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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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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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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61쪽 | 320g | 135*200*20mm
ISBN13 9788947544030
ISBN10 894754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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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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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은 혼자일 때는 외롭고, 함께일 때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결국 차악인 외로움을 선택한다. 사방이 차단됐으니 그들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밖으로 나온 지금이야 ‘그들’이라 부르고 있지만, 그 안에 있을 때는 세상에 이런 유형의 인간이 오로지 나 하나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 믿음이 참담했고 스스로를 고립되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분명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닐 텐데. 나는 찾아봤다.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한두 권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을 위로하는 책은 없었다. 나뿐만이 아닐 텐데,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세상에 수없이 많을 텐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프롤로그: 분명,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닐 텐데」중에서

“지금 흘리는 땀이 10년 뒤 나의 명함이 됩니다.”
예전에 이런 멘트가 나오는 공익광고가 있었다. 은둔자 생활을 할 때 늘 이 멘트가 거슬렸다. 그럼 나는 뭐란 말인가? 무더운 여름 날 방문을 닫고 그 안에서 종일 게임과 야동을 보며 흘리는 땀밖에 없는데, 10년 뒤 무슨 명함을 갖게 된다는 거야? 이렇게 생각한 적이 수도 없다. 소름끼치게도 10년 뒤, 나는 정말 ‘은둔자’라는 명함을 획득할 수 있었다.
---「소름 끼치는 명함」중에서

“죄송합니다. 커피를 사본 적이 없어요. 사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조금 있어 커피를 부탁했던 사람이 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커피도 사기 싫어하는 짠돌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출발하는 차 안에서 그가 물었다.
“재주 씨, 아까 보낸 문자. 커피를 사본 적 없다는 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차 안에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나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잠시 뒤, 그는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내게 커피 사는 법을 알려줬다.
---「워크숍 가는 길」중에서

고모는 부평에서 꽤 잘나가는 미용실 원장님이다. 조카 된 도리로 한 달에 한 번은 찾아가서 커트나 펌, 염색 등을 번갈아 한다. 일종의 바깥 세상 체험이다. 커트 1만 5,000원, 염색과 펌이 각각 5만 원이다. 사실 조금 버겁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머니의 심부름 용돈을 열심히 모은다.
(…) 1년에 두 번. 반드시 가야 하는 날이 있다. 바로 명절 전이다. 구정과 추석 전에는 친척 어른들에게 방구석 폐인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로 세련되게 꾸며야 한다. 잠깐 동안 페이크를 쓰는 것이다. 그 외 열 달은 별 의미가 없고, 돈도 좀 아깝다.
왜냐고?
밖에 나가질 않으니까.
---「않으니까」중에서

은둔자였을 때 나는 나를 탐구한 것이다. 나를 성찰하고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이상과 목표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 시간이 길었지만 결국은 치유됐고, 온전한 내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완성해나갈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했던가? 내 멋대로 해석한 것이지만 굳게 믿어보련다. 은둔자의 의미를….
---「은둔자」중에서

단순히 집에 틀어박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만 히키코모리일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낮아진 자존감에 심하게 외로움을 타는 사람, 스스로 나약하다고 자책하며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숨으려는 사람, 타인에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은밀히 숨어드는 그들만의 공간이 있다면, 그곳이 집이든 차든 상관없이 그들 또한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한다. 방에 있는 시간이 제일 많았지만, 타의로라도 사회생활을 하려 노력했다. 그랬다고 해서 은둔의 삶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잠시 착각은 했다. 사회로 나오고 사회의 일원이 됐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중력에 이끌리듯 방으로 다시 끌려 들어왔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웜홀처럼 방으로 들어왔더니 시간이 휙 지나가버렸다. 혹시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보인다면 ,도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을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10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10년을 그 안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나름의 사연이 있고, 상처가 있다. 상처가 너무 아픈 것뿐이다.
---「“와타시와 히키코모리 데스”」중에서

그런데 얼마 전, 친구 J가 술이 얼큰하게 취해 뜬금없이 나에게 추억의 질문을 던졌다.
“넌 장래 희망이 뭐냐?”
나는 한참 생각하다 “지금이 장래 아니냐?”라고 나름 멋들어지게 받아쳤다.
친구 J는 순간 움찔 놀라면서도 지기 싫은 듯 이렇게 받아쳤다.
“그러네. 우리에게 장래는 지금이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너 장례 치를 때까지 이러고 살면 어떡하냐.”
---「장래 희망」중에서

