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DMZ의 생태를 이야기할 때 보통 자연의 위대함을 강조하더라고요. 철모를 뚫고 나온 식물이 대표적인 이미지였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더군요. '환경마다 달라지는 약용식물처럼 DMZ에 사는 친구들도 그렇지 않을까?', '인간의 시선으로는 청정낙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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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주시에서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가 제정됐습니다. 핵심 내용도 명예 회복과 생활 안정을 위한 행정, 재정적 지원이에요. 드디어 여기까지 온 거죠. 계속 얼굴을 숨겼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숨겨서 DMZ를 이야기하고, 숨겨서 기지촌을 이야기하고, 숨겨서 장파리를 이야기한다면 우리의 역사도 숨어있는 뒷이야기일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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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친구들도 뭔가 독특하다. 대학을 졸업했으면 취직을 해야하고, 취직을 했으면 결혼을 해야 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보통 사람의 길’을 벗어나는 데에 대한 불안함이 없다고 할까. 자기 자신에 대해 분명히 정의 내리고자 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어한다. 그런 친구들이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파티에 오는 것 같다. 파티에 정해진 생태계의 법칙은 없다. 이곳에서 선택은 늘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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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소소’는 [동네부엌 천천히]에서의 식사가 일종의 배움이라고 말한다.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으며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소유하는 마음을 배우고, 그릇을 직접 설거지하며 가사에 동참하는 태도를 배우고. 손님들은 식당을 나서며 당연하다는 듯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한다.

Dear Reder<br/><br/>경기도 파주시. 두 번째 DMZ 지역을 선택한 후 고민이 많았습니다. 자신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DMZ, 47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DMZ의 유일한 시. 외국인이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다는 관광도시 ‘파주’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지역이었기에, 어떻게 묘사해야 좋을지 오히려 아득하게 느껴졌습니다.<br/><br/>실마리는 예상외로 제 기억 속에 있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2년 정도를 파주에서 보냈습니다. 많은 80년대 생들이 그랬듯,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었죠. 단지 내에는 반듯하고 높은 건물들과 회색빛 주차장, 잘 닦인 조경과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상가 문방구에 진열된 모든 물건을 사고 싶어 하고, 주말이면 부모님과 대형마트로 향하는 완벽한 도시 청소년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거실의 큰 유리창, 아파트 사이, 단지 밖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들은 논밭과 푸른 산으로 뒤덮인 넓은 대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특이한 장소였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한쪽 모퉁이에는 공동묘지가 있었으니까요. 파주는 그런 곳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곳,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광활한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벗어나 파주를 찾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이미 조금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파주에 가면 서울에는 없는 편안한,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그 분위기를 *릴리브(relieve)라는 단어로 정의하고 싶습니다.<br/><br/>이번 호를 준비하며 파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장소들을 거닐 때는 일상의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고, 자유로를 달리며 가슴속 답답함이 뻥 뚫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한편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푹 젖어 드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터놓으며 또 다른 차원에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상대와 저, 그리고 알지 못하는 이야기 속 사람들이 함께 치유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 과정에서 파주만큼이나 ‘릴리브’라는 단어도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파주, 다양한 모습의 릴리브를 만나길 바랍니다.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시간을 갖고 한 꼭지씩 천천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하나의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다른 마음과 생각이 찾아올 테니까요.<br/><br/>편집장 박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