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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36g | 128*188*16mm
ISBN13 9791162209639
ISBN10 1162209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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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복잡한 요리법도 그 뿌리는 지극히 간단한 몇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서, 무수히 가닥이 파생되는 것 같지 않은가. 그 가닥을 하나하나 세려고 하면, 당연히 다 셀 수 없다. 전부를 외워야 조리법의 뿌리에 도달한다면, 어떤 초인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마추어는 이쯤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고상한 이름에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이 필요하다.
---「알제리식 스튜와 다른 듯 비슷한」중에서

그런데 정말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될까?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해 보자.
이런 정신이 요리 레퍼토리를 늘리고, 요리 실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서는 해삼을 처음 먹은 사람처럼 인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게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응용을 해 보자」중에서

직화 조리법(도중에 물과 기름을 넣지 않는)에는 필연적으로 공기가 작용한다. 재료와 불 사이의 공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직화에 가장 가까운 그릴, 이어서 조금 불에서 멀어진 로스트, 그리고 불에서 더 먼 훈제, 마지막에는 그냥 바람에 말리고 해에 말린 포로 정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갱이포도 꽁치포도 오징어포도, 소금을 뿌려서 말리는 공정은 생햄(돼지고기 말린 것) 만드는 법과 같다. 포가 불을 가해서 만드는 건가? 하고 순간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손질한 전갱이가 잔뜩 널려 있는 어촌을 걸으면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라. 구름에 가려졌을지도 모르지만, 저 너머에는 해가 있고 햇빛이 전갱이들 위로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포의 경우는 훈제보다 더 불에서 떨어졌다. 불과의 거리가 한 1억 5천만 킬로미터 정도이기는 하지만.
---「아주 아주 멀리 떨어진 불로 만든 요리」중에서

요리料理란 ‘적절히 조처하고料 잘 다스리다理’라는 의미의 말이다. 조리調理라고도 하는데, 이 ‘조調’라는 글자도 ‘요料’자와 거의 비슷한 의미다. 요컨대 만사를 적절히 처리하고 다스리는 것이 요리이며 조리인 것이다.
이것은 음식물에 한하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 아래 무엇을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지를 균형 있게 판단하고, 그 판단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최선의 결과를 얻어서 결론을 내는 것이 ‘요리한다’라는 의미다.
---「이것은 요리인가, 요리가 아닌가」중에서

내 경우는 간장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것을 뭐든 드레싱에 넣어 버린다.
싱크대 아래를 열면 올리브유, 참기름, 식용유와 양조식초, 와인초, 간장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전부 조금씩 볼에 넣고 냉장고 위 선반에 있는 향신료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것(타임, 타라곤, 파프리카, 카옌페퍼, 딜, 오레가노, 고춧가루 등)을 적당히 넣는다. 다진 마늘이나 레몬즙도 좀 넣고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열심히 섞는다. 그러면 희한하고 걸쭉한 액체가 완성되는데, 대부분 실패하지 않는다. 물론 혼합 비율은 그날그날의 기분과 손의 움직임에 따라서 다르니, 두 번 다시 같은 드레싱은 나오지 않는다. 혼합하는 요소가 많을수록 오히려 실패 확률이 적고, 한 번뿐인 진검 승부라는 점에서 기백이 담겨 맛있게 완성된다고 믿기로 했다(믿어라, 그러면 맛있어진다).

이 드레싱에 토마토, 피망, 샐러리, 크레송, 산파, 깻잎 등 집에 있는 채소를 전부 잘게 썰어서 무치면, 평생 한 번만 맛볼 수 있는 샐러드가 완성된다. 주방의 온갖 것들이 들어 있어서 먹어 보면 다양한 맛이 난다.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막 올라탄 배이니 이제 이렇게 된 바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정신을 발휘하여, 그 드레싱에 된장과 설탕과 다시마 육수나 으깬 두부, 깨소금 등 닥치는 대로 넣어 보기로 하자. 두려워하지 않고 해 보면, 희한한 요리는 더 희한해진다. 그리고 맛을 보면 역시 희한한 맛이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희한한 샐러드’였다. 확실히 희한하지만, 그래도 ‘샐러드’라고 부르는 데는 전혀 문제없는 일품 요리였다.
---「우리 집 주방을 한 그릇에 담다」중에서

내가 먹을 것을 내가 할 때에는 그렇게 겁먹을 것이 없다. 누룽지도 맛있으니까. 중국 요리에는 일부러 만든 뜨거운 누룽지에 지지직 소리가 나도록 국물을 끼얹어 먹는 요리도 있지 않은가. 밥은 질면 죽이라고 생각하고 먹고, 너무 눌면 누룽지 요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실패란 말이 없어지고 평화로운 식사 시간이 된다.
---「불 조절과 타이밍의 고슬고슬한 예술」중에서

두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이미 조리가 끝난 식품이다. 물에 불린 콩을 삶아서 간 다음, 그것을 걸러서 굳힌 것이다. 으깨기, 거르기, 굳히기, 버무리기 같은 과정, 즉, 직접 불이나 열이 관여하지 않는 작업은 이 ‘요리’의 사면체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 공정은 사면체 ⑤를 보면 A콩이 조림 라인을 올라가서 E콩이 되고, 다시 조림 라인을 내려가서(식어서) A지점으로 돌아온다, 이런 움직임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콩이었지만, 한번 여행을 떠나 고생을 하고 돌아온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인상 좋은 두부가 되어 있다.
---「요리의 사면체를 종횡무진, 콩의 대모험」중에서

요리책을 읽을 때는 먼저 레시피 순서를 사면체 원리를 염두에 두고 하나하나 기본 과정을 분해한다. 그렇게 요리의 근간을 잡아 두면 취향에 맞춰서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지시한 양념이나 향신료를 자기 식으로 바꾸는, 그런 사소한 작업쯤은 레시피에 연연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 터다.
---「요리의 사면체로 응용을 해 볼까나」중에서

설령 남들이 조롱하든 분노하든 스스로 중독이 되든,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예측도 편견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이 결국은 세계의 맛을 한 몸으로 맛보는 식복을 부른다.
---「요리의 사면체로 응용을 해 볼까나」중에서

미식의 수는 천체의 수에 지지 않을 정도로 많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거기에 사는 사람은 옛날부터 알고 있던 것을 나중에야 알고 우리가 발견했다고 떠드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지금까지 아무도 알지 못한 맛을 발견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을 터다. 요리의 사면체를 망원경 삼아 맛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요리의 사면체로 응용을 해 볼까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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