희망이라는 돛이 꺾인 채 절망이라는 바다를 표류하던 놈.
바로 나였다.
‘땀 흘리지 않는 자, 눈물을 흘리게 되리라.’
그래서 눈물을 흘린 놈.
바로 나였다.(…) 난 여태껏 변명의 여지를 남기는 행위만 해왔다.
그게 바로 나였다.
---「바로 나였다」중에서

“전 별거 있는 사람입니다. 히키코모리라고요! 이런 저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배울 게 있다면 억지로라도 배우세요.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멋대로 멋지게 해석해주세요. 어떤 단어나 말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을 절대 놓치지 말고 메모라도 해가세요. 저는 저만의 사소한 조각들의 총합입니다!”
---「사소함의 조각」중에서

“사실 이런 것들 때문에 히키코모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속 시원히 말하면 서로 깔끔하게 이해되고 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방면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방으로 이끈 이유 전부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분명 게으름이나 나태, 게임과 야동 중독, ‘이대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10년이나 이러고 있었던 것은 비겁한 핑계와 변명 때문이라는 것을. ‘커다란 이유가 있을 거야’ 하고 기대하신 분이 계셨다면 죄송하다. 이게 솔직한 답변이자 진심이다. 어쩌다 보니 편하고 안전한 장소인 방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 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추천받은 삶 5: 어쩌다 히키코모리가 되어」중에서

나는 미식가였나 보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모님 등골을 빼먹고 있으니….
---「씁쓸한 미식가 시즌 10」중에서

친구들이 저녁 일곱 시에 대학로에서 만나 술을 먹자고 한다.
인천 밖으로 안 나가는 나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준다고 한다.
“대학로가 어디야?`”
“성균관대 근처야.”
“거기 역이 있어?`”
“어.”
난 시간 맞춰 성균관대역으로 향했고, 친구들은 혜화역으로 향했다. 성균관대역에 도착한 나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학로가 어디인지 물었다.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알았다. 수원에는 대학로가 없다는 것을.
나는 왕따당한 걸까? 왕따시킨 걸까?
---「왕따」중에서

언제부터인지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큰 이슈가 돼버렸다.
‘방에만 있는 나는 안전한 건가? 그렇겠지?’
그렇게 하나둘씩 둔감해진다.
---「미세먼지」중에서

찾아 나서면
쉽게 목격되지 않지만
이쪽저쪽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더 자주 목격되고 싶은
내 꿈은 UFO.
---「UFO」중에서

나는 지금부터 2절을 부르려 한다. 나와 같은 노래방에 있다면
정지 버튼을 누르지 말아달라.
이 곡만은 끝까지 부르고 싶으니….
---「간주 점프 금지」중에서

우리는 모두 백마흔여덟 번 마음의 상처를 받고, 남은 자존심과 마음까지 크게 다칠까 공포심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열두 척, 세상을 피해 도망만 다니는 내 안의 바닷속 어딘가 있는 이 열두 척의 배. 내가 죽기를 각오하고 목표를 향해 세상이라는 녀석과 한 번 부딪쳐 싸워볼 만한 무기. 내게 열두 척의 배는 시간과 같았다. 열두 척의 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배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게임과 은둔의 생활로 도망치지 말자. 열두 척의 배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자. 이제 나만의 열두 척을 꺼내자. 결심해본다. 저 멀리서 장군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열두 척의 배」중에서

나의 희망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몇 분은 감히 네 놈 따위가 희망을 운운한다고 질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희망이란 녀석이 원래 부유하고,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들보다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더 잘 보인다. 오히려 희망이 먼저 찾아올 때도 있다.
---「희망」중에서

비슷비슷한 노래를 들으면서 20분을 걷다, 전철을 20분 타고, 여전히 흥이 나는 노래를 따라 불러가며 전철을 바꿔 다시 30분을 내달린다. 짜증 나는 신도림역에서 마지막으로 전철을 옮겨 타 다시 30분을 가면 목적지에 도착하고, 이내 나를 반겨줄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인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가볍게 목례를 나누면서 두 손으로 긴 시간 같이 와준 이어폰을 귀에서 조심스럽게 빼낸다. 내 귀에만 들리도록 희미하게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나야 나.”
---「자기최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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