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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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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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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9쪽 | 47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399711
ISBN10 898939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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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를 쓴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웨스트몬트 대학의 영문학 교수다. 베르메르와 렘브란트에 관한 시집을 포함해 모두 네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두 권의 문학선집을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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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나는 밀밭

찌푸린 하늘에서 갑자기
까마귀가 검은 날개를 편다.
바람에 구부러진 줄기 위로
이제는 과거의 보호물이 되어 버린 숨겨진 씨앗을 찾아서.
한때 누군가 와서
모든 것이 괜찮음을 보고 갔던 그곳에
바퀴자국들이 상처를 남긴다.
그는 이제, 추수를 기다리며 잠든다.
구름이 어떻게 여기서만 검어졌는지,
밀이 어떻게 황금빛으로 물들었는지,
가라지 역시도 준비된 일곱 개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한다.
새들이 지나간 뒤로 마부가 온다.
대지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밀밭 위로 스스로를 쏟아 부었던 태양은 빛난다.
여전히 빛난다.
--- 시 메릴린 챈들러 맥인타이어

“화가는 무슨 생각을 하든 돈에 대한 이야기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그렇다. 정말 우리 화가들은 무슨 말이든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그림에 생명을 걸었고, 머리도 그것 때문에 흐리멍덩해졌다.”
---- 고흐의 편지

탕! 총소리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그가 문을 나설 때부터 까마귀들은 땅으로 내려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첫 발자국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흔들리고 있던 밀밭은 이내 무서운 파도를 일으킨다. 태양은 그를 맞이하러 이미 나가고 없다. 별들도 그를 위해 벌써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세상이 이처럼 그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고흐는 땅 위에 쓰러진다. 까마귀들은 그를 이불처럼 덮어준다. 밀밭은 그를 위해 커튼을 내려준다. 태양과 별들은 안식의 노래를 준비한다. 이제 편히 잠을 자라, 너의 붓도 캔버스도 너와 함께 누우리라.
---- 글 노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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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우리가 살고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빛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물 위에 어른거리는 달의 은빛, 해질녘의 마지막 붉은 빛, 등불 밑 고양이의 털빛, 어두운 방에 켜진 촛불 속 동그란 불빛 ― 이 모두는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간접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대상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들은 놀라운 시각적 여행의 기록을 남긴다. 석탄 채광소와 플란다스 지방의 어둠에서 시작해, 물체와 색채가 무게, 밀도, 굴절, 움직임에 의해 놀랍도록 재평가되어 인식되는 남부 프랑스 지방에 이르는 여행이다. 빛은 흩어지고, 발산되며, 때론 하나로 모아져 태양의 두꺼운 노란색 광선처럼 빛난다. 그가 죽던 달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 쓰인 강렬한 노랑은, 잔뜩 찌푸린 하늘과 대비되어 주위를 둘러싼 어둠에 맞서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빛의 선물인 색色 자체가, 고흐에게는 걱정스런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명을 듣고 그에 “예”라고 답한 사람의 담대하고 기쁜 선언으로 가는 길을 제공해 준 것이다.
그리고 고흐 역시 우리에게 같은 초대를 남겼다. “예”라고 답하라. 그의 그림들은 우리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 쥐고 있던 것을 놓고, 생각의 틀을 바꾸며, 다시 한 번 상상하고, 자세히 살펴보며, 끝내 꿰뚫어볼 것을. 우리가 보는 대상을 명사名詞 가 아닌 동사動詞로 만들기 위해, 또 올리브 나무 속에 깃든 생의 의지와 보랏빛 야생 아이리스가 자라는 강둑을 깨닫게 하기 위해.
반 고흐가 삶의 마지막 고비 속에서 그려낸 그림들에 대한 명상에서 비롯된 이 책의 시들은, 그가 영적으로 가장 힘겨웠던 시간들에 대한 내 조용한 동의의 몸짓이기도 하다. 이것은 결코 학문적인 코멘트가 아닌, 다만 나로 하여금 사물을 새로운 빛 가운데 볼 수 있게 해 준 그 값없는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 서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보기 전, 나는 반 고흐의 그림과 맥엔타이어의 시들을 짝지어 함께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이미 기쁨과 기대로 충만한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이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림들은 새롭게 느껴졌고, 시들은 빈센트의 삶과 예술에 대해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시나 화보집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 - 루시 쇼 (『내 영혼의 번지점프』의 작가)

이 책의 시들은 반 고흐의 그림들에 관한 단순한 해설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이다.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는 그림 속 선과 색에 대해 잊혀지지 않는 언어들을 찾아내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놀라움을 위한 여운을 남긴다. 반 고흐의 그림들처럼, 그녀의 언어들은 나를 다만 그림 속으로 되돌려놓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향하게 한다. 깊은 뿌리 밑으로, 아이리스의 보랏빛 잎사귀 속으로, 밀밭으로, 푸른 잔디로, 아름다움이 우리 곁에 이토록 가깝게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무엇이 또 그래야 하는지를 넌지시 물으면서. - 레슬리 레일랜드 필즈 (작가, 교수)

“빈센트 반 고흐” 이 이름은 신화 속의 영웅처럼 현대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고흐의 고통의 열정과 곤핍의 식탁과 고단한 낡은 구두마저 영웅의 칼처럼 달콤하게 포장한다. 그러나 오늘, 고흐를 만나러 가자. 그리하면 알게 되리라. 이제는 맘몬의 후예들처럼 ‘숫자놀음’에 그의 작품을 숭배하는 그 영광의 허상 뒤에 고흐가 맨발로 태양 속으로 홀로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게 되리라. - 노경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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