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좋다는 것만 하고 나쁘다는 건 피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를 잘 키우는 것과 별개로 내가 엄마가 될 준비, 남편이 아빠가 될 준비, 우리 부부가 부모가 될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신 기간에 아기가 이 세상에 건강히 태어나길 바라며 보살핀 것처럼 우리도 부모로 성장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했습니다. ‘임신했을 때 왜 이런 조언을 해준 사람은 없었을까?’ 괜히 주변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임신한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임신 기간을 건강히 잘 보내는 동시에 부모가 될 준비도 하나씩 해보자.”
이 책에서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부모 준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건강한 몸과 마음 만들기
2. 삶의 우선순위 재점검하기
3. 부모의 속도 찾기
우리 두 사람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수백 권의 임신·출산 준비서와 육아서를 읽고, 부모가 된 이후로 꾸준히 소통해온 10만 명의 네이버 포스트 독자들, 각종 모임과 책, 강연에서 만난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린 결론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지금 우리는 인생에서 ‘부모기父母期’라는 단계를 지나기 시작했으니 우리 단계에 맞는 속도로 가자는 이야기를 나눴지. 시선의 방향을 내부, 즉 내 안으로 돌리자는 말이었어. 그러자 자연스럽게 비교하지 않게 되더라. 조바심도 사라졌지. 남들과 비교하면 느린 것 같지만 내 인생 단계에 적절한 속도였으니까.
남과 비교할 땐 주먹을 불끈 쥐고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자’고 다짐했어. 반면 지금의 나에 집중하니 비로소 일과 육아의 균형이 보이더라. 내 삶에서, 지금 이 단계에서 일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 육아는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에너지를 쏟으려고 해.
사실 덜 열심히 사는 것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내 속도를 찾는 것도 결국은 우선순위를 점검하고 그에 맞게 삶을 재정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게 ‘부모기’의 과제 같아. 가령 학생이었을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였다면, 사회인이 되어서는 그 능력을 발휘하며 더 발전시키는 게 과제였어.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이 갖는 ‘양적 성장’을 이루는 거지. 부모의 과제는 달라. 내 삶을 단단히 다지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거야.
--- 「[임신 전] 내 안의 힘을 키우는 시간」 중에서
그동안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잘 돌볼까에 집중했어. 그럴 수밖에 없었지. 임신도 처음, 출산도 처음, 육아도 처음이니 적응하고 배울 일투성이였거든. 게다가 책임감은 또 어찌나 막중한지 몰라. 경험은 없는데 책임감은 크니 하루하루 아이와 같이 살아남는 게 미션처럼 느껴졌지. 거기에 잘 해내고 싶은 마음마저 겹치니….
그런데 어느 날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보이더라. ‘눈부처’라고 하잖아. 아이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어. 그 모습은 다름 아닌 아이가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었지. 그 순간 나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인 동시에 아이가 바라보는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시야가 확 넓어졌어.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역할을 넘어,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 지 부모의 존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
--- 「[임신 6개월] 엄마가 된다는 것」 중에서
그러고 보면 임신하고는 당연히 자연분만하고, 당연히 모유 수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자연분만이 좋다고 하니까, 모유 수유를 한 아이가 건강하다고 하니까. 아이에게 최고만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잖아. 최고를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 의문이 들더라. 위험을 무릅쓰고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게 최고일까? 젖몸살을 수시로 앓으며 모유 수유를 지속하는 게 최고일까?
자연분만하고 모유 수유를 했다는 결과만 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지 몰라도 최선은 아닐 수 있어.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가 안전한 상황이라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한다고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대신 제왕절개를 한 뒤 빨리 회복할 방법을 찾고, 젖몸살이 잦다면 분유를 먹이며 건강한 몸으로 아이를 돌보는 게 나은 선택일 거야. 나와 내 아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진짜 좋은 방법이니까. 조금 철학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에게 최선인 방법을 찾다보면 세상의 기준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고, 세상의 정답이 아닌 우리 가족만의 정답을 찾는 기회로 이어지는 것 같아.
--- 「[임신 8개월] 우리에게 맞는 분만법은」 중에서
실제로 많은 부부가 처음 부모가 되면 아내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남편은 모든 생활이 아기 중심으로 돌아가며 소외되는 것 같아 서운하다는 경우가 많아. 사실 산후우울증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 도움이거든. 그중에서도 배우자의 역할이 크지. 그러니 이 시기에는 부부로서, 부모로서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해. 일단 무조건 부부가 같이하자. 육아만큼 정직한 게 없는 것 같거든. 엄마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배가 고파 우는지, 기저귀가 축축해서 우는지, 졸려 우는지, 놀아달라는 건지 구분하잖아. 그런 걸 자주 봐와서 나도 내 아이가 울면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아니더라. 처음엔 몰랐어. 아이가 울면 대체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했지. 그러다 하루이틀 아이를 돌보다보니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더라. 어느 날부터는 나도 아기가 울면 단번에 ‘우리 아기 기저귀가 불편하구나’ 알아챘어. 시간을 들인 만큼 육아에 익숙해진 거지.
그러니 엄마라고 처음부터 잘할 거라는, 아빠라고 못할 거라는 편견을 버리고 처음 아이를 돌보는 ‘초보 부모’라는 마음으로 같이 해나가자. 육아를 같이하면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 힘든 아내도, 아내가 아이에게만 집중해 서운한 남편도 없어질 거야. 육아의 균형이 맞을 때 부부의 행복도 유지되는 거지.
--- 「[산후조리]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