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 BTS가 세상을 놀라게 하기 전이었다. 한국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열광하는 ‘한류’가 밀어닥치기 전의 세상 말이다. 나와 만난 전 세계 출판사 관계자들은 내가 대리하는 한국 작가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나는 한강, 신경숙, 정유정, 박소영, 안톤 허, 편혜영, 김이환, 김애란, 조경란, 김현, 김덕희, 김언수, 서미애, 임성순, 돌기민, 황선미와 그 외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해 세상에 내보였다.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문학의 대사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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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해녀들의 자매애와 아름다움 그리고 성공이었다. 그들은 정(나보다 우리가 먼저), 한(어려움에 맞서는 투지) 그리고 흥(자연에서 발견한 기쁨)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영광스럽게도, 남자나 사회에 의해 정의되기를 거부한 이 품위 있고 강한 여성들 중 몇 명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규칙이 있었다.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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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은 행복을 얻기 위해, 보석, 차, 집, 옷 등 무엇인가로 삶을 가득 채우려 한다. 그리고 모두가 유명해지고 싶어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축적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인 것 중 진정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있을까? 아니다. 이런 것들이 주는 효과는 피상적이고 일시적이다. 게다가 남들보다 더 가지려는 경쟁심마저 부추긴다. 한국 사람들 역시 사치품을 좋아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듯 한국인도 늘 자신의 이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들을 삶에서 제거한다는 그들의 생활 원칙은 분명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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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철학은 고통과 괴로움에서 끈기와 성공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흥’을 통해서 나는 매일 아침 나의 개와 산책하는 순간을 즐기게 되었고, 자연과 문화에 즐거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소유물을 축적하는 대신 예술, 영화, 책 속에서 기쁨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정’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행위와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삶의 목적과 희망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생물학적 가족이든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든 상관없다. 내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라는 것, 우주의 모든 것이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삶은 균형감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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