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이 한창 진행되던 중 샬럿이 남은 힘을 다해 힘을 주다가 갑자기 턱을 위로 번쩍 치켜들더니, 눈을 잠깐 뜨고는 작은 비명과 함께 숨을 휴 내쉬었다. 아사는 아내의 눈이 까뒤집히다가 곧 다시 감기는 것을 보았다. 엄마와 앤은 자신들의 팔에 안긴 샬럿이 의식을 잃으면서 축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즉시 호흡 곤란이 나타났다. 엄마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입으로 그녀의 폐에다 깊이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샬럿의 가슴을 세게 누르고 소리쳤다. "하나, 둘, 셋, 넷……"
맥박이 뛰는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엄마는 심폐소생술이 맥박과 호흡을 되살리지 못한다고 결론짓고 아사와 앤에게 그 집에서 제일 예리한 칼을 찾아다 달라고 소리쳤다. 아사와 앤은 아래층 부엌으로 달려 내려갔다. 아사가 조리대 뒤쪽에 놓아둔 나무 칼집에서 칼날이 15센티미터인 칼을 뽑아들었다. 아사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아내의 가슴에 머리를 얹었다. 아내의 눈을 쳐다보며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엄마는 그의 어깨를 한번 꽉 쥐어 주었다.
"합시다." 엄마가 훌쩍이며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는 아사의 어깨를 꽉 쥐었던 손으로 칼을 집어 들었다. "무슨 말입니까?" 아사가 물었다. 그는 엄마가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아기에게 겨우 몇 분밖에 없어요, 샬럿한테 시간을 다 써 버렸다고요!" "무슨 일을 하려는 겁니까?" "당신 아기를 구해야지요!" 아사와 앤 모두 엄마의 음성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는 그 동작을 찬성으로 받아들였다.
엄마는 샬럿의 배꼽에서 치골까지 손톱으로 상상의 줄을 그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엄마는 상상의 줄이 진짜라도 되는 듯이 더듬더니 날카로운 칼끝을 죽은 여자의 피부에 세게 눌렀다. 절개된 부위에서 피가 솟아났다. 피가 그 여자의 배를 타고 흘러 내려 창백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적셨고, 침대 시트로 쏟아져 새로운 얼룩을 만들었다.
엄마는 절개한 내부를 잘 보기 위해 베개 하나를 잠깐 상처에 대고 눌러 피를 흡수시켰다. 베개를 거기에 놓으면서,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이빨을 부딪치며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가 베개를 치우자, 연어 빛깔의 분홍색 축구공이, 매끈하고 빛나는 반구 모양의 자궁이 나타났다. 둥글고, 깨끗하고, 거의 과일 같은 모양이었다.
거기, 반짝이는 지방과 긴 고기 조각 같은 젖은 근육 속에 김이 나는 자궁이 있었다. 엄마는 비위가 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광경에 현기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것이 따스하고 미끌미끌해서가 아니라, 생명의 가장 동물적인 형태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생명, 생명이 여기 자궁 속에 있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