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멍 서방하고 똑 서방이 이웃해서 살았어. 멍 서방은 멍청해서 멍 서방이고 똑 서방은 똑똑해서 똑 서방이야.
똑 서방은 소금 장사를 해서 먹고사는데 멍 서방은 그냥 잠자코 놀아. 허구한 날 노는 게 일이야.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래도 배가 커서 밥은 잘 먹어. 한꺼번에 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고, 그저 주는 대로 뚝딱뚝딱 먹어치우거든. 그렇게 먹고 잠만 내처 자니까 아내가 그만 화가 나지.
“아,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 밤낮 밥만 먹고 잠만 자우? 옆집 똑 서방은 소금 장사를 한다니 가서 장사나 배워 오든지.”
그래서 멍 서방이 똑 서방한테 갔어.
“자네, 그 소금 장사하는 법 좀 가르쳐 주게.”
- 본문 62p 멍 서방과 똑 서방 중에서
“이놈, 바른대로 고하여라.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그러니까 농사꾼이 여태 있었던 일을 다 아뢰는데, 들어 보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뿐이거든. 산삼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인 줄 알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걸 임금님한테 바쳤다가 도로 받았다는 건 더 말이 안 되고, 사모까지 선물로 받았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니까 말이야.
“네 이놈, 거짓말 마라.”
“거짓말이라니요. 모두 참말입니다.”
“발칙한 놈이로구나. 어서 그 사모를 벗지 못할까.”
“안 됩니다. 임금님이 어떤 일이 있어도 벗지 말라고 했는걸요.”
화가 난 원님은 사모를 억지로 벗겨 갈기갈기 찢은 뒤에 농사꾼을 형틀에 묶어 놓고 되우 매질을 했어.
- 본문 76~77p 무와 산삼 중에서
아이는 언제 글을 가르쳐 주나 싶어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쳐다보고 있고, 아는 글자는 하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그런데 그때 마침 솔개 한 마리가 하늘을 빙빙 돌거든. 그걸 보고 혼잣말로,
“빙빙 도는구나.”
했어. 아주 가락을 넣어서,
“비잉빙 도눈구나아.”
했지.
그 말을 듣고 아이가 옳다구나 했어. 이제나 저네나 글 가르쳐 주기를 기다리는 참인데, 갑자기 ‘빙빙 도는구나’ 하니까 그게 글 읽는 소리인 줄만 알았지. 그래서,
“빙빙 도는구나.”
하고 따라 했어. 난생 처음 배우는 글이니까 잘 배워야지. 고대로 따라 하느라고 아주 가락까지 넣어서,
“비잉빙 도는구나아.”
“비잉빙 도는구나아.”
하고 참 열심히 배웠어.
- 본문 82~83p 빙빙 도는구나 중에서
“스님, 부디 저한테 염불 좀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니까 스님이 대뜸 뭐라고 하느냐면,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이러거든. 고리장이 주제에 무슨 염불을 다 배우려 드느냐는 말이지, 그게. 그런데 고리장이는 그게 진짜 염불인 줄만 알았어. 그래서.
“아 예,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지런히 외겠습니다, 스님.”
하고는 그 말을 자꾸 외었어.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외었지.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집에 돌아와서도 내처 외었어,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아침에 일어나면 외고, 저녁에 잠자기 전에도 외고, 밥 먹기 전에도 외고, 밥 먹고 나서도 외고, 일하다가도 틈만 나면 외었어.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그렇게 한 몇 달 외니까 입에 딱 붙어서 술술 잘 외게 됐지.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뭐, 잠꼬대를 할 때도 술술 나오는 판이야.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