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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평전
중고도서

윤선도 평전

: 정쟁의 격랑 속에서 강호미학을 꽃피운 조선의 풍류객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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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539g | 150*216*20mm
ISBN13 978898431644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많이 있으나,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hsjts   평점4점
  •  특이사항 : ≪발행년도 /발행처≫:2013 /한겨레출판 ≪구성내용≫:책 한권 ≪상태≫ :표지 왼쪽 테두리 찢어져 테이핑 처리함.(사진참조)/그외 중상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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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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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대부들에게 시조는 단지 ‘시여(詩餘)’, 다시 말해 한시를 짓다가 남은 여흥으로 짓는 ‘하위 장르’에 불과했다. 그런데 고산은 이 양식에 한시에 비견될 만큼의 서정적 힘을 불어넣은 것이다. 요컨대 한시의 주변부를 떠돌던 시조 양식에 아름다운 서정의 호흡을 불어넣은 것, 이것이 고산이 고산이 된 이유다. 이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글은 분명 위대한 발명품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문이라는 ‘보편문어’에 맞서 실질적인 표현 형식이 되려면 감성과 담론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담론이야 중세가 해체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노릇이지만 감성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한글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시인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 시인이란 한글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삶의 현장과 연결시켜주는 전령사라 할 수 있다. 고산은 그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낸 것이다. 우리가 지금 고산의 생애를 탐구하게 된 이유도 오직 거기에 있다.
-52쪽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시절이 아니라 정쟁에서 패배하여 유배지에서 고단한 일상을 보낼 때 시조가 산출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의 마지막 시조 작품인 「몽천요(夢天謠)」도 정쟁의 한가운데서 지어졌다는 점이다. 시작과 끝이 기묘하게 맞닿아 있는 셈이다. 다소 도식적인 추측일지 모르나 어쩌면 그가 한시보다 시조에 더 특장을 보이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시란 모름지기 세계와의 심각한 불화 속에서 그 서정적 빛을 발하게 되는바, 고산은 바로 그 극한 상황에서 한시가 아니라 시조를 택했던 것이다. 자신의 정서적 심층을 드러내기에 시조가 더 적절하다고 여긴 것일까. 유배당한 정객과 시조라는 양식의 마주침! 이 또한 운명적 조우라 해도 좋으리라.
-96쪽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바다! 혹은 강호자연을 향해 던지는 은유의 그물망! 이것이야말로 「어부사시사」를 규정하는 가장 뚜렷한 미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바다는 끊임없이 흘러가고 시인은 다만 그 바다를 향해 무심히 그물을 던졌을 뿐이다. 또 그 그물에는 싱싱한 언어들이 펄떡거리고 있었을 뿐이다.
-202쪽

그는 자연경관에 도취하여 감수성의 청정한 유로를 시도하면서도 자신이 사대부임을 결코 잊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그의 한계임에 틀림없다. 그런 지향이 드러난 작품일수록 공감력이 한층 떨어진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그의 시적 추동력이 아니었을까? 무슨 소린가 하면, 그의 정치적 지향은 적어도 입신양명에 대한 미련은 아니다. 자신의 이념을 현실에서 오롯이 실현하고자 하는 견결한 의식의 발로다. 그 의식의 저변에 바로 고산 특유의 감수성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를테면 그토록 견결하게 이념을 고수했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_206쪽

성리학적 이념에 따르면 내면적 정서는 온유돈후(溫柔敦厚), 다시 말해 지극한 절제와 응축을 통해 드러나야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맹사성의 작품이 잘 보여주듯 소박하고 단아함이 주류를 이룬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고산은 그러한 감정의 절제라는 윤리적 규칙을 일탈해버린다. 그것은 그가 지닌 독특한 감수성의 유로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감적 분방함이 주도하게 될 조선 후기 시조사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고산이 표출하는 흥취가 그런 식의 분방함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에 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고 고상하다. 그럼에도 자연과의 교감에서 이법이나 도가 아니라 흥취를 느낀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일단 파격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정서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산의 작품이 시조사의 분수령이 되는 맥락이 여기에 있다.
-208~209쪽

고산이 보기에 자신의 삶은 ‘세상과의 끊임없는 불화’, 그것이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붕당과 전란이라는 역사적 환경에 규정된 바 크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의 성격, 즉 원칙을 향해 불같이 돌진하는 투지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저 투명한 감수성에서 비롯한다. (……) 독창성과 이치에 대한 수호정신, 이것이 그로 하여금 평생을 세상과 불화하게 한 원천이었으리라.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불화’야말로 고산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출한 원동력이 아니었을지. 그 에너지가 가장 능동적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 「산중신곡」과 「어부사시사」의 주옥같은 명편들이었을 터이다. 하여 고산이 지닌 그 복합적 초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고산을 친근한 자연 시인이자 언어의 연금술사로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257~258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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