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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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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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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08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3807
ISBN10 896021380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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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책이달다   평점5점
  •  특이사항 : 청진기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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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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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가라사대

또 한고비 넘겼다고

클라이맥스 지나 맥시멈 리스크 지나 고요는 찾아온다 발작 후 수면처럼 길고양이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구름의 균열을 틈타 아침 햇살이 창문 틈으로 잠입한다 블라인드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 벌기일 뿐이다 수면제는 밤의 길이만 저만치 늘려 놓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구조대는 정시에 도착했다 악몽이란 수돗물에 씻겨 내려갈 소문에 불과하다 고독사는 그늘을 먹고 자란다고 단골 의사처럼 투덜댔다 나쁜 습관을 문 밖에 내다 버리고 조석으로 햇볕의 양을 조금 더 늘렸다 강박처럼 손을 씻었지만 씻을 수 없는 고독이 무럭무럭 자랐다

더는 가망이 없다고

개장과 동시에 문을 닫았다 테이블 데스를 피한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깨진 접시로 복이 들어온다는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뒤집힌 세월에서 모조품 같은 뼛조각이 발견되었다 병명이 적힌 명찰 뒤로 활력징후가 흔들린다 코드 블루가 반복해서 떠오른다

수술 부위는 잘 아물었다고

번호표를 뽑지 않은 사람이 먼저 길을 떠났다 서가에 꽂힌 죽음이 두려워 시도 소설도 읽지 못했다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지만 시詩의 핏자국은 그대로 남아있다 벽화에 그려진 이별이 두려워 난도 애완견도 기르지 못한다 죽은 새의 가슴에서 돌덩이를 내려놓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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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시인의 시어들은 사유의 절정에 닿아 있다. 그 결과 인간의 몸과 정신계를 지칭하는 의학과 병리학의 단어들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슬픔과 고독의 세계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문학과 의학의 접점을 찾으려는?시도는?정신분석학과 임상심리학까지 깊숙이 연결되어?있다. 한국 시문학사에서 거의 유일한 특질을 가진 시들을 묶은 이 시집은 그러므로 우리 문학의 귀중한 자산이다. 반드시 읽고, 언급되어야 할 시집이다.
- 나해철 (시인)
김연종의 시를 읽으면 그의 시어들은 삼킨 알약이 되어 의식을 일깨우고 정서를 일으킨다. 망각을 지우고 아픔과 우울을 다시 되살린다. 때로 그의 시들은 메스가 되기도 한다. 굳어진 삶의 상처를 떼어내기도 하지만 깊게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기도 한다. 아프지만 후련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시들은 정신과 상담실의 파우치가 된다. 우리의 무의식까지 들춰낸다. 하지만 그의 시들은 쉽게 힐링을 말하지 않는다. 치료를 말하거나 안식이 있다는 것을 믿게 하지 않는다. 단지 냉정하고 엄격한 시선으로 우리의 불행을 감시한다. 이 치열한 탐사의 언어는 시인의 정직함을 증명해 준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우리 모두는 불치의 환자다. 이 진실을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김연종 시인뿐이다.
-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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