. 꿈같이 펼쳐지는 이 영상이 촬영된 곳 이 바로 비크의 어딘가라는 정보를 접했던 터라 비크를 건너뛸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에서 보던 것처럼 깎아지른 절벽을 비크로 오는 길에 몇 번이나 지나쳤다. 거짓말 같은 순간을 관통하면서 생각했다. 지금 나는 일상에서 유튜브를 거쳐 비크에 도착해 있는 거라고.
- 「남자 해변 블랙 비치」 중에서

버스는 트레킹이 가능한 빙하 지대에 도착했다. 눈앞에는 안개, 암석, 물, 이름 모를 식물들이 한데 엉킨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져 있다. 투어가이드는 아이젠 착용법을 꼼꼼하게 알려주는 등 안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나를 비롯한 베이징 출신 팀원들은 결연한 의지로 집중해서 착용법을 익혔다. 누구도 실제로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다들 말하고 있는 듯했다. 살겠다고. 고양된 감정으로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긴 하지만 이 멋진 빙하에서 미끄러져 사경을 헤매지는 않겠다고. - 「드디어 나는 빙하로 간다」 중에서

아이슬란드 어디서나 물은 그냥 떠 마셔도 별 탈이 없을 만큼 깨끗하지만, 빙하에 다가가 가까이서 맑은 물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어딘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유빙을 바라보면서는 문득 내가 매일 아침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서울의 한 버스정류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세계에 와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수 있었다. 그 기분이 썩 근사했다. - 「빙하 보는 날」 중에서

물론 집을 그리워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가끔 음식물 쓰레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처지라는 점이 몹시 신나게 느껴질 때면 그냥 확 여행자로 살아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 나가 지내면서 집 생각을 하다가 집에 대한 몇 가지 정의를 혼자 내려보기도 했다. 이를테면 ‘집이란 아무 생각 없이 팬티를 빨 수 있는 곳’처럼 말이다. 그리고 오늘 하나 더 추가한다. 이불 따위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게 해주는 곳, 심지어 빤 지 한참 된 이불도 아무 불평 없이 덮고 잘 수 있는 곳. 거기가 집이다. - 「그제야 집 생각이 난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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