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세균이나 진균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에는 병원성 미생물도 있다. 또한 외부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 무좀을 일으키는 백선균, 혹은 기생충 따위도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에서 병원체의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보통은 이러한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는 우리의 몸이 날 때부터 이들 병원체를 배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이 구조를 면역이라고 부른다.
--- 「제1장 감염과 면역-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구조」 중에서
여기서 다시 한번 게놈, 염색체, 유전자, DNA, 염기의 관계에 대해 정리해보겠다. 인간의 염색체를 ‘46권으로 구성된 추리소설 시리즈’라고 생각해보자. 이 46권짜리 추리소설 시리즈 전체가 ‘게놈’이다. 시리즈 중 한 권에 해당하는 책이 1개의 ‘염색체’다. 그 한 권에 쓰여 있는 문장이 ‘유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문장이 인쇄된 종이가 ‘DNA’이다. 그리고 문장에 담긴 글자 하나하나가 바로 ‘염기’인 셈이다.
--- 「제2장 유전자, 단백질, 체질과 에피제네틱스-당신이 당신인 이유」 중에서
도대체 암이란 무엇일까? 암이란 어느 조직의 세포가 멋대로 과다 증식해 덩어리(종양)를 형성하고, 증식한 암세포가 주변의 정상적인 조직에 침투해 확산(침윤)되거나, 떨어진 곳에서도 증식(전이)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폐암’이나 ‘위암’이란 처음에 종양이 생겨난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 「제3장 세포주기, 암, 약-세포의 폭주를 억제한다」 중에서
암세포를 체내에서 배제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암으로 변한 조직을 수술로 직접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암이 전이되지 않았을 때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두 번째는 방사선 치료법이다. 세포에 일정 세기 이상의 방사선을 가하면 DNA가 손상된다. DNA가 손상되면 앞서 언급한 세포자살을 통해 세포가 제거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한 방법이 바로 방사선 치료법이다. 세 번째는 방사선 대신 화학물질을 이용해 DNA에 손상을 가해 세포자살을 일으켜서 암으로 변한 세포를 제거하는 화학요법이다. 이 화학요법에서 이용되는 약, 다시 말해 항암제는 세포에 유입되면 DNA와 강력하게 결합해 DNA 복제를 방해하고 세포분열을 막는다. 하지만 항암제는 정상적인 세포에도 침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세포까지 방해를 받게 된다. 따라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다만 세포분열은 정상적인 세포보다도 암세포가 훨씬 왕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암세포가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항암제를 써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 「제3장 세포주기, 암, 약-세포의 폭주를 억제한다」 중에서
1969년에 오무라 유타카는 식사 후 혈액 속에서 증가하는 포도당을 쥐의 만복중추와 섭식중추에 투여해 만복중추와 섭식중추 속 뉴런의 흥분 상태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만복중추의 뉴런은 포도당이 투여되자 흥분하는 반면, 섭식중추의 뉴런은 흥분이 억제되었다. 한편 공복일 때는 혈중 포도당 농도(혈당치라고 부른다)가 낮아지는 대신 지방산의 양이 증가한다. 그래서 지방산을 만복중추의 뉴런에 투여하자 흥분이 억제된 반면, 섭식중추의 뉴런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오무라는 식사 후 혈액 속에서 증가하는 포도당에 따라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이 억제되며, 공복일 때 혈액 속에서 증가하는 지방산에 따라 공복을 느끼고 식욕이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정리해 식욕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미지의 호르몬이 아니라 만복이나 공복상태에 따라 혈액 속에서 증감하는 포도당과 지방산의 농도를 만복중추와 섭식중추의 뉴런이 감지하면서 조절된다고 받아들여졌다.
--- 「제4장 호르몬-세포와 세포 사이의 메신저」 중에서
한 명의 피험자와 두 명의 실험 협력자, 모두 세 사람에게 비디오 게임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 게임을 하고 있을 때 피험자의 뇌는 어떻게 활동하는지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법을 사용해 측정한다. 처음에는 셋이서 즐겁게 게임을 하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피험자만이 게임에 참가하지 못하는, ‘따돌림’을 당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다시 말해 피험자가 ‘슬프다’, ‘괴롭다’고 느낄 만한 상황에서 뇌가 보이는 반응을 fMRI로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슬프고’, ‘괴로운’ 상황에서는 신체적 고통과 관련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위인 내측 전두엽의 전측대상회가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무래도 슬플 때나 괴로울 때, 우리의 뇌는 이러한 감정을 ‘아픔’으로 처리하는 모양이다.
--- 「제5장 뇌-당신을 만들어내는 장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