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사회를 흔히 ‘부동산 공화국’이라 부른다. 우리 가계의 부동산 의존도가 미국의 세 배에 육박한다. 반대로 금융 자산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부동산 정책에 따라 정권의 지지율도 급등락한다. 서둘러 부동산 자본주의에서 금융 자본주의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돈이 부동산으로만 흘러가면 사회의 창의성 발현이 안 된다. 금융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위해 주식 시장에 존재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모험 자본’을 육성해야 한다. 활기 넘치는 금융 시장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당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과감하게 경감해주고, 그 대신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제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처럼 되느냐 아니면 1980년 이후 401K의 주식 투자로 금융이 성장한 미국처럼 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국민연금이 왜 남의 나라 주식만 사느냐를 탓하지 말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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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상위 55개 그룹을 분석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2020. 5. 1)에 따르면 지배주주인 총수가 지배할 수 있는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57.0퍼센트로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 3.6퍼센트(총수 자신 1.7퍼센트, 일가 친족 1.9퍼센트)에 비해 15.8배나 된다. 신규 순환출자를 법으로 금지했는데도 오너십 레버리지는 오히려 예전보다 확대된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의 마법’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율은 2000년대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상위 10대 재벌로 한정하면 그 효과는 더욱 극단적인데 지난 20년간(2000~2019)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 지분율 추세를 보면 총수 지분율은 1.1퍼센트에서 0.9퍼센트로 감소한 반면 통제하는 계열사 지분율은 41.2퍼센트에서 54.3퍼센트로 오히려 증가했다.
문제는 오너라 부르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줄었는데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접은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머지 주주들의 섭섭함은 폭발 직전이지만 법도 언론도 대부분 재벌의 편이라 하소연할 곳도 없다.
--- pp.50-51
KCGI는 여러 기업에 소액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해 영향력을 키운 다음 기업의 주가를 억누르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노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지배구조가 주가를 억누르는 가장 큰 장애물로 보았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 소유 경영의 경우 대주주가 회사의 재산을 사적으로 편취하는 행위, 개인적 취향과 외형 과시를 위해 본업과 상관없는 무분별한 확장을 해 자산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행위, 그리고 세계 최저 수준의 주주 환원 정책을 견제해야 한다. 이러한 지배구조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기업도 오래갈 수 없고, 주주에게 그 이익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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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현재는 물론 후세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ESG 펀드들이 큰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ESG 펀드가 막대한 규모로 성장해 시장의 주류가 되자 기업의 경영진은 이들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ESG 성과를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ESG 펀드는 수탁 책임 강화라는 취지뿐 아니라, 다른 펀드들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다는 연구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의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는 2012년 13조 2,000억 달러에서 2020년 6월 약 세 배 규모인 40조 5,000억 달러까지(CAGR 16.1%) 성장했다. 특히 일본의 ESG 투자는 2014년 70억 달러에서 2018년 2조 1,000억 달러 규모까지 약 300배가량 성장했다.
--- pp.151-153
창업 1세대는 주로 혁신을 주도하고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론적으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력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며, 밑바닥부터 경험한 사람이므로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을 이해하며 존경받는다.
2세대부터는 혁신이 쉽지 않다. 아버지가 이룬 부와 명예를 지켜야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 수성은 창업보다 어렵다. 혁신을 하고자 해도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참모들과 직원들을 설득하기에는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형제자매 간에 나누어 갖거나 상속세를 내고 나면, 1세대에 비해 기업에 대한 지분율도 줄어든다.
통제가 어려워진 2세대 경영진은 1세대에 비해 자기 것 챙기기에 바쁘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고민하는 관리자보다는 대주주의 단기적 이익을 챙겨주는 아첨형 관리자가 더 끌린다. 결국 기업가는 자본가가 되어가는 것이 일반적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불화를 넘어 분쟁의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은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이 어렵고, 최대주주가 관행적으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기보다는 독단적 권력행사로 허수아비 집단을 구성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주주가 이사회를 선임하고 이사회가 경영자를 선임하며, 감사는 경영자를 감시하고 해고를 건의한다는 최소한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 pp.242-243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들만 보더라도 산업구조에 변화가 보인다. 2000년 전자, 통신, 전력, 제철 등 기간산업이 주를 이루던 것에서 2005년 자동차, 2010년 중공업 같은 자본집약적 2차 산업이 포함됐고, 2015년에는 경공업 소비재(화장품)가 재등장했다.
이후 2019~2020년에는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 자동차, 2차전지 등으로 압축되며 지식집약적 2차 산업이 등장한다. 산업 특성 역시 IT, 전기차, 바이오 등 4차 산업 기반의 신성장 산업이 등장한다.
특히 삼성, SK, LG 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했다. 환경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한 곳은 삼성이었다. 한화와의 빅딜을 시작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했다. 5년 전만 해도 전자와 생명, SDS, 물산 등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높은 기업 가치를 보유하기는 했으나, 유망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성숙기 산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그룹 내 시가총액 상위 7개사를 보면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 배터리 등 성장 산업이 추가되면서 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서 주주 중심의 경영과 기업지배구조 정립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추후 주주 환원과 투명 경영을 잘 실천한다면 기업 가치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 pp.290-